시어머님을 떠올리기만 해도 속에서 불이 나고 꽉 막히는 기분이에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정신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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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을 떠올리기만 해도 속에서 불이 나고 꽉 막히는 기분이에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JB8492
·4년 전
안녕하세요. 연애 5년, 결혼한 지 9개월 된 30살 여자입니다. 나이 차이가 제법 나는 남편과 결혼 당시 집안환경, 경제력 모든 것을 제외하고 정말로 사랑한다는 감정만으로, 이 사람만 보고 결혼했어요. 시부모님, 형님 모두 저에게 특별히 잘해주시는 건 아니지만 그냥 무난하시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이젠 모르겠습니다. 신혼집과 시댁은 차로 편도 3시간 조금 넘는 먼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자주 찾아뵙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젠 갈 때마다 가기 싫어 발버둥치게 되고, 전화로 목소리만 들어도 치가 떨려요. 어머님과 크게 싸우거나 한 상황은 아니고, 어머님에 대한 제 불만으로 며칠 전 남편과 연애기간까지 합쳐 가장 크게 싸웠어요. 어머님께선 좋게 말하면 호탕하시며 솔직하시고, 나쁘게 말하면 굉장히 무례하십니다. 예의와 말투에 굉장히 민감한 제게 있어서는 솔직히 버겁습니다. 매번 호칭이 그런 건 아니지만 말씀만 하시면 "야! 저기 가서 그거 가져와." "야! 문 열어." "아니다, 야! 그냥 문 닫아." 야야야야 그놈의 야야야!!!!!! 남편에게도 초반에 말했었어요. 어머님이 왜 나한테 야라고 하시냐 했더니 본인과 누나한테도 어릴 때부터 그래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난 좀 기분이 많이 나쁜데 그렇게 하지 마시라고 좀 말씀 드려라 했더니 오랜 기간 동안 굳어진 습관을 어떻게 고치냐며 저 보고 조금만 이해해달랍니다. 초반에 이것 때문에 많이 투닥거렸어요. 그래도 계속 보다보니 성격이 좀 급하셔서 말씀하실 때 야라고 하긴 하시지만, 보통 때는 다른 호칭으로 예쁘게 불러주시길래 아, 내가 너무 내 입장만 호소했나보다 싶었어요. 가끔 기분 상하는 건 있었지만 그냥저냥 한 귀로 흘려들었었죠. 그 외에도 소소하지만 굳이 입 밖에 꺼내지 않아도 되는 언행들이 있었고, 늘 시댁에 가면 당신 아들이 얼마나 잘났는지, 너는 얼마나 좋은 신랑을 만났는지. 이런 얘기들을 하셨고 전 그냥 웃으며 흘려들었습니다. 영혼 없는 "네. 아, 그래요? 정말요?" 이런 말만 하면서요.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고, 이 정도는 여느 시부모님들이 다 하시는 거라 생각했으며, 자식들 다 시집 장가 보내고 두 분이 사시니 적적하셔서 우리를 보면 기분이 좋아 말씀이 많아지시다 보니 실수도 하시고 그러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잠깐의 속상함들도 말하지 않고 흘려보냈어요. 그러다 어머님이 장기 쪽으로 큰 수술을 하셨고, 퇴원 시 시댁에서 하루 자며 수발을 들었습니다. 수발이랄 것도 없었지만... 그냥 밥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이런 거요. 필요하신 거 장도 봐오고. 그렇게 하루 지내고 내려왔는데 며칠 뒤에 저한테 문자를 하셨어요. - 엄마 아파서 소고기 사오라고 했는데 안사오는 아들놈은 필요도 없다, 아가 잘 지내니, 엄마는 고기 먹고 싶은데 못 나가서 슬프다. - 이렇게요. 가끔 안부 전화를 할 때나, 찾아뵐 때면 늘 고기를 사달라고 하셨고, 늘 돈 얘기를 하셨습니다. 제게요. 시원하게 나 용돈 달라 이런 게 아니고, 남편 앞으로 들어온 결혼식 축의금을 너희한테 내가 선심 써서 1/3 주겠다, 내 동생네는 자식들이 모시고 여행 갔다더라, 보험금이 얼마다, 이번 수술한 거에 뭐가 빠져서 몇십만원은 덜 나왔더라, 니네 형님은 시집 갈 때 나한테 돈을 주고 갔다, 우리 딸은 우리한테 월마다 따박따박 10만원씩 줬었는데 가끔 가다 쥐어주는 용돈 보다 그게 더 힘든 거다, 나 저거 먹고 싶다. 