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기억에 구멍이 많다. 무슨 일이 있었고 그것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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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난 기억에 구멍이 많다. 무슨 일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힘들었다는 건 아는데 그 일이 정확히 뭐고 무슨 감정을 느꼈고 그 감정을 왜 느꼈는지를 모르겠는 기억들이 있다. 분명 뭔가 있었는데 기억이 안난다. 내 우울을 만들어낸 내게 의미있는 사건들인데. 기억이 드문드문 나도 그 조그만 힌트로는 유추할 수가 없다. 왜 그걸로 그렇게까지 힘들어하게 됐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 힘듦과 고생, 그 우울을 밀어내고 살아있기까지의 노력은 분명 있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난 아직 우울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고 제때 나오지 못해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증상들도 추가됐다. 난 이상하다. 사라진 중요한 기억들이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꽤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드문드문 기억나는 것, 키워드 하나만 기억나는 것, 있었다는 건 인지하는 것, 아예 있었는지도 모르는 것까지. 인지조차 못하고 있던 기억이 있다는 것은 주변 사람들의 ‘이런 일도 있었는데~기억안나?’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러나 들어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기억나지 않는다. 뭐 애초에 남의 각색됐을 기억을 어떻게 믿나 싶지만. 그 기억들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봐온 나약한 나라는 인간은 벌써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정말 그건 날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었을까? 알면 안될 것 같지만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다. 근데 기억 못하는 내 기억이라는 걸 남을 통해 들어도 이입이 안된다. 마치 제 3자로서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듣는다고 ‘맞아 그런 일이 있었어’하며 마법같이 기억이 복구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떤 것은 복구된다. 그것이 정말 내 기억인지 남의 이야기가 그럴듯하게 머릿속에 들러붙은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진짜 내 기억이 궁금하다. 근데 꼭 나쁜 것만 사라지진 않았다. 좋은 기억도 나쁜 기억도 사라졌다. 난 기억 못하는데 다른 이는 기억한다. 좋은 기억은 같이 추억해주지 못해 미안할 뿐이다. 나쁜 기억 잊는 건 이해하겠는데 좋은 기억은 왜 잊는 것일까? 그런 거야말로 추억하며 필요할 때 꺼내봐야 하는데. 내가 무엇 때문에 아파하는 건지 모르는 게 답답하다. 기억은 잘라내고 남은 것끼리 붙인 듯이 깔끔한데 입 밖으로 내 뱉을 수는 없는데 머릿속으로는 뭔가 있었다는 걸 알겠다. 알겠는데 왜 밖으로 꺼낼 수가 없지. 무색 무취 기체 형태인 기억을 밖으로 꺼낼 수만 있다면 고체가 되어 분명할 것 같은데. 있는 듯 없는 듯 뿌연 것도 아니고 깔끔하게 없는 기억인데 뭐가 있다고. 있다니까? 근데 없어. 모르겠어. 사실 없는 거고 내가 없는 기억 만들어내 상상으로 죽고 싶어한 건 아닐까 조금 무서워. 아니 근데 상상같지가 않다니까. 뭐가 있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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