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에 다다른 부모님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부부|중독|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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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에 다다른 부모님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cathsith009
·4년 전
사실 저희집은 이제껏 어떻게 이혼이나 별거 가정이 되지 않았나 싶은 집입니다. 어렸을적 단칸방에서 저와 제 동생이 두 분의 싸움에 웅크려 있다 잠이 들었고 아버지가 쓰러뜨린 냉장고와 튕겨져 나온 반찬들, 집어던져 박살났던 제 목각 시계와 비디오기계, 라이터 불에 타다 바닥에 눌어붙은 커튼.. 이게 제 가장 오래된 기억 속 두 분의 부부싸움입니다. 제가 5살적의 일이죠. 두 분은 참 맞지 않았어요. 불과 쇠 같아서 한쪽이 달구고 두들기면 한 쪽도 달아올라 맞붙으셨죠. 그러다 한 분이 집을 뛰쳐나가고 매번 남은 한 분이 저를 붙들고 분을 못이겨 토해내시던 소리가 저는 그렇게도 무서웠어요. 어릴때는 두 분이 헤어지실까봐, 좀 커서는 이러다 어느 한 쪽이 죽겠구나 싶어서요. 제가 대학생때에는 그럼 어디 죽어보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어머니께서 안방에서 목을 매기도 하셨으니까요. 119를 부르고 어머니의 몸을 흔들며 정말 미칠 것 같았어요. 이제 두 분이 헤어지시는게 무섭다기보다 우리집이 어디까지 가려는지 두려웠던 것 같아요. 집이 싫어지고.. 떠나고 싶기도 했죠. 여러가지가 밟혀서 그러진 못했지만요. 10살 넘게 차이 나는 어린 막내동생, 절 낳다 임신중독과 함께 백혈병이 발병됐다는 어머니, 간암에 신장암을 그 해에 수술한 아버지, 군대에 가 있어 아무것도 모를 큰동생까지요. 마음에 걸리는게 가족인지 돈인지 나인지도 모르겠지만 뭔가가 절 붙잡더군요. 하지만 떠나지 못하니 더 미칠 것 같았어요. 매번 싸움 후에는 이혼을 했어야 했는데 자식들이 밟혀 하지 못하셨다고 절 붙잡고 말하시는 어머니가 불쌍해 왜 내가 태어나서 어머니의 삶을 망쳤나 스스로가 밉다가.. 어머니의 편에서 아버지를 철저히 외면하는 동생들을 보자면 아버지도 안쓰럽다가.. 그런 자신들의 입장을 첫째인 저에게 이해해 달라고 저쪽이 나쁘지 않냐고 말하시는 두 분이 모두 싫다가.. 뭐 그런 식이었어요. 그렇게 계속 살아도 살아는 지더군요. 어떻게든요. 물론 제 미칠 것 같은 마음에도 불구하구요. 사실 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그런 오늘조차 두 분은 며칠 전 싸운 여파로 말도 하지 않고 밥도 함께 드시지 않고 서로가 없을 때 서로에 대한 섭섭한 점, 미운 점만 제게 말하고 계세요. 생일 케잌의 초는 가족이 모여서 함께 켜고 끄는 게 집안의 규칙이라면 규칙이지만 매번 술과 노름으로 마음대로 하시던 아버지는 오늘도 늦게 들어오셔서 다 먹은 케잌을 치우던 가족들에게 사람을 투명인간 취급하냐며 화를 내셨죠. 어쩌면 아버지는 제 생일을 계기로 어영부영 싸운 일을 덮고 넘어가려고 하셨을까 싶기도 하네요. 어머니는 아예 그런 일을 차단하려 하셨지만요. 큰딸인 제가 전화를 했어야 했겠지만 제 입장도 난처했어요. 자식이나 배우자의 생일에도 10시가 넘게 전화 한 통 없으신 때가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고 그때마다 그냥 남은 사람들끼리 생일상을 치뤘는데 하필이면 이런 냉전기간에 전화를 하겠다 할 수가 없었어요. 물론 어떻게 보면 곤란한 상황에 끼이기 싫은 제 변명일 뿐이겠지만요. 생일날마저 부모님의 눈치를 보며 미칠 것 같네요. 취준생이라 뭐라 크게 목소리를 낼 입장도 아니라 더 갑갑하구요. 두 분 싸움에 벌써 20년 넘게 눈치만 보고 살다보니 죽을 것 같아요. 시험 준비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기도 하구요. 제가 어떻게 해야 올바른 걸까요? 취준생이란 죄인 아닌 죄인의 신분으로 두 분의 욕받이 창구가 되어 미칠 것 같습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힘들다의욕없음속상해두통강박답답해우울불안해걱정돼우울해불안괴로워스트레스받아스트레스혼란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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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 4년 전
엄청 힘드실 듯요... 두 분이 사이도 안 좋으시고 서로에 대한 불만을 글쓴이분께 얘기하셔서 그거 들어주시는 것도 스트레스가 심하셨을 거 같아요. 아무리 부모님이고 자식이라지만 자식이 힘든데도 무조건 받아줘야 하고 견뎌야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자식이기 전에 한 명의 인간이고 인간에겐 자유가 있으니까요. 지금은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셨으니 같이 사실 수밖에 없겠지만 취업하시면 독립하는 것도 생각해 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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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ost122
· 4년 전
저도 찢어지게 가난한 유년을 보냈고 자주 싸우시고 집을 나가시는 아버지를 보고 자랐습니다. 고등학교때인가..재수할때 쯤엔가..불연듯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버지와 같은 인생을 살고 싶지 않고 내 인생은 부모님게 아니고 오롯이 내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님의 잘 못이 아닙니다. 부모의 인생은 자신들의 것이고 님의 인생은 님의 것입니다. 하실 수 있다면 뒤 돌아보지 마시고 독립해서 연끊고 사세요. 어찌보면 그리살아서 본인 인생을 원만히 가꾸며 사는게 부모에게 할 수 있는 또 다른 모양의 효도일 수도 있습니다...긴시간 많이 지치고 힘드셨을 텐데 힘내세요...제가 해드릴 수 있는게 토닥토닥 밖에 없네요...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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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mhyang
· 4년 전
@ghost122 근데 지금까지 키워주신 것도 감사한거 아닐까요.?? 배은망덕한거 아닐지.. 저도 글쓴이분과 비슷한 상환인데 너무 고민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