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아빠 꿈을 꾸고 나면 기분이 이상해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부부|우울증|폭력]
알림
심리케어센터
마인드카페 EAP
회사소개
black-line
돌아가신 아빠 꿈을 꾸고 나면 기분이 이상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HONEYDEW12
·4년 전
작년 가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지금은 남은 세 식구들끼리 나름 잘 지내고 있지만 이따금씩 아빠 생각이 문뜩 떠오르거나, 꿈을 꾸면 기분이 이상합니다. 엄마나 동생에게는 털어놓고 싶지가 않아서 이곳에 글을 쓰게 되네요. 어려서 부터 아빠와 관계가 좋지 않았어요.화를 잘 못 참으셨거든요.어느 타이밍에 화를 낼지 모르겠어서, 아빠가 집에 있을 때는 집안 분위기가 안 좋았어요.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하면 그게 무섭다기 보다는 그 일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에 분노와 무력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나마 아빠가 폭발하면 엄마가 필사적으로 말리셨어요.그래서 물건이 부서지는 일이 있어도 병원 신세 지지 않는 정도로 지나갔어요. 엄마는 항상 아빠가 안 계시는 곳에서 아빠의 사정을 얘기해주시고는 했어요. '친할아버지,친할머니가 폭력적이셨다든가 사실은 아빠가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렀다든가, 첫째딸인 제가 아빠랑 닮은 점을 내심 좋아한다든가.'하는 내용이었어요. 엄마는 가정을 꾸리는 걸 꿈꿔왔고, 이렇게 화를 못 참는 사람이어도 당신의 선택으로 결혼을 한 것이니 참고 살겠다, 라는 입장이셨거든요.어릴 때는 저도 실은 아빠가 좋은 사람일지도 모르고, 내가 아빠의 심기만 건들이지 않으면 될 거라 생각했어요.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폭발하는 아빠를 겪으면 겪을 수록 지쳐갔어요.그리고 기대를 했던 내 자신에게도 화가 났고요.점점 내게 아빠라는 사람은 있지만 '없는 사람'에 가까워졌어요.대학에 들어가고 나서는 집에 들어 가기 보다는 친구들과 밖으로 도는 시간이 길어졌어요.집에 있으면 숨이 막혔거든요.그래도 아빠와의 추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어요.당구장에 데려가 주시거나, 식사를 같이 하러 간 일(살면서 3번 정도)도 있었거든요. 한번은 집에서 밥을 먹는데, 제게 엄하게 대하는 이유를 말한 적이 있었어요. (저는 이게 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아빠가 화를 못 참는 것이라 생각해요.규칙도 규율도 없이 그저 분풀이에 가까웠거든요.) 제가 아빠를 많이 닮았는데, 그것 때문에 걱정이 되서라고 하셨어요.사실...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제 전공이 청소년학이었거든요. 아빠가 한 행동은 훈육도 교육도 아닌 폭력이었는데, 그게 어떻게 나를 위한 것이 될 수 있지?싶었어요.하지만 이런 속내를 내 비친 일이 처음이라 이를 나름 긍정적인 신*** 생각했어요.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아빠는 정말 사소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일로 폭발하고, 저는 또 맞았어요.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이제는 경찰에 신고하겠다 했었고, 이에 아빠도 충격을 받으신건지 아니면 화가 난 건지 그 뒤로 저와 2년간 말도 섞지 않으셨어요.정말로 둘이 투명인간처럼 대했어요.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 처럼요.이런 상태에 대해서 충격적이거나, 슬프지 않았어요.그나마 살 것 같았어요.일말의 기대도 없고, 더이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아무런 것도 하지 않아도 됐으니까요.그저 빨리 취직을 하고 독립을 할 생각뿐이었어요.어렸을 때 부터 아빠는 내게 없는 사람에 가까웠으니까. 근데 취직 후에 아빠가 폭발하는 게 더 잦아졌어요.이런 비유를 들면 이해가 갈지 모르겠지만 요새 노인분들이 유튜브에서 극우 콘텐츠를 보고 이상한 신념을 가지는 것처럼? 아빠도 경제 관련 유튜브를 보고 나서는 온종일 지금의 경제 상황을 전쟁에 비유하면서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난리가 나셨어요.경제가 안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빠가 하는 말들은 거의 망상에 가깝게 들렸어요.물론 저와는 말을 하지 않으니, 이 내용들은 엄마를 붙잡고 하셨고, 정말 하루가 멀다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어요.심각했어요.예전에는 집 분위기가 살얼음판이었다면 그때는 정말 생지옥같았어요.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부터 아빠의 건강이 급격하게 안 좋아졌어요. 원래 간이 안 좋으신건 알고 있었어요.엄마가 거의 어린애 달래듯이 건강관리를 시켜온 모습을 어려서부터 봐왔거든요.그래도 건강검진만 받으면 되는 정도로 쭉 유지해오셨어요.