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1n여 년, 그리고 조울증 진단을 받기까지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우울증|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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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우울증 1n여 년, 그리고 조울증 진단을 받기까지.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여 글을 적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참고 정도만 해 주십시오. ‘내가 이만큼, 제일 힘들었어!’ 하고 불행 전시, 우울 부심을 부리려는 건 아닙니다만, 성장 과정, 인생의 전반에 있어 온갖 부정적인 경험들을 다 해 보았죠. 돌이 채 되기도 전에 부모님의 이혼, 알콜 중독 아버지의 폭언과 폭력, 새어머니와 그 딸들, 따돌림, 비행, 자해와 자살 시도, 인간(애정)관계에서의 계속된 좌절, 사고로 인한 소중한 사람의 상실, 믿었던 사람에게 성폭력 시도를 당하는 등... (이 글에서 전하고자 하는 건 대략적인 과정, 극복을 위한 노력 등이며 상세히 적는 것은 의도치 않게 같은 아픔을 겪으신 분들의 트리거를 눌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건, 외상(트라우마)이 있다, 정도로만 적었습니다.) 저는 대인기피증까지 겪으며 2년여 간을 간단한 외출(집 앞 슈퍼)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인간관계를 단절하다시피 지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아픔에 무뎌져 눈물조차 나오지 않게 되었을 때쯤, 전 ‘우울’을 저의 성격적인 기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원래 예민하고 우울한 성격이구나, 별나구나, 하고요. 집에서 불 꺼진 방 안에 누워만 있으면서도 단순히 내가 게으른 줄로만 알았어요. 이게 병이란 걸 처음엔 몰랐고, 후에는 알면서도 방치를 했습니다. 내가 의지가 약해서, 내가 나약해서 그렇다며 모든 화살의 촉을 제게 돌렸던 거죠. 하지만 어찌저찌 대학에 진학을 하고, 주마다 학생 상담실을 한두 차례씩 다니며 졸업까지는 끝마쳤습니다. (전과, 휴학 등으로 시기는 동기들보다 늦었지만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우는 법조차 잊었을 정도로 고통에 둔감해졌다고 했는데(그렇게 믿고 있었습니다.), 제 얘기를 듣다가 마시고는 상담을 진행하시던 선생님이 문득 슬프시다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러시넀더니 네가 그런 얘기를 덤덤하게 해서 자기는 그게 너무 슬프다고. 그렇지만 저는 그때도 제 병의 심각성을 몰랐던 거예요. 조울증은 제가 전공과는 완전히 다른 분야의 국가고시를 준비하던 중에 갑작스레 찾아 왔습니다. 사실 당연한 거였어요. 오랫동안 저를 좀먹으며 기생하던 부정적인 감정들은 마침내 절 균열에 이르게 했었습니다. 쓰나미가 닥치듯 밀려들어와 손 쓸 방도가 없었어요. 전공을 살려 취업을 했지만 특정인(상사)에 의한 괴롭힘에 견디다 못해 퇴사를 했었더랬죠. 한국 정서상 당연하게 요구돼오는 것들이잖아요? 10대에는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을 가고, 20대에는 취업을 해서 직장을 다니고, 30대에는 안정이 되어 가정을 꾸리고...... 그 당시 저는 스스로를 실패자, 낙오자라 단정을 지었던 거 같습니다. 저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생각했습니다. 국가고시를 준비하기 직전에는 건강상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20대에 직장암 판정을 받게 되었던 거죠. 약물 쇼크 등으로 고역을 겪기도 했지만, 불행 중 다행스럽게도 전이가 없는 초기 단계라 수술은 잘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살고 싶었으면서, 결국은 살아남았으면서,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첫 단추를 다시 제자리에 끼우려면 여지껏 채웠던 단추를 풀고서 하나씩 끼워 맞춰야 하는데, 그럴 엄두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무서웠습니다. 정말 절실히, 이 삶에서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죽음이라면 이 모든 걸 끝낼 수 있을 거 같아, 또 다시 칼을 들고 망설이기도 하였지요. 물론 극심한 우울기도 있었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의사가 아니라 조심스레 예상해 보건대,) 조증 시기에 모든 학업을 접고 정신과를 찾게 되었어요. 정신병이 정말 힘들고 미치겠는 건, 나만 아프고 힘들면 끝인 게 아니라, 주변까지 고통스럽고 힘들게 만든다는 거예요. 그래서 치료를 결심했고, 저는 최소 중등도~중증의 양극성 장애(조울증) 진단을 받게 됩니다. 후에 알았는데 조증이 막 기분이 들뜨고, 좋고, 이런 것뿐만 아니라 예민해지고, 이런 증상도 있더라고요. 전 그런 케이스였나 봐요. 조울증은 제 일상과 인간관계를 파괴했고, 아직도 주마다 약을 타 먹고 있지만 제가 효과를 봤던 방법들을 몇 가지 소개해드리려 해요. 1. 무엇이든 나 혼자만 잘못해서 일어나는 일은 없습니다. 내가 약해서, 의지가 어때서, 나 때문에, 내가 이래서, 내 탓이다? 아니에요. 다른 장기, 기관이 망가져서 질병이 오듯 뇌가 망가져서 오는 마음의 병이기에 전문가와 상담 후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면 선행이 되어야 합니다. (2018년 즈음? 부터 해서 정신과도 의료 보험이 됩니다. 단, 병원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여 알아 보시기를...) 