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페이스북에서 글 하나를 봤다. 아들에게서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불행|사회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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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yeb1234
·4년 전
방금 페이스북에서 글 하나를 봤다. 아들에게서 가난에 대한 원망의 고백을 카톡로 듣게된 어머니가 목매달고 죽고 싶다는 내용의 글. [[아들은 자기 몸에는 된장과 김치밖에 없는 것 같다며 고기반찬 하나 없는 밥상을 탓했고, 없는 살림에 감당도 못할 자식을 낳아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었다며 양심이 있다면 자신에게 부양의 의무를 지게 할 기대는 말라는 말을 했다.]] 글을 읽으며 나는 마음이 아팠다. 날때부터 가난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중 하나인 나는 분명히 부모님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인걸 알면서도 아들이 불쌍했다. 다 읽고나서 댓글을 보니 온통 아들 욕밖에 없었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길러준 것 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데, 반찬투정으로밖에 안 보인다며 다들 욕을 해댔다. 나는 22살 인생의 전부를 내 방 하나 없는 투룸 다세대 주택에서 살았다. 방음이 안되는 건 기본이고 집집마다 밥때가 되면 그날 저녁메뉴를 알아 맞힐 수 있을 정도로 건물 전체가 밥내음으로 가득했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계단계단마다 카레냄새,,불고기냄새,, 갖은 음식냄새가 배꼽시계를 자극했고 굶줄인 배로 집을 들어서면 매일매일이 라면 혹은 김과 김치,, 어쩌다 계란부침,, 밥을 먹어도 허기가 채워지질 않았다. 어머니는 나에게 먹고 싶은 음식을 물어보는 일이 없었다. 쌀벌레를 골라서 밥을 짓는 어머니에게는 그저 가족들에게 한끼 굶기지 않고 먹이면 다행인 일이였다. 참 감사한일이다. 어머니가 내 나이가 되었을 때 첫 아이로 나를 낳으시고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번 돈으로 가정을 돌보신 어머니가 존경스럽지만, 10대의 나는 어머니가 참 원망스러웠다. 사촌에게 물려받은 옷이 아닌 새 옷이 갖고 싶었고. 친구들은 싸구려 맛이 난다며 먹지 않는 분홍 소세지가 우리집 특식이였고. 차디찬 바닥이 아닌 따듯하고 폭신한 침대에 누워서 잠들어보는게 꿈이였고. 메이커 슬리퍼가 아닌 문방구 검정 삼선 슬리퍼 하나를 고등학생 3년 내내 실내화로 신고 다녔던 내가 창피했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엄마가 고생할 일도. 끊임없이 친구와 나를 비교하며 부러워할 일도. 반찬투정할 일도 없었을텐데 하며 어머니를 원망했다. 그러다 성인이 되어서 내가 내 손으로 돈을 벌고, 사표 한 장 내지 못해 속으로 욕을 삼키며 남들 비위를 맞추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엄마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났다. 첫 회식에서 만취해서 "엄마 미안해"를 외치며 대성통곡을 했다. 엄마를 원망하며 욕한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한다. 태어날 집의 경제수준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이 없으니 모든게 가난한 부모 탓이라고 욕할 수 있다. 그런데 정말 나중이라도 살다가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면 철없이 한 원망의 두배 세배가 후회의 눈물로 바뀌게 될 것을 장담한다. 작가마냥 글을 길게도 쓴 이유는 우리 가족이 드디어 10평남짓 방 두개 월세를 벗어나 10월에 방 세개 전세집으로 이사를 간다. 공장에 다니며 남들이 자는 새벽에 출근하고 악착같이 모아서 내 힘으로 가족들과 함께 가난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났다. 이제는 원할때 먹고 싶은 음식을 배달시켜먹고 입고 싶은 옷을 사입을 수 있다. 이 글을 읽고있는 나의 10대를 살고있는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원망이 아니라 희망을 가지라고. 조금 더 노력을하고 현실을 직시하면 시간이 걸릴지언정 언젠가 가난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때가 온다고. 그리고 그때가 되면 원망했던 부모님께 꼭 용서를 구하라고. 길러주셔서, 나를 포기하지 않아줘서 감사하다고 철없이 원망해서 죄송하다고..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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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love
· 4년 전
대단하세요 마카님. 정말 존경스러워요. 비록 지금의 시간이 오기까지 많은 절망과 역경이 있었을 거예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말도 했을거고, 그리고 또 상처를 받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일어나서 앞으로 향해 가시는군요. 희망을 품고서..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고 앞으로는 계속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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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b1234 (글쓴이)
· 4년 전
@somelove 감사합니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온 것 뿐인데 제 삶이 누군가에 존경까지 받을 날이 오네요 :-) 격려와 응원의 말을 진심으로 할 수 있는것도 댓글 달아주신 마카님의 장점인 것 같아요 항상 그런 긍정적인 마음으로 마카님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