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때 조금 특이한 비밀연애를 했었어요. 남친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우울증|왕따|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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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초등학생때 조금 특이한 비밀연애를 했었어요. 남친은 왕따, 나는 또 라이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중학교 2학년이에요. 6학년때, 1년정도 많이 특이한 첫 연애를 했었어요. 상대는 저희 학교 왕따였어요.(가명-성민으로 부를게요.) 강성민은 키도 제일 작고, 머리도 맨날 떡져있고, 소심하고 공부도 못하는 애여서 저도 5학년때까진 걔를 말로만 들었는데도 싫어했어요. 또, 그때의 저는 완전 왈가닥에 많이 나대는 타입이였는데 공부를 잘하는 편이였어서 잘난체가 심했어요. 이제 보니 지금이랑은 정반대네요. 여자애들한테는 인기가 많았고 무리에 잘 꼈지만, 모든 남자애들은 절 극혐이라고 해서 저도 누가 절 좋아할거라는 생각을 한번도 못 해봤어요. 그런데 2018년 6학년때, 강성민이랑 같은 반이 처음으로 됐었는데 3월에 걔가 제게 카톡으로 고백을 했어요. 저는 기분이 이상했어요. 난생 처음으로 받은 고백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때 누구를 사귈 생각을 해본적도 없기에 그 고백은 미안하다고 하고 찼고, 저희 둘만 아는 비밀로 했어요. 그 이후로 교실에서는 말 안하고 카톡에서만 말 주고받는 남사친, 여사친 사이가 됐어요. 그런데 얘기를 해보니까,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애였던 거에요. 제가 남들과 잘 어울리는게 부러웠고, 웃는 모습이 좋았데요. 저도 걔랑 얘기하면, 100% 비밀 보장인데다 여자애들이랑 얘기하는 것보다 편해서, 심심하면 강성민이랑 카톡하곤 했어요. 그리고, 제가 걔에게 공부 멘토가 돼주기도 했어요. 방학동안 카톡으로 영어랑 수학 가르쳐줬더니까 강성민도 전보다는 나아지더라고요. 그렇게 강성민이랑 얘기를 하는 시간이 많으니까 점점 정이 쌓였어요. 그래서 호감이 가고 있었는데, 딱 2018년 10월 12일부터 저도 걔를 좋아하게 됐어요. 그 날은 제가 엄청 우울했던 날이에요. 친구랑도 싸우고, 시험도 시원하게 말아먹고, 엄마한테 혼나고, 이만원 든 지갑까지 잃어버렸거든요. 그 날에 강성민이랑 오랫동안 통화를 했어요. 제가 울면서 속상했던 일 주저리 주저리 털어놓았어요. 강성민은 얘기를 잘 들어줬어요. 그냥 잘 들어주고, 괜찮냐고 해준게 다인데 그날 고조됐던 감정으로 인해 호감이 좋아하는 마음으로 바뀌었어요. 그 이후로, 저희는 전보다 더 특별한 사이가 되었어요.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있고, 서로가 그 사실을 아는데, 둘 다 용기가 없어서 사귀자는 말을 못하는 사이였죠. 사실 사귀자는 말을 하는데에는 용기 말고 또 다른 문제가 있었어요. 제가 왕따랑 사귄다는걸 부모님, 동생, 친구들이 알면 뭐라고 할지 두려웠죠. 사귀는데 그게 대수냐고 할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때의 저는 그게 두려웠어요. 걔도 마찬가지 였나봐요. 그냥 왕따가 누구랑 사귄다고 하면 반 애들이 놀리고 시선이 집중되잖아요. 소심했던 강성민은 그 부분이 싫었나봐요. 그래서, 서로의 합의 하에 2019년 1월 1일 부로 비밀연애가 시작되었어요. 그런데 불행이니 다행인지, 강성민은 A중학교, 저는 B중학교로 배정을 받았어요. 그래서 저희는 사귀는 동안 한번도 못 만났지만, 카톡이나 전화로 이틀? 사흘? 에 한번정도 얘기를 하곤 했어요. 그런데 제가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곤경에 처했어요. 제가 부반장이 돼서, 전 학년 각반 반장, 부반장만 참여하는 간부수련회에 가게 됐거든요. 같은 초등학교였지만 별로 안 친했던 여자애 2명, 처음보는 여자애 3명에서 한 방을 쓰게 됐는데 밤에 진실게임이 시작됐어요. 그런데 누가 제게 남친이 있느냐고 물은거에요. 비밀연애니까 없다고 해야 하는데, 그 순간 진실게임과 강성민 생각이 동시에 나서 뇌를 안 거치고 남친이 있다고 말해버렸어요. 그 다음날, 전 학년에 제가 남친이 있다고 소문이 퍼져버렸어요. 제가 남친이 누구인지 얘기를 하지 않자 작년에 같은 초등학교를 나왔던 애들은, 페북을 뒤져가며 제 남친을 수색했어요. 뭐, 저는 안심했죠. 강성민은 페북을 안하니까. 그래도 들키지 않으려고 걔랑 정 반대의 성격을 제 남친이랍시고 찾아보라고 했죠. 