이 모든 걸 늘 얘기하십니다. 이번 통화 때도 보험금 얘기, 형님네 용돈 얘기, 여행 얘기, 고기 사달라, 니네 언제 올 거냐 얘기하셨고 좋게 마무리 짓고 끝냈어요. 이때까지만 해도 저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거든요. 그냥 아, 또 돈 얘기 하시네... 정도? 남편한데 어머님이 용돈 받고 싶으신가 보다 하며 운을 띄웠고 돈 얘기 하신 것도 말했습니다. 제가 지금 돈을 못 벌고 있는 상황인데 어머님은 그걸 모르시거든요. 그래서 은근히 용돈 달라 하시는 건가 싶다 했어요. 돌아오는 남편 반응이 기가 찼습니다. 그걸 왜 그렇게 받아들이냐, 그냥 푸념인데 그 정도도 못 들어드리냐. 아니면 너 돈 안 번다고 말을 하던가. 뭐에 버튼이 눌러진 건지 모르겠어요. 그냥 그 순간 눈 돌아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죠. 그 순간, 아 혼인신고 안해서 진짜 다행이다 싶기까지 했었죠. 이틀 동안 서로 눈도 안 마주쳤어요. 저는 화가 몸에 덕지덕지 붙어있었고 이제 더는 징글징글했어요. 좋게좋게 넘겨왔던 일들이 사실은 제 안에 꾹꾹 쌓여있었던 거예요. 남편과 긴 대화를 했고, 전 모든 걸 털어놨습니다. 울고 화내고 소리 지르고... 제 바닥을 다 드러냈어요. 남편도 충격이었겠죠. 자신에겐 아무렇지도 않던 일상적인 엄마의 모습이 제겐 이렇게 힘겨운 모습이 되었을 줄은 정말 몰랐다는 표정이었어요. 그 날 이후로 둘은 평소처럼 잘 지내지만, 저는... 속은 썩어가는 것 같아요. 자려고 누웠을 때, 물을 마시다가도, 그냥 길을 걷다가도 문득문득 어머님 얼굴이 떠오르면 그 순간부터 모든 게 올스탑 돼요. 사고를 할 수가 없어요. 화가 나고 심장이 두근두근 하고, 열이 확 오르고 속이 갑갑해지며 안에서 뭐가 꽉 차있는데 밖으로 못 나오는 느낌이요. 눈물도 나요. 이해하고 싶지 않아요. 왜 나만 이해해야 하지? 저렇게 제멋대로인 사람이 왜 하필 내 시어머니지? 도대체 말을 왜 저따위로 하지? 아... 그냥 안 보고 살 수는 없나? 요즘 점점 그 화남의 빈도가 많아져요. 근데 남편이나 어머님께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얘기 해봤자 바뀔 게 없으니까. 어머님은 내 얘기 듣기도 전에 당신 말씀만 다다다다다다 쏘실 걸요. 울며 소리 지르며 다 내뱉던 그날이 자꾸 떠오르고, 이래봤자 소용 없겠지 하며 내려놓으려는 마음도 힘들고, 수시로 화가 나고... 웃긴 건 남편도 똑같은데 남편이 밉진 않고. 심지어 어머님이랑 완전 판박인데 남편을 볼 땐 화가 나지 않아요. 정신병 걸릴 것 같아요. 주체되지 않는 이 화는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제가 너무 이기적인 걸까요. 그냥 흘려들으면 될 당신들 푸념 하나하나에 너무 의미 부여를 해 혼자 확대해석 하는 걸까요. 그냥 힘들어요. 정말로 보고 싶지 않아요. 남편과 하나이고 싶지만 어머님과 가족이 되기 싫어요.. 화가 나고 답답한데 풀어놓을 곳이 없어 마인드카페에서 글로라도 풀어봤어요. 보시는 입장에서 제가 많이 답답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지만.. 저도 이젠 제가 왜 이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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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ng1000
· 4년 전
