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 과제랑 공부는 다 미뤄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불안|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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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 과제랑 공부는 다 미뤄버렸어. 다른 내 또래 중학생들은 열심히 나아가는 것 같은데. 취미활동을 하려 해도 그것조차 전혀 즐겁지 않아. 분명 작년까지만 해도 글쓰고 그림그리는게 재밌었는데. 그냥 쉬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쉬는 방법을 잊었어. 카톡할 친구 하나 없어. 그 전에 사람과 대화하는 것도 두렵고. 유튜브를 보면 모두 다 잘하는게 있고 나보다 행복해 보여. 돼지우리처럼 잡동사니로 가득한 내 방을 청소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도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감조차 안 잡혀. TV를 틀면 웃고있는 사람들이 나오지만 그걸 보는 나는 웃음이 안 나와. 뭐라도 먹어야할 것 같아서 하루종일 군것질만 했는데 몸무게 앞자리가 바뀌었어. 이런 내가 너무 혐오스러워. 내일의 나에게 벌을 줘야지. 아무것도 먹이지 말아야지. 주위 사람들은 열심히 나아가고 있어. 공부를 하고, 친구랑 놀고. 몇년전 나라면 당연히 했겠지만 지금의 나로썬 시작이 두려운걸. 잠 자려 누워봐도 생각만 늘어가. 결국 어제도 5시에 잠들었지 뭐야. 오늘 내 하루는 완전 한심했어. 아무것도 한게 없어.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 하다가 라면이랑 과자, 삼각김밥 몇개 까먹고. 동생이랑 부모님의 목소리가 듣기 싫어서 방문을 걸어잠궈 버렸어. 어젯밤부터 내 방에서 나가지 않았어. 하루종일 핸드폰은 충전기에 꽂은 채 할것도 없지만 핸드폰을 하고 있어. 카톡이 울리지만 받지 않을래. 사람들과 얘기하는게 두려우니까. 친구들에게 수행평가 범위와 준비물을 알려주겠다는 공약을 걸고 반장선거에 나와 부반장이 되었지만 지금 내게 수행평가 범위를 묻는 반 애들의 카톡은 무시하고 있어. 너무 무기력하게 느껴져. 누워서 숨쉬는것 말고는 하는게 없나봐. 우울해. 공허해. 슬프다는 마음은 들지만 눈물이 나올 힘도 없어. 하루종일 누워있다가 이제야 일어났어. 두 발을 땅에 딛으니 휘청이는 듯해. 머리는 또 왜 이리 어지러*** 몰라. 내 방에있는 거울을 보았어. 눈은 부엇고 머리는 떡졌고 몸은 살쪘고 나는 추해. 이런 날 보기 싫어서 거울을 등지고 다시 누웠어. 우리 학교는 격주로 등교를 하기에, 이번 한주동안은 온라인 학습이야. 내일 아침에 일어나 자가진단과 출석체크도 해야하고, 1교시부터 조별과제 조장하는 생각하니 정말 끔찍해. 지난 몇달간 온라인학습 결석, 지각, 과제 미제출한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너무 우울해서 내일의 내가 결석해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창문을 열어보니, 17층 우리 집에서 보는 밤 달이 너무 예뻐. 밤 공기는 시원해. 주변 아파트에서 불빛이 반짝여. 다들 뭐하고 있을까. 누군가는 자신을 위해 공부하고 있을거고 누군가는 자식을 위해 집안일을 하지 않을까. 또 불 꺼진 집은 일찍 잠들었을거고, 불 켜진 집은 가족끼리 치킨이라도 시켜먹나. 다들 바쁘게 무언가를 하고 있을텐데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아.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내가 한심해보이지만 정작 침대에서 일어나는게 얼마나 힘든데. 오늘 하루도 핸드폰만 뒤적이다가, 자기비하하다가, 의미없이 지나갈거야. 내일도 모레도 그럴것만 같아. 말도 없고 울지도 않고 웃지도 않아. 뭐 다를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왜 살지. 내가 먹는 음식, 마시는 공기가 아까워. 무언가를 시작할 용기도 없는 내가 싫어. 고마운 누군가의 말로 무언가에 발걸음 디뎌도, 3분이면 흥미를 잃는 내가 이해 안 가. 오늘도 나는 나보다 잘난, 무언가를 하고있는 사람 사이에 아무것도 하지않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채로 무의미한 하루를 보냈어. 좀 있으면 이 하루가 끝나. 무기력하고, 괴롭고, 한심하고, 또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하기도 해. 나아가야 하는데 방법도 알고 있는데 실천이 왜 이렇게 어려*** 모르겠어. 뭐라도 해보려 하면 무기력이 날 가둬버려. 한쪽이 공허해. 죽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않아. 난 죽을 용기가 없거든. 자살하는 사람들은 참 대단해. 옥상에 올라가서 보이지도 않는 바닥을 내려다보면 두려운 마음이 죽고싶은 마음을 넘어서는데. 자살하는 것도 다 용기지, 뭐. 그냥 이렇게 조용히 살다가 조용히 사라지고 싶어. 사는게 귀찮은데, 그만 사는건 어떨까. 누가 슬퍼해줄까. 누가 슬퍼한다고 한들 죽은 나는 그 슬픔을 알 수 있을까. 나는 살 가치도 없고 죽을 가치도 없나봐. 그냥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인 양 이렇게 누워만 있다가 점점 사라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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