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_009 약속했던 토요일 저녁 7시. 나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이별|짝사랑|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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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후회_009 약속했던 토요일 저녁 7시. 나는 20분 빠른 6시40분에 미리 도착해서 널 기다렸다. 7시에 너에게 연락이 왔다. "나 오늘 갑자기 출근해서 회사에서 가는데 생각보다 좀 늦게 끝났네 금방갈게" "괜찮아. 조심히 와" "도착했어???" "음.....응. 그것보다 음식 식어서 어쩌지" "나는 뭐 안 먹어도 괜찮아 먹고 있어" "애초에 지난 주 네가 고르려던 것 중에 주문한거라.. 일했다며 안 먹어도 될리가 없잖아. 어쨌든 괜찮으니까 천천히 와" "얼른 갈게, 지하철 탔어" 그렇게 기다리던 시간. 너는 7시50분이 되서야 도착했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의 5일이라는 시간보다 토요일 저녁6시40분부터 7시50분까지의 한시간 조금 넘는 그 시간이 내겐 더 길게 느껴졌다. 일주일만에 다시 본 너는 여전히 예뻤다. 머리도 새로 하고, 신발도 새로 사고. 남자에게 예쁘다는 표현이 좀 그렇지만 넌 나에게 항상 예쁜 웃음을 가진 사람이었으니까 예뻤다. 처음에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할지 닷새동안 펜으로 적어도보고, 이곳에 내 생각을 정리해가며 혼자 중얼거리며 계속 연습했었는데, 네 얼굴을 보고나니 아무 소용없어졌다.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거든 어색하지 않았다. 네가 날 배려해서였을지 뭐였을진 몰라도 그저 일상얘기하면서 가볍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얘기를 하던 중에 너는 또 다시 익산을 가야한다고 했지 밤 기차를 타고.. 시간을 보니 얼마남지않았다 2시간남짓 그래서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을 꺼냈다. 천천히. 덤덤히. 내 얘기를 듣는 너의 표정은 나에게 너무 아팠다. 예쁘게 휜 그 눈이, 예쁘게 웃던 그 눈이.. 웃는게 아니라 슬퍼보이는 눈을 하고 내 얘기를 듣고 있었다. "나 안 보고싶었어?" 라고 묻는 나의 말에 "음...보고싶다기보단 궁금했어. 잘 지내고 있을지" 라며 대답하던 너. "사실 요새 매일같이 퇴근하면 밤11시 12시라 뭔가 깊게 생각 할 수도 없었고, 알잖아 누나. 나 잠 많은거. 집에 들어가서 씻고 누우면 다시 출근시간이고 또 12시 퇴근하고. 그래서 정말 뭘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 하~ 씨X XX힘들어 정말 헤헿" 사실 그 뒤로는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 분명히 꽤 많은 얘기를 했던 건 맞는데 어째서인지 지금은 드문드문 떠오를뿐이다. 얘기를 늘어놓다가 나는 울고, 추스리고 다시 울고, 추스리기를 몇 번. 그렇게 너를 붙잡았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넌 잡혀주지않았다. 다시 만나는 것을 생각 안해봤다면 거짓말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태에선 후회없다고 했다. 왜냐면 다시 만나면 당연히 잘해주긴 하겠지만 나를 볼 때마다 그 힘든 기억들이 떠올라서 혼자 곪아갈거라고 너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싫다고. 난 당연히 아직 네가 너무 좋다고. 한번도 잡아본적도 미련을 가진적도 이별에 후회해본적도 없는 내가 너무 아프다고. 네가 나중에라도 다른 사람을 만나서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할것도, 내가 아는 다른 누군가에게 그럴 모습을 상상만 해도 토악질이 나올것같다고. 끔찍한 일이라고. 다른 사람 백명 천명이 있어도 필요없다고 나는 너 하나면 된다고. 이렇게 말하고 계속 울고있는 나에게 너는.. "나도 싫지, 나도 누나 좋은데 당연히 누나가 그럴거 생각하면 싫어. 