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24일 오전 4시. 방 안에서.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불행|자퇴|검정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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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2020년 8월 24일 오전 4시. 방 안에서. 오늘은 내 23번째 생일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어중간한 나이인 것 같은 느낌이다. 19살에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치르고, 21살에 대학에 들어가서 원하던 공부를 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최근 몇 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새벽 4시. 모두가 잠들었을 이 시간에 글을 쓰고 있으니, 평화롭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세상에 나 홀로 덩그러니 깨어있는 것 같은 울적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나는 늘 혼자였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초등학생 때를 생각해보더라도 나는 늘 혼자였다. 부모라는 사람들이 내 기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선생님께 쥐어주던 돈다발도, 무시당하지 말라며 입힌 수많은 명품 브랜드의 옷과 가방들도, 성공하라며 시킨 영어, 수학, 국어 과외도. 다 필요 없었다. 호강에 겹다는 소리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것들이 나를 더 불행하게 만들었다. 혹시 부자라고 소문난 집안의 자녀들이 어떤 학교생활을 보내는지 아는가? 학기가 시작되면 또래 아이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들을 만들기 시작한다. 보통은 공통의 관심사를 주제로 말을 건넨다던가 자기소개를 하며 관계를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야! 너희 집 엄청 부자라며?" "우와! 진짜?" "어~ 얘네 집 진짜 부자래~ 우리 엄마가 그랬어!" "야! 그럼 너 돈 진짜 많겠다?" "그럼 나 문방구에서 건담 하나만 사주면 안 돼? 너 돈 많잖아." "어~ 그럼 나도! 나도!" "나도!" 모두가 공통의 관심사를 주제로 친구들을 만들어갈 때, 나는 그 관심사의 대상이 되었다. 나는 그 친구라는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사줘야만 하는 존재가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친구들이 요구하는 것들을 사주지 않으면 혼자가 되었다. 그 어린아이가 친구들과 놀기 위해선 돈을 내야만 했다. 나에게 다가왔던 모든 사람들이 내가 아닌 돈을 원했다. 그래서 나는 그냥 혼자 있기를 원했다. 하지만 부모라는 사람들은 자식이 혼자 있는 꼴을 보기 싫어했던 것 같다. 생일이라며 엄마가 큰 파티를 열고 동급생들을 불러모았던 기억이 있다. 생일 모자를 쓰고 축하노래를 부르며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내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친하게 지내자며 악수를 건네었던 모든 아이들의 뒤에는 그 아이의 엄마가 있었다. 엄마들의 씨끌벅적한 수다. 그리고 뛰어노는 아이들. 나는 그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 이후로 나는 나 자신을 감췄다. 내 표정을 숨겼다. 내게 다가오는 모든 사람들이 역겨웠다. 그래서 배척했다. 친구라고 붙어있었던 사람들은 하나, 둘 씩 떨어져 나갔다. 그렇게 내 주변은 부서졌다. 아무도 남지 않았다. 외롭고 공허하다. 때로는 혼자 있기 싫어 옛 친구들의 SNS를 몰래 훔쳐보며 연락할까도 생각한다. 하지만 그 끝은 늘 나 혼자였다. 목적 없는 관계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다른 목적 없이 오직 그 사람만을 위하는 그런 관계가 정말 성립하는 것일까. 그런 덧없는 생각을 하며 아침해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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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engeng
· 4년 전
많이 외로우셨겠어요 만약 알바하실 수 있다면 추천드리고싶네요 알바가 친구사귈수도 있고 사회경험하기 좋습니다. 그리고 생일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