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에 대한 걱정, 그리고 나 저희 아빠는 알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우울증|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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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NUUUUU
·4년 전
부모님에 대한 걱정, 그리고 나 저희 아빠는 알콜 중독증이 심하세요. 어릴 때부터 그랬고, 매번 무기력한 당신의 인생을 이야기하며 술마시는 걸 정당화했고, 술집여자랑 바람도 나고, 옥상에서 싸우고, 창문 밖으로 찾아온 여자들한테 돈 뿌리고..ㅎ 그냥 그런 거 보면서 청소년기를 보내다가 이 곳을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하나로 열심히 공부를 했고,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하여 본가를 탈출했어요. 그리고 행복했어요. 아빠에 대한 분노를 느끼지 않았거든요. 매일 방 문을 잠그고 잠든 척 할 필요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아빠가 술로 인해 쓰러지는 헤프닝이 벌어졌고, 할머니,엄마, 큰아빠는 아빠를 알콜정신병원으로 강제로 보냈어요. 공강인 날엔 왕복 4시간이 걸리는 곳에 가서 엄마에 대한 증오, 할머니에 대한 분노를 듣고, 돌아오는 길에 엄마의 아빠에 대한 걱정을 들으며 중간에서 참 힘들었어요. 씩씩하려 했지만 혼자서는 펑펑 울었어요. 몇 개월 뒤 병원에서 나온 아빠는 180도 변해버렸어요. 무슨 말만 하면 화를 냈고, 엄마를 “어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효자였던 아빠는 할머니를 찾아 뵙지 않게 되었어요. 자동차 cctv도 망가뜨려놓고, 엄마 말에 의하면 칼을 구부려뜨려 놨다고 하드라고요... 그리고 2년 뒤 엄마 생신 축하하러 본가로 내려가고 있는데, 엄마가 갑자기 연락이 왔어요. 아빠가 자살하려고 한다고 빨리 오라고. 정확한 상황을 모르니 너무 무서워서 버스에서 펑펑 울면서 집으로 갔어요. 아빠는 없었어요. 집을 나가기 전에 엄마 앞에서 자신의 팔을 라이터로 지지고, 다 칼로 찔러 죽여버릴거야.하고 한 후 메리야스만 입고 나갔다고 하더라고요.. 끈질기게 연락이 돼 받은 아빠는 너가 언제부터 나를 찾았냐, 엄마가 시켰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아빠에게 “나 안보고 싶어?” 라고 마지막 애원을 했어요.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미안하다 딸..” 우리는 아빠가 갈만한 곳들을 뒤지며 아빠를 찾았어요. 한 두시간 정도.. 경찰의 도움으로 대략적인 위치를 알았고, 아빠를 찾았어요. 혼자 미친듯이 술을 마시고 있었어요. 살아있다는 안도감, 하지만 “아빠-자살”이라는 단어가 준 충격때문에 얼굴을 볼 자신은 없었는데, 엄마는 너가 딸이니까 잘 이야기해보라고 계속 부추겼고, 결국 저는 엄마 앞에서 펑펑 울었어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하지만 결국 저는 아빠의 하소연을 홀로 들어야 했어요. 너가 외로움을 아느냐, 내가 왜 이러는 줄 아냐... 이야기를 해보니 아빠는 외로웠던 거였어요. 대화할 상대가 필요했고, 자유를 원했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아빠와 술을 마신 건 처음이었더라고요... 아빠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고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데 난생 처음으로 길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어요. 내 감정은 뒤로 밀어둔 채 감정받이가 된 느낌이었거든요. 집에 가서는 걱정하는 엄마를 잘 달래주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베란다 천장에 줄을 매달아 놨다고 하더라고요..정말 충격적이었죠.. 그리고 저는 다음날 곧바로 다시 올라왔어요. 그 이후로 제 우울증이 시작된 거 같아요. 가만히 있는데 그냥 눈물이 줄줄 나오고, 무기력하고, 차라리 내가 죽어버리고 싶고.. 노래와 영화로 위로를 받다가 2년정도 뒤엔 상담도 받고 약도 먹고, 나름의 방법을 찾아서 차차 괜찮아졌어요. 쨋든 저는 한달에 한번씩 (오늘처럼) 고통스러워하는 날이 있지만, 이 우울한 감정이 이젠 익숙해서 한달에 한번씩 펑펑 울면서 감정을 해소하고 다시 열심히 살고 그래요. 근데 문제는 그때 그 사건 이후로 본가에 내려가는 게 불편하고 힘들어요. 아빠는 언제나처럼 무기력한 이야기들을 하고, 엄살인지 진짜 아프신건지 숨이 안쉬어진다. 어디가 아프다 뭐다뭐다 하니까 또 죽으려고 할까봐 불안해요.그런 아빠랑 같이 사는 엄마는 우울증에 걸리진 않을까 걱정되고..(원래 동생이 있었는데 군대가서 더 걱정이 크네요) 사실 엄마가 제일 걱정이 돼요. 저는 병원도 다녀보고 주변에 이야기할 친구들도 많고 서울에 올라오면 안보니까 괜찮은데, 엄마는 그렇지 못하거든요..물론 저도 이런 큰 일들을 겪으면서 멘탈이 강해졌지만 엄마는 저보다 더 강한 사람이긴 해요. 근데 요즘 부쩍 외로움을 많이 느끼시는 것 같아요.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기도 해서..ㅠㅠ 그렇다고 본가에 가면 저는 심리적 불안감 때문에 못 지내겠고.. 건강이 좋은 편이 아니신데, 마음의 상처로 건강이 안좋아질까봐 걱정되는 것도 있고.. 서울에 있는데, 왜 이렇게 불안한지 모르겠어요. 혼자 주저리주저리 일기를 썼는데... 지금 제 마음은 그냥 엄마 아빠 두분 다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걱정돼속상해불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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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kims
· 4년 전
본인은 괜찮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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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UUUU (글쓴이)
· 4년 전
@skykims 괜찮다는 말은 거짓말인 것 같고, 저 스스로를 위로하는 법을 터득한 거 같아요.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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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UUUU (글쓴이)
· 4년 전
@!7b6d6339a2e0a03d922 따뜻한 이야기 감사합니다ㅎㅎㅎ 잊고 살았는데,, 저도 건강하게 살아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