두 분 다 저희 자매에게 건강에 대한 언급은 잘 안 하셨어요. 어르신들이 많은 집안에서 자랐고,(한 집에 같이 사는 건 아니지만 물리적으로 가까웠어요.) 그 분들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를 알고 계시니, 말년의 투병과 죽음을 봐온 과정에서 지쳐서 저희에게는 그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으셨대요.그래서 간암으로 악화됐다는 사실을 숨기셨더라고요.그리고 그때부터 병원을 가는 것도 포기하셨어요.왜인지는 알 수 없고, 짐작도 가지 않아요.아빠가 살이 빠져가는 게 눈에 띠어서 엄마에게 왜 이번에는 건강검진 받으러 안 가냐 물어봤었는데, 정말 간단하게 '가고 싶지 않다.'라는 말만 하셨어요. 이때는 간암이라는 걸 몰랐지만, 아빠가 살 생각이 없다는 게 문득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제가 우울증이 너무 심해서 살 생각이 없었을 때같은 모습이 얼핏 아빠에게서 보였거든요.하지만 별로 붙잡고 싶지 않았어요.그리고 어쩌면 큰 일이 아니게 지나갈 거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가 돌아가셨어요. 솔직하게 말 하자면 아빠보다 엄마의 모습에서 더 큰 슬픔을 느꼈어요. 중환자실에서의 아빠를 봤을 때 인간 대 인간으로서 연민이나 슬픔이 느껴지기는 했지만...딸이나 가족으로서의 감정을 아빠에게 못 느꼈어요. 간암이었다는 건 나중에 알았고, 돌아가신 직후에는 분명 괴롭고 슬프고 원망스러웠지만 그리움을 느끼지 못했어요.정말 원망스러웠어요.아빠가 살아있을 때 단 하루도 마음이 편한 날이 없었거든요.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살다가지?라는 생각뿐이었어요. 이사를 가고, 저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느낀 감정은...이제 정말 숨 쉬고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유로움이었어요.기분이 너무 이상했어요.그래도 사람이 죽었는데, 여기서 자유로움을 느껴도 되나?싶기도 했었고, 이렇게 살 수 있었는데...여태동안 그 그늘에서 우울증약 먹어가며 살은 건가?하는 분노도요. 지금은 엄마,동생이랑 전보다 잘 지내고 있어요...무슨 인생을 새로 시작한 것 처럼.물론 둘 다 가끔씩 아빠 얘기를 해요. 특히 동생은 아빠를 미워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엄마가 아빠 이야기를 하면 그저 묵묵히 들어요.아무리 그랬어도 부부였고, 배우자를 잃은 슬픔이 크실테니까.그런데...사실은 듣고 싶지 않아요.저는 정말로 아빠는 애초부터 없었던 사람으로 생각하고 싶거든요.그리고 지금은 내 할 일 하느라 아빠 생각도 잘 들지 않아요.화도 나지 않고요.다만 아주 가끔 꿈을 꾸는데, 그럴 때면 기분이 너무 이상해요. 동생처럼 죄책감을 느끼는 건지.아니면 내게도 사실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느끼는건지...잘 모르겠어요.그런 꿈을 꿨다는 사실 자체가 좀 화가 나요.다음 날 기분도 무너지고요.
부끄러워불만이야혼란스러워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
선물상자 이미지
댓글 1가 달렸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
OnMyMilkyWay
· 4년 전
이렇게 깊은 사연 용기내서 올려주셔서 감사해요..글을 쓰며 마음도 정리되고 스스로 치유도 되었다면 좋겠네요. 애증관계여서 그런 복잡미묘한 감정에 휩싸이는 것일거예요. 밉기도하고 아무도 아닌 사람이였음 하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론 나를 낳아주신 아빠..."아빠" 그 자체로 떼어낼 수 없는 천륜이 주는 애정, 사랑이 마음 속 깊이 우러나기때문이 아닐까요. 마음 편히 미워할 수도 없고 그동안 날 대했던 아빠의 언행때문에 무조건 사랑할 수도 없는 마카님의 마음, 조금 이해가갑니다.. 다만 마카님도 아빠의 딸이기 전에 사람이죠. 감정을 가진 한 인간이예요. 행복과 안정을 추구하는 그저 평범한 인간이죠... 그래서 늘 마카님을 불안하게 했던 아빠를 억지로 사랑하거나, 분노를 누를 필요는 없어요. 정말 말이 쉽다는것도 알고..쉽지않겠지만 평생이렇게 맘 한쪽이 무겁게 살아갈 순 없지않을까요? 마카님을 위해서 가족들을 위해서 아빠를 용서해봐요... 아빠의 어린시절,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아빠만의 상황. 아빠만 알고있는 수많은 아픔들. 상처들. 마카님 자신을 위해 마음 속 무겁게 짓누르는것을 용서로 풀어나가보는게 어떨까요? 내 자신을 위해서요... 용서를 하고나면 가벼운 마음으로 진정으로 새출발 할 수 있지않을까합니다., 한꺼번에 빨리 하려고 하지마시구 조금씩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미움에 대한 죄책감도 홀가분함에 대한 죄책감도 내려놓아보세요. 조금씩 천천히요.... 그럼 어느새 가벼운 마음, 한층 성숙되고 맑게 정화된 생각으로 가족들과 더욱 행복한 삶 살아가실 수 있을거예요~ 응원할게요^^ 마카님 잘 견뎌내신것 대견합니다. 그 맘이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요.. 이제 행복한 일들만 가득가득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