그런데 내가 곪아갈거 생각하면 그게 너무 힘들어" 아..이게 정말 끝이구나 정말 끝인거구나 헤어져서 아픈거보다, 지금 네가 생각나서 아플 힘듦이 더 크기 때문에 안되는거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더 슬퍼졌다. 바쁜 회사일이 끝나면 3달쯤 지나면 깊게 생각 할 시간이 되겠지만 지금은 너무 바빠서 아무 생각 못한다는 너의 그 말이 너무 아팠다. 이제는 한가해져야만 생각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전락한 내가 너무 속상했다. 그렇게 대화를 계속 하다보니 10시가 넘었다. 10시40몇분 기차를 타야하는 너니까 어느 정도 얘기가 다 나왔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서둘러서 가방이랑 계산서를 챙기고 일어섰다. "10시 넘었어. 이따 기차타고 익산가야한다며 늦겠다. 얼른 가야지 너. 일어나자" 마치 '잠깐만' 이라는 듯한 손 제스쳐와, 뭐라고 말을 하려다마는 너의 모습을 봤지만, 난 못 본척 일어나 계산하고 밖으로 나왔다. 앞이 흐렸다. 안에서는 울어도 괜찮았지만 번화가 한복판에서는 울고 싶지 않아서 꾹 참았다. 뒤에서 네가 날 부른다. "누나" 못 들은 척 했다. "누나" 다시 부른다. 결국 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살짝 뒤돌아서 본 모습은 네가 나에게 악수를 하려 손을 내민 상태였다. 잡을 수 없었다. 나를 만지고 쓰다듬어주던 그 손을 잡으면 정말 끝이라는걸 인정하게 될까봐, 그리고 더욱 그 손을 놓기 싫어서 잡은 채로 길바닥에서 펑펑 울게 될까봐 잡을 수 없었다. 고개를 도리질하고 "싫어.. 안 잡을래.." 라고 말을 한 후 수 많은 인파속을 걸어갔다. 택시를 타고 계속 끅끅거리며 울었다. 내려서 집에 도착 할 때까지도 계속 울었다. 침대에 누워 계속 울었다. 그렇게 울다지쳐 잠이 들었다. 우리는 연락을 끊을 수 없는 사이인걸 안다. 10년의 세월이 결코 짧지않으니까. 비록 연애는 짧았어도 알아온 세월을 무시하진 못하니까. 어떻게든 우린 다시 연락하게 될거란걸 안다. 울다지쳐 잠에서 깬 뒤 담배를 피려 욕실에 들어갔는데, 주저앉아 오열했다. 주말마다 우리집에서 자고 가던 널 위해 걸려있던 칫솔을 보고 펑펑 울 수 밖에 없었다. 진정하고 다시 방으로 와서 서랍을 정리하는데 다시 주저앉아 울었다. 너의 양말이 거기 있어서 어떻게든 이 집엔 너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무서웠다. 이 동네로 이사온것도 너랑 조금 더 가까이 있고 싶어서 결정한 거였는데, 이제 이 집이 이 동네가 나에겐 무섭다. 출퇴근길 조차도 너와 같이 거닐지 않은 곳이 없었고 밥을 먹고 술을 마시던 모든 곳들이 다 너와 함께한 곳인데 어딜가든 네가 생각이 날텐데 나는 여기에 남겨졌다. 지옥이다. 네가 처음이라 너무 아프다. 이별후에 누구나 겪는 후폭풍이라는걸 난 지금 처음 겪어본다. 이게 이렇게 아픈건지 나는 몰랐다. 어린시절 내가 3년을 짝사랑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이 내 첫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네가 네 첫사랑이었다. 그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하고 사랑하고 아픈데 어떻게 이게 첫사랑이 아닐 수가 있을까? 이게 진짜 사랑이란걸 알아버렸는데 어떻게 쉽게 널 놓을까 내 차례다. 이제는 내가 널 기다릴 차례다. 6년전 고백을 해준 너. 3년전 다시 고백을 해준 너. 3년전에 크게 상처받고 긴 시간 기다리며 나에게 다시 연락을 하던 너. 내 마음이 열리면 연락해도 된다는걸로 알겠다며 말하던 너. 그렇게 긴 시간 아파하고 기다리던 너였다. 이제는 내가 그럴 차례다. 며칠이건 몇 달이건 몇 년이건.. 내가 얼마나 기다릴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견딜 수 있을 만큼만 딱 그만큼만 조금 기다려보려한다. 네 상처가 아물 때 까지. 네가 행복하길 바라지만 그 안에 내가 없는 행복을 바라진 않는다
공허해힘들다속상해무기력해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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