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지우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우울증|결핍|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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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지우다
커피콩_레벨_아이콘AegeanSea
·4년 전
저는 난임질환이 있어서 월경도 수개월에 한번씩 해왔고 위염을 수년째 심하게 앓고 있었기에 임신에 대한 예측을 전혀 할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지옥같던 입덧도 여태 앓던 위염과 구분하기 어려웠죠. 하지만 임신임을 판정받게되고 초음파 사진이 눈앞에 들이밀어 지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과 좌절감을 맛보았습니다. <윤리적으로는 당연하나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아이 아빠로부터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금전적 보상도 받았으나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았죠.. 수술하기 직전, 제정신이 아니어서였는지 엄마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엄마는 내가 아이를 가졌다면 어떨 것 같아" "축복받아야하는데" 하는 답장의 한참 뒤에, 뒤늦게 눈치를 채신건지 요즘 (이러저러한 질환들로 독한) 약 여럿 먹고있다지 않았느냐며 오만 걱정이 다 든다고 직접 만나서든 이야기를 좀 나눠보자고 걱정하는 답장이 몰아쳤습니다. 수술방 호출을 듣고, "오늘 끝나." 하는 답장을 보낸 후 그 끔찍한 시간을 맞았습니다. 마취가 풀리고 아랫배 속의 고통에 몸부리치다 퇴원할 시간이 되어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그게 무슨말이냐 물으셨기에, "끝났어." 라고 보냈고 엄마가 미친듯이 놀라는 답장들을 보냈지만 차마 읽지 못했습니다. 그렇게나 숨이 막혀 나와 살던 저였지만 엄마와 다른 식구들이 있는 본집을 향해 일단은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수술 후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산후질환들을 겪고있지만 가장 괴로운것은 끊임없이 잠식되어가는 제 자아입니다. 나를 잠식시키는 요소를 표시해보겠습니다 *1),*2),*3)••• 시가의 아들타령으로 인해 교육공무원쪽 진로를 강제 포기 당하고 도저히 임신과 출산을 감당 할 수 없다는 몸 임에도 아들때문에 저를 가지셨다가 낳아보니 딸이어서 의사의 위급한 경고 속에도 차라리 아들을 낳고 죽어버리겠다며 무리하게 연년생으로 제 남동생을 낳았다던 엄마의 말 친조부모님과 아빠의 분명한 차별 그로인해 *1) 모두 ㅇㅇ이(동생)것인데, 나는 얻어받는 삶이라고 느껴져 온 이번 삶... 어릴적부터 저는 엄마와 제게 심하게 대하시는 아빠 탓에 좋은 남편, 좋은 아빠, 즉.. 좋은 남자에 대한 가치관이 없었습니다. 생활력까지 없는 남자였으니, 엄마는 두 아이의 독박 육아에 시월드 횡포에 생활전선까지 오로지 홀로 감내하셔야 하셨으므로 제 마음을 보듬어주실 여유는 커녕 본인 스스로의 마음이 너무 가시밭길이어서 우리 모녀는 서로를 상처주는 사이를 만들어왔지요. 고로, 애정결핍의 심각한 증세가 깊숙히 있었고, 남자 판별하는 안목이 없는것은 물론이요, 남자를 내 뜻대로 구워삶는 여우력 또한 전혀 없다보니, 남자들로 인한 피눈물들을 살면서 아주 많이 흘려왔죠. 그때문에 저는 차라리 소박하게나마 나 스스로 행복하고 단단하게 사는 삶을 위하고자 비혼 비연애 주의를 선언하며 지냈지만 번번히 그 벽을 뚫고 불도저처럼 제 삶에 무리하게 비집고 들어와 사랑을 외치던 남자들은 자신의 감정이 진정 사랑인지, 혹은 미쳐버린 이기적인 정복감인지 구분하지 못했던거겠죠. 제가 매우 어렵게 마음을 열면 떠나갔으니까요... 이번의 전남친인 아이 아빠 또한 그래서 헤어졌던거고요. 이러한 연계과정에서 비롯된, *2) 살면서 나는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사랑받는 일 같은 건 나로서는 도저히 쟁취해 낼 수 없는거구나 하는 좌절감 >> 남자불신, 비연애주의 등에 대한 정복감 혹은 성적 욕구를 위한 정복감을 가지고 접근한 남자 뿐이었고 제대로 된 바른 애정을 가지고 다가온 남자는 없었다고 느낌. 있었다 한들 바른 애정의 방향으로 내가 끌어오지 못했을 것임... *3) 어젯밤 잠결에 보았던, 내 산후조리를 위해 큰솥 가득 미역국을 끓여주시며 숨죽여 울고있던 엄마의 뒷모습, 이번 일로 돈이 한푼도 안 남아서 이번 월세만 도와줄 수 없겠느냐고 엄마에게 손 벌려 버린 나와 그로 인한 자괴감 *4) 내 인생은 어디서부터 잘못 된 것인가 하며 거슬러올라가게 되는 절망감 = 내가 기막히게 예쁘거나 성격이라도 여우같은 똑부러지는 치명적 매력을 가졌다면? > 내가 아들이었다면? > 우리엄마가 우리아빠를 만나지 않았다면? 아랫부분은, 전하지는 못하겠지만 적어 본.. 아이 아빠를 향한 메세지입니다. ----- 헤라는 제우스의 아이를 가진 레토를 용서 할 수 없어서, 세상 모든 만물에게 레토가 출산 할 장소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명령했어. 