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그냥 외향적이고 밝은줄로만 알았는데 이번 심리 결과는 나에게 꽤 충격으로 다가왔다.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더고 결과가 말해주고 있었다. 여기서 한 얘기가 딱딱 떨어맞았다. 이번에 고등학교 1학년을 올라오고 나서부터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목표는 지방대 약대. 꽤 높은 꿈을 목표로 삼았다. 남들이 놀기 시작했던 이번 코로나 사태 때 하루에 10시간 자습하며 6개월 이상을 버텼다. 하지만, 6개월은 턱없이 부족했고, 결국 이번 첫 내신을 말아먹게 되었다. 무너져가는 나의 모습을 내 친구들은 한없이 좋아하는것만 같았다. 시험 결과가 나오고, 나는 정말 펑펑 울었다. 눈물이 쉴새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냥, 딱 세 사람이 떠올랐다.
나 자신과 부모님.
세 사람에게 너무 미안했다. 특히 날 믿어준 부모님께 너무나도 죄송스러웠다. 나에게 투자해준 가치만도 못한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죄송스러웠다. 정말, 죄송스러운 마음이 너무나도 극대화 되버려서 당장이라도 아파트에서 투신을 하고싶었다. 기대에 못 미치는, 남 앞에서 얘기 조차도 쉽사리 꺼내지 못하는 그런 딸이 될까봐 두려운 마음이 계속 불어났다. 동시에 나에게는 화가 났다. 분했다. 억울했다. 이 정도 일도 못하나? 내가 그 정도의 사람인가? 아니, 애초에 노력 조차는 했는가? 그리고 이런 생각뿐이었다. 그 후로는 또 정신 못 차리고 있는 나를 직면하는 것 조차도 너무 경멸스러웠다. 그냥, 모든게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독해지고 싶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