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건장한 20대 남자지만 고딩때 선배들에게 강제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동성|고등학교|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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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basketcase145
·4년 전
난 건장한 20대 남자지만 고딩때 선배들에게 강제로 못하는 축구를 1년내내 끌려다니고 쿠사리도 찰지게 먹은 덕에 남들 다 하는 축구가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그냥 개발이라고 웃고 넘어갈수도 있었겠지만 너무 혼났고 3년치 이미지가 추락했다. 나보다 어리버리해보이던 동기가 축구로 한순간에 나보다 잘나가게 되는 걸 애써 무시해야만 했다. 아니 진짜 남자들끼리 친목 다지기용으로 가볍게 하는게 축구아닌가. 공만 있으면 되니 얼마나좋아. 난 늘 사교수단으로 하나를 더 갖춘 또래 동성들이 부러웠다. 내가 훨씬 잘 알고있는 문화예술 책 쪽은 축구에 비하면 참 마이너한 관심사다.(또 성격은 남성적이라 여성분들과 정작 공감대가 적다) 피파 얘기만 나와도 기분이 울적해지고 티비에서 축구 중계가 나오면 그게 세상에서 제일 따분한 프로로 느껴지고 나아가 스포츠라는것 자체에 관심이 없다. 헬스는 아무도 나보고 이래라저래라하는 사람이 없고 나만 보며 가꿔나가면 되니까 신체적으로 건강하긴 하지만 축구와는 그렇게 확실히 선을 그은 채 살고 있었는데 이틀 전 기묘한 경험을 했다. 마침 스니커즈 스타일의 새 신발을 신고 턱걸이라도 하려 놀이터를 지나고 있었는데 초등학생들이 뛰어놀던 축구공이 내쪽으로 굴러왔다. 거의 튀어서 날아오는 수준이었다. 어찌됐든 걔네쪽으로 차줘야 했으므로 말그대로 대충 찼다. 근데 신발빨인가 발등에 축구공이 촥 감기더니 정확하게 포물선으로 날아서 초등학생들 쪽으로 꽃히는 거였다. 상체 다리 움직임조차 내가 생각해도 완벽했다. 초등학생들의 "아리가또고자이마스"를 들었다. 그때 갑자기 확 생각이 들었다. 이제 발로 공을 건들 수 있는 몸이 되었구나. 근거가 있다. 나는 축구로써 나를 압제하던 틀딱 고등학교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꽤 역사깊은 명문고였지만 인맥적 커넥션도 끊고 그곳 관련한 활동 그곳 이름을 어디에도 내걸고 뭘 하지 않았다. 덕분에 누가 엄청 친해진 다음 물어보지 않는 이상 내가 그 고등학교 출신이란 걸 대개 모른다. 그렇게 축구트라우마의 원인으로부터 멀어져 시간이 흐르고, 나만의 것(기타 헬스 전공 일 새분야의 인맥 등등)을 키워나간 시간이 20대 이후 누적되다 보니 뭔가 치료된 느낌이 든다. 두려워하던 걸 두려워하지 않는. 과거의 유리잔 같던 나와 작별할 수 있는. 이젠 공이 있으면 발로 건들며 제자리에서 차기 정도는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럴 것 같은 자신이 든다. 물론 그 스니커즈를 신었을 때만. ㅋㅋ 생각해보니 축구 강요당하던 고딩 때 난 최대한 축구 못하는걸 강조하려고 끝까지 축구화 장만을 안하고 투박한 워킹화 뉴발란스 같은걸 신었다. 주제에 10대 분들에게 응원도 해줄 수 있을것같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 씻지못할 상처가 있다면, 그 학교를 졸업하고 나와서 흘리는 땀방울로 전부는 아니더라도 꽤 많이 그 상처를 지울 수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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