여유가 되신다면 이후 상담치료도 병행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요새는 상담 관련 민간 자격증(비전문가)들도 워낙 많기에 상담가 선생님의 이력을 확인 가능한 곳에서 상담을 받으시는 게 좋아요. 1번 같은 경우 저도 받아들이는 데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확실히 약물, 상담 효과는 무시를 못하겠더라고요... 2. 감정 일기를 쓰세요. 매일이 아니어도, 엄청난 필력이 아니어도 됩니다. 저는 정신과를 가기 오래 전부터 힘겨울 때마다 이러한 감정 일기를 썼고, SNS 상에서 글을 쓰는 활동을 했었습니다. 똑같이 힘이 들 때나 생각이 날 때면 다시 꺼내어 읽기도 하고요. 보면서 그때의 감정에 공감을 하며 슬퍼지기도 하였고, 또 가끔은 씩씩한 제 모습에 제가 위안을 얻기도 했고, 더 나아가 어쩔 때는 저의 아픔과 고통을 내가 아닌 제3자로서 지켜보는 듯 하기도 했어요. 거기서 해답을 얻기도 하였지요. 조금이나마 다시 보면서 이제는 씁쓸하게나마 웃을 수 있는 것도 존재를 해요.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하나예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라고. (의사) 선생님께서도 다른 분들과 다르게 한 계단, 한 계단씩 올라가면서 자기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능력이 OO 씨께는 있는 거 같고, 초진 때부터 그게 좀 흥미로웠다, 고 하셨는데 저는 여기서 도움을 많이 받았었던 것 같애요. 구체적이면 좋지만 내 기분이 어땠는지, 왜 그렇게 느끼고 생각했는지 간략하게나마 써 보기. 3. 투 두 리스트(To Do list)를 써 봅시다. 장기적, 거창한 것들 말고 당장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달성 가능한 것들 위주로 써 보기. 저 같은 경우에는 씻기, 손톱 깎기(ㅋㅋㅋㅋㅋ), 하루에 30분은 걷기, 강의 1개 듣기. 이런 거였어요. 2번과 마찬가지로 삶의 방향성을 잃었을 때에 제가 늘 하던 것들. 당장은 하루지만 이러한 쌓이고 쌓이다 보면, 절대로 별 거 아닌 게 아니게 되더라고요. 쓰다 보니 글이 터무니없이 길어졌네요. 저도 이렇게 몇 시간씩 쓰게 될 줄 몰랐는데,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 계실까요? 조울증은 제 삶에서 많은 것을 앗아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또 많은 것을 얻게 해 주기도 했습니다. 모든 것들, 관계들, 심지어는 저 자신조차 놓고 싶을 때가 조금씩, 점차 저물고, 사고가 어느 정도 돌아오고 하니 제 자신에게 가장 소홀했던 사람이 저라는 걸 깨닫게 되더라고요. 왜냐하면 저는 제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할 수 있는지 정말 하나도, 하나도 몰랐거든요. 그냥 남들이 하니까, 다 하니까 거기에 쫓아가고. 그게 맞다고 생각을 했던 거예요. 그렇게 살아왔던 거예요. 이제는 제가 제 마음에 귀를 좀 기울여 주기로 했어요. 저는 스물 중반에 이르러서야 학사 학위 취득을 하기 위해, 대학원엘 가기 위해 다시 한 번 책을 펴고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정신건강임상심리사의 꿈을 현재 꾸고 있습니다. 간절하게요. 제가 정말 모든 걸 다 놓고 싶었을 때에도 다시 저를 책상 앞에 앉힌 게 이 학문이니까요. 언젠가 이 글을 또 다시 보는 날의 저는 웃고 있기를 바라면서. 여러분, 감히 말씀 드리지만 상처가 흉터로 남을 때 즈음, 꼭 그때의 나에게 한 번 찾아가 주세요. 상처받고, 그 상처받은 시간 속에 갇혀 버린 나에게 찾아가 꺼내어 주세요. 그리고 꼭 좀 한 번 안아 주셨음 좋겠어요. 네 잘못이 아니라고. 그간 많이 힘들었지, 라고. 정말 고생했다고. 수고 많았다고. 그거는 다른 누구도 해 줄 수가 없는 거거든요. 또 하나는, 그런 흉터를 부끄럽고, 쪽팔리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고군분투한 흔적이니까. 이만 긴 글을 마쳐야겠습니다. 읽는 데 소중한 시간 써 주셔 감사드립니다.
대인기피증속상해자살불안해분노조절부러워즐거워우울해망상불안장애중독_집착혼란스러워신체증상스트레스받아조울증트라우마안심돼평온해재밌어공허해호흡곤란신나짜증나기뻐자해답답해감사해무서워무기력해기대돼괴로워극복응원힘들다우울증화나강박걱정돼불면공황슬퍼의욕없음스트레스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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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pu356
· 4년 전
저요 있잖아요 당신이 너무 멋있어요 자신의 아픔을 직면하고 싸우고 이겨내고 있는 모습이요 정말 너무 멋있어요 꿈이 있는 모습도 너무 멋있어요 어제보다 더 성장하는 당신의 모습도 너무 멋있어요 이런 이야기 들려줘서 고마워요 이 이야기 듣고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당신처럼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좋은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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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mefre2 (글쓴이)
· 4년 전
@bspu356 이제 하나씩 잃어가던 것들을 붙잡아가는 과정 중에 있고, 한 발짝씩 내딛는 중에 있기에 글을 올리기에 앞서 망설임이 크고 조심스러운 게 컸는데 그리 말씀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다행입니다. ㅠㅠ 있잖아요, 주변이 정말 칠흑같이 어둡고, 한치 앞도 안 보일 만큼 어두운 건 어쩌면 자기가 빛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대요. 제가 무지 힘들 때 들었던 말인데 다른 사람에게도 꼭 이 말을 해 주고 싶었어요. 남겨 주신 글이 또한 저에게 위로가 되어 다가오기도 하네요. 사람들에게 더욱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온한 새벽 보내요, 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