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진 회사에 서른셋 젊은 과장으로 입사하여, 업무적으로 크게 인정받으며 약 2년여의 시간을 근무하였습니다. 그런데 저랑 우연찮게 싸운 후 사이가 나빠진 중간 관리자 하나가 왕따질을 주동하는 바람에 팀 내에서 점점 소외되었고, 팀장급으로 앉아 있는 사람은 저한테만 고성을 치거나, 제 업무보조로 앉은 사원에게만 업무적인 공유나 독려를 하고 비공식적인 회식 때 부르지 않는 등의 투명인간 취급을 계속했어요. 그러던 차에 이들의 왜곡된 보고를 계속 받던 최고 관리자란 사람이 난데없이 사무실에서 저한테 소리를 지르는 일이 발생하여 결국 퇴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퇴사 자체는 사실 슬프지 않아요. 저는 저 자신이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란 걸 알기에 그런 부당한 처사 속에 저를 방치할 수 없었거든요. 그렇게 안 좋은 모양새로 퇴사하면서도 업무 능력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고 인정받았을 만큼, 기본 인성에 일도 잘 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취급들은 받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제가 괴로운 건 제 주변이에요.
그렇게 울며 울며 매일을 버티다 저 자신을 보호하고자 그런 결정까지 내린 것이었는데, 우리 엄마. 엄마한테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저희 어머니 지론이, 가족은 '브랜드'다 에요. 저 집에 아들이 어떻다는데~ 하는 평판이나 이름값같은 것이 너무 중요한 분이세요.
돌아올 반응이 뻔하다보니, 퇴사 사실을 말할 수가 없고 그게 너무 비참합니다. 정말 고생했고 잘 버텼고 네 결정을 존중한다고. 네 앞날을 책임감있게 잘 가꿔나가리라 믿는다고. 그런 말, 아니 그런 믿음이 있어 주셨으면 좋겠는데, 그런 분이 아니시란 게 참 서럽습니다.
제 친한 형도, 퇴사 사실을 말하니 '이직할 데도 안 정하고 결정했다'며 퉁명스레 받는데, 그냥 제 맘 하나 몰라주는 주변 사람들이 다 갑갑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