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소연해서 미안합니다. 긴 글이어서도 미안합니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우울증|가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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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하소연해서 미안합니다. 긴 글이어서도 미안합니다. 내가 쓰는 글이 당신에게 상처가 되지않을까 미안합니다. 나는 마음이 여린 사람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2살 사회복지학과 휴학중인 남자입니다. 휴학의 이유는 공익근무요원으로 사회복지현장에서 근무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현재 지역아동센터라는, 쉽게 말해 초등학생들을 돌봐주는 곳에서 일을 하고있습니다. 특히 저는 '지역아동센터 공부방'이라는, 공부에 특화된 분야로 가르칠 줄 알았던 장소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젠 익숙해져서 웬만한건 괜찮지만, 저의 가치관이 무너지는 것은 참 안타까워서 처음으로 하소연 해봅니다. 이곳은 아이들은 30명 정도,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은 3명 정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은 각각 40대 후반, 50대, 그리고 센터장이라는, 쉽게 말해 셋중에서 대빵 사회복지사는 60대 입니다. 처음에 저는 이곳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운영될지, 어떤 식으로 아이들을 교육할지 기대를 하고 왔습니다. 그에 따른 열정도 있었고요. 그러나 기대가 크면 무너지기 쉽겠죠? 저는 완전히 무너졌던 것 같습니다. 오자마자 대뜸 아이들을 돌보라는 말을 하시곤 아이들 돌보는 방법도, 함께 노는 방법도 모른 채 아이들의 현장에 떠넘겨 졌습니다. 제대로 배운 것은 없었습니다. 그냥 무작정 아이들과 놀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터득했습니다. 명색에 공부방인데 아이들 공부는 어떻게 했냐고요? 그냥 공부 가르쳐주시는 외부 선생님을 불러서 공부를 가르치는 방식이었습니다. 여기 선생님들은 공부는 전혀 못하시는 분들이더군요. 그래도 상관없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가 터지고 외부선생님이 못 오시자 공부전담은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문제 푸는 것도, 체점도 일일히 하고 나면 진이 빠집니다. 특히나! 더욱 문제인것은 아이들이 공부 의욕이 없습니다. 초등 5학년 아이가 한자리수 곱셈 뺄셈을 어려워하고, 6학년 아이는 공부하라는 말에 바로 책상에 엎드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샌가 저는 지쳐버렸습니다. 공부가 끝난 후, 아이들과 놀아줘야 합니다. 그렇게 하루 일과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녹초가 됩니다.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은 뭘 하실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그들은 컴퓨터 작업이 많아 컴퓨터에만 신경을 쓸 수 밖에 없고, 아이들 돌보기는 뒤처리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그분들이 작업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그런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40대 후반 선생님은 컴퓨터 작업 도중 아이들을 돌봐주지만 다른 선생님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특히 센터장은 매번 사건이후에야 문제를 파악하는 사람입니다. 아이들 돌보기란 참 어렵습니다. 처음엔 화도 났고, 아이들이 싫었지만, 그로인해 우울증에 걸린 후, 마음가짐을 똑바로 하여 아이들을 사랑스럽게 대하니 조금은 낫습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종종 시선에서 멀어질때마다 다투고, 싸우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아이들은 다칩니다. 다치는게 쉽상이니 조심을 가하며 돌봐야합니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기에 다치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오늘(정확히는 금요일인 어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아이들이 조그마한 날붙이로 싸우다가 한 아이의 눈 근처에 상처가 생겼습니다. 저는 당황했고 연고를 발라주고 혹시 모르니 피부과에 가보라는 식으로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사실 사회복지사 선생님들께 보고를 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냥 무의식적으로 그들을 믿지 못한 것 같습니다. 결국 문제는 커졌고, 다친 아이는 부모님께 전화를 해 부모님께선 심각하게 반응하였고 모든 학부모들이 이 사실을 알아 책임은 사회복지사, 특히 센터장에게 넘어갔습니다. 그로인해 저는 혼났습니다. 사건 당시 잘 발견했어야지, 왜 혼자서 일을 만드냐는 등의 꾸중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꾸중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센터장이 할 말 없느냐고 묻자, 제 속으로는 '선생님들을 못 믿겠어서, 도대체 왜 나만 아이들을 돌보고 당신들은 그렇게 20년 넘게 일한 베테랑이면서 하는 것은 컴퓨터밖에 없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당시에는 머릿속이 하얬고 속으로 분노를 삼키기에만 급급했습니다. 오늘 일이 솔직하게 너무 억울하고 분통합니다. 위로 받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기대가 크면 마음만 아픈 것 같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느껴질 때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픕니다. 사회복지사는 그렇게 고상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저도 제 식대로만 해석하고 억울함을 토로하는, 이기적인 사람인 것 같아서 그냥 괴롭습니다. 참 힘든 현실입니다. 인정한다는 게, 현실을, 이상의 불가능을, 나 자신의 허약함을 인정한다는 게 참으로 괴롭습니다. 저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그들과 저도 어쩌면 똑같은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글 마치겠습니다. 하소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혼란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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