하지만 그녀는 결국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을 낳았지. 제우스가 몰래 도왔으니까. 너도 너의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할게. 너를 원망해봤자 달라지는것도 아무것도 없고 나만 더 괴로워지잖아. 태명을 지을 여유 조차 없었지만 지었다면 뭐가 좋을지 지금에서야 생각이 났어. 자두, 였지 않았을까.. 태어났다면 상현이였을거야. 지옥같은 입덧 속에서도 수술하기 직전의 밤, 마지막으로라도 잘 넘어가던 음식이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빨갛게 익은 자두였고 그 아이의 존재에 대한 무의식적인 감이 왔던 날에는 올려다 본 달이 아주 커다란 상현달이었으니까... 그 아이가 생긴 날은 하현달의 날이었지만 말이야. 그 지긋지긋한 달... 시간이 지나도 올려다보기만 하면 너를 떠오르게 하던 달..... 그런 달의 이름이라니 정말 기가막히지. 너 때문에 더이상은 울고싶지도 눈물이 나지도 않았었기에 두번째 이별 이후에는 단 한번도 너로 인한 눈물을 흘린 적이 없지만, 이 아이가 사라지는 과정에서 내가 사라지는것 같아서 넋놓고 우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더라.. 수술이 끝나고 받은 약 봉지와 수술 후 관리사항을 봐도 글씨를 읽되 머릿속에 그 내용이 도저히 인지 되지가 않았어. 통증과 현기증 탓도 있었겠지만 내 마음과 정신이 모두 멈춘 것만 같았다고 할까. 그렇게 나를 차라리 죽여달라 애원하게 만들던 끔찍한 입덧은 수술이 끝난 후 거짓말처럼 감쪽같이 사라지더라고. 마치 여태 악몽이라도 꿨던 듯이. 실감나게 하는 것들이란 수술 전까지와는 비교도 못하게 커진 통증, 근골격계 데미지로 인한 온몸 구석구석의 저림과 뼈마디의 시려움, 호르몬의 급감으로 인한 산후우울증으로 시도 때도 없이 터져나오는 눈물과 자살욕구.. 손 마디 조차 힘이 들어가질 않아서 생수병 뚜껑 조차 내가 열 수 없음에 서러워 세시간씩 울고는 해. 우리 엄마는 네가 죽은 줄 만 알아. 아니라면 나몰래 너를 죽이러 가실테니까. 내가 무슨 자격으로 엄마가 끓여주는 미역국을 먹고 있을까, 내가 무슨 자격으로 치료를 받고 일상을 되돌릴 준비를 하는걸까 지금도 내가 너를 원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아. 사랑도 임신도 우리 두사람의 쌍방간 책임이야 이 글도 단순히 산후우울증에서 비롯된 넋두리에 지나지 않을 지 몰라. 너도 언젠가 또다시 나 아닌 다른여자와의 임신, 혹은 그를 너머 출산과 육아까지를 겪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 그부분에 대한 저주를 하고싶지도 않아.. 전혀. 다만 바라건대 부디 그 책임의 무게라는 것을 꼭 인지하는 삶을 살아. 네가 네 친아버지를 얼마나 사랑했고 그리워 하는지 내게 말해줬듯이, 그런 아버지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그리고 행복해라 너는 나를 사랑 한 적 없었다는 걸 처음부터 다 알고있었지만 나까지 너를 사랑한 적 없었던 건 아니니까 ------ 마음놓고 누군가를 100% 미워하지도 못하고 행복을 바라주면서 저는 저를 대체 어떻게 하고 싶은걸까요 더이상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혼란스러워트라우마어지러움우울해무서워공허해무기력해망상의욕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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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MyMilkyWay
· 4년 전
글을 읽으며 남녀간의 사랑과 그것을 쉽게 여기거나 조심하지 않았을때 여자가 오롯이 떠안게되는 너무나 무거운 책임을 느끼게 되었어요...남자들... 참 같은 여자로서 화가나네요 마카님은 원망하지 않는다하셨지만 전 원망의 마음이 들어요. 신체적 구조에서 오늘 차이일까요 왜 여자는 이런 고통을 감내해야 할까요. 남자는 사과따위나 돈몇푼이면 해방되는 그런 무게밖에 안 되는데 ... 마카님 지금 느끼는 감정 다 이유가 있고 그렇게 느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오직 스스로를 위해 다시 건강과 행복을 되찾길 바랄게요..마음의 안정을 찾고 휴식하시길 바라요.. 마음이 아프네요. 자책도 자괴감도 후회도 말아요. 자신만 생각하고 자신만 위하는 그런 삶 살아요. 내가 먼저 살아야하잖아요.. 오늘은 어제보다 맑고 밝은 마음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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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lyang1
· 4년 전
뭐이렇게 슬퍼요ㅠㅠㅠㅠㅠ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그냥 몇시간이고 끌어안아드리고 싶어요ㅠㅠㅠㅠㅠ뭐라 조언을 해드릴 수도 없을 만큼 엄청난 슬픔이 똑똑 떨어지는 것 같아요ㅠㅠㅠ 그래도 AegeanSea님은 소중한 사람이니까 스스로에 대한 자책은 그만해요 앞으로 모든 일이 다 잘 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