키크고 공부잘하고 어쩌고 저쩌고... 걔네가 찾는 애들마다 걔는 아니라고 말했어요. 그러니까 좀 똑똑한 애 한명이, 혹시 얘 남친 페북 안하는거 아니냐고 막 강성민 같은 애인거 아니냐고 장난식으로 말을 던졌는데 당연히 조금 찔렸지만 아니라고 했죠. 그런데 그 뒤로 애들이, 얘가 왜 강성민같은 ***랑 사귀겠냐고 강성민을 까는거예요. 솔직히 조금 속상했는데 티는 안 냈죠. 이렇게 몇주쯤 지나니까 '○○이 남친 찾기'는 거의 사라졌고, 전 학년이 제가 남친은 있지만 누군지는 모르는 상태가 됐어요. 중1 초반까지도 저는 계속 나댔는데, 그래서 남자애들도 뭔 ○○○같은 애가 남친이 있냐고 말하곤 했어요. 저는 그 사실을 강성민이랑 얘기하면서 마냥 웃겼고요. 그런데 제 남친이라는 주제가 6월에 다시 화두에 오르자, 이렇게 찾아도 없는거 보면 얘 뻥치는거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어요. 그때 저는 제가 간부수련회 밤에 한 말이 어마무시하게 커졌다는 걸 알았어요. 키크고 공부잘한다고 거짓말을 해놨는데 그게 강성민인 걸 알면 주목받기를 싫어하는 강성민은 강성민대로 속상할거고, 애들은 애들대로 절 거짓말쟁이로 볼거에요. 그래도 다행히 그때도 며칠동안 화제가 되다가 다시 사그라들었어요. 그리고 그 뒤로는 저는 걔랑 카톡으로긴 하지만 행복하게 연애했어요. 전화도 자주 했고요. 그런데 9월쯤에 우울증이 찾아왔어요. 강성민은 여전히 좋았지만 대인기피증이 생겨버린 저는 사람들과 대화를 피하면서 강성민의 전화도 받지 않고 카톡도 안읽씹하다가 한달에 한두번 연락했고요. 또, 제가 너무 한심하고 멍청하게 보여서 원래 걔랑 전화하면 학교 생활을 공유하거나 사랑한단 말을 주고 받았는데 그때부터는 "넌 날 왜 좋아해? 난 진짜 멍청하고 성격도 더럽고 이기적이고 대책없는데..." 라며 자기비하하는 소리만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히 걔 입장에선 짜증났을건데, 그럼에도 강성민은 예쁜 말들로 대답해줬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진국이였네... 어쨌든 그때 저의 우울감은 11월에 절정으로 치솟았어요. 그러면서 한달동안 잠수타다가 12월 27일, 361일째에 헤어지자고 말했어요. 걔가 싫어진게 아니에요. 오히려 너무 고마웠고 여전히 좋아했지만, 제 스스로가 너무 힘들었거든요. 나따위가 남친이 있을 자격이 있는지, 너무 큰 거짓말을 이젠 끝내야 하는게 아닌지... 강성민도 그 낌새를 눈치채고 있었나봐요. 덤덤하게 알겠다고 하고 길긴 엄청나게 길지만 손 한번 못 잡아본 1년간의 좀 특이한 비밀연애가 끝이 났어요. 미련을 버리고자, 그리고 그맘때쯤 심해진 대인기피증 때문에 카톡은 그냥 지워버렸고요. 그 당시에 제 걱정은, 저희 학년 애들이 제가 헤어진걸 알게 되는 거였어요. 그냥 "나 남친이랑 헤어졌어" 하면 되는 건데, 비밀 연애중이었던 저였으니까 또 다시 '○○이 남친 찾기' 가 애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기를 바랬거든요. 그래서 남친이랑 관련된 얘기를 먼저 물은 애들한테만 살짝 헤어졌다고 얘기를 해줬어요. 그런데 다행인지, 2월부터 코로나로 인해 학교를 오래 안 나가게 된거에요. 그래서 학교 애들이랑 강성민은 생각도 안 하고 지냈어요. 그런데 저번주, 등교 개학을 했다가 집에 오는데, 강성민을 봤어요. 같이 가던 애들이 "쟤 강성민 아니야?"하는거에요. 그래서 봤는데, 교복입고 다른 남자애들 세명이랑 지나가는 강성민이 있었어요. 6학년때는 키가 143인가, 그 정도 됐던 것 같은데 지나가면서 흘낏 보니까 저보다 훨씬 키가 커졌더라고요. 그 짧은 순간에 그 2년의 모든 기억들이 스쳐지나갔어요. 그리고 지금도, 새벽 감성의 영향인지 강성민이 다시 떠오르네요. 만약 걔랑 다시 얘기할수 있다면, 정말 고마웠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진짜 15년동안 듣도보도 못한 연애였지만 좋았다고요.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당당하게 내가 강성민이랑 사귀고 있다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싶네요. 새벽감성 지난 년도 추억팔이였어요. 긴 글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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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using
· 4년 전
다시 연락해서 잘될가능성은 전혀없을까요..너무 안타까워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