안녕하세요 . 많이 많이 힘드신거 맞으세요 그런데 ... 남편도 님도 각자의 입장과 그동안의 살아오신 배경 . 가치관이 있는 상태라 문제가 생기는건 당연한건데 . 결혼 생활은 유교성이 짙은 우리나라에서 본인도 모르게 답습된것이 내재해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몹시 부자연스럽고 답답한게 사실이고 여자에게 더 더 고통스러운 부분이 많아요 🥺 . 그걸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애쓰는 남편일때 - 아이출산도 고려해야 한다고 믿어요 . 저는 .,, 어떤경우 시어머니가 아들과 따로 금전이 오가거나 그것이 당연한 경우처럼 되어버리기도 하죠 . 특히 남편이 아내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에요 어느 상황에서든 주체인 자기자신을 잘 살펴야 하는거 아시죠? 사람은 쉽게 바뀌지도 않구요 . 자기자신도 바꾸기 어려운 것처럼요 . 어머니껜 남편과 의논하셔서 일정 금액만 주시고 더이상 하실수 없음을 공지하시는게 어떠신가요 남편과 잘 얘기해 보시고요 . 친정에도 일정부분 드리시면서요 . 금전적인 부분이 명확한것은 좋은거 같은데 이부분이 늘 아리송해지면서 관계도 영향을 주는거 같은데 자연스러워지면 좋겠네요 어머니가 정서적인 친밀감을 바라시거나 여행동행을 보여주기식이나 자랑하고 싶어서일때 참 .... 둥글둥글한 성향이 아니라면 스트레스 가득이고 다녀오고 나서도 좋지 않은 흉거리가 된다는게 참 ... 별루예요 . 남편과 이 부분은 감정상하지 않게 입장을 전하시는게 좋을것 같아요 . 이미 뭔가 안돟은 쪽으로 감지된 상태이신거 같아요 . 이럴때 실재 내가 마음이 다친 부분이 무엇 때문인지 들여다 보시는 기회가 되시길 바래요 . 그리고 다음 단계를 차분히 밟아가시길요 그게 무엇이 되었든 ... 좋은쪽으로 건강한쪽으로 해결이 되는 쪽으로요 . 많은 여성분들이 결혼제도에 들어오게 되면 불행한 경우가 많아지는거 같아요 우울증도 홧병도 ... 요 발법을 찾아 서두르지 않고 . 좋은 결혼 생활이 이어지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 남깁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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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8492 (글쓴이)
· 4년 전
@being1000 다른 이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말이 이렇게 상냥하고 따듯해서 울음이 터지는 일인 줄 몰랐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괜찮아 질 줄 알았던 마음이 일주일이 지나도, 이주일이 지나도 낫지 않고 점점 마음을 많이 죄여왔어요. 너무나도 답답한데 털어놓을 곳 하나 없다는 게 더 정신적 고통이 진해지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나 아픈 거 맞다고, 충분히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거라고, 전혀 엄살 아니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나봅니다. 고부갈등을 익히 들어왔지만 제게 있어 이 문제가 생애 처음 느껴보는 것인지라 더 어찌할 바를 몰라 두서 없이 그냥 막 써내려갔네요. 긴 글 꼼꼼히 읽어주시고 이렇게 좋은 말씀 해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아직도 감정이 많이 고장나 있는 느낌인데 당분간은 좀.. 생각을 안해보려고 해요. 말씀하신 대로 서두르지 않고, 지금 감정을 제가 좀 다운시키고 이성이 돌아오는 걸 느꼈을 때 천천히 건강한 해결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예쁜 말씀으로 감정이 잠시나마 평온해진 기분이에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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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ng1000
· 4년 전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것 같아서 기뻐요 . 소중한 감정과 마음 표현해주셔서 다행입니다 .. 덕분에 저도 쓴글 다시 읽어봅니다 . 편안하시길 기원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