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ynn·4년 전
자살로 사망한 사람 3명 중 1명만이 유서를 남긴다고 한다. 예전에는 이 사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죽기 전에 유서에 내가 죽는 이유를 적어야지만 내 죽음에 가치가 생기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근데 그게 아니였다. 막상 내가 그 처지에 놓이자 그냥 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 밖에 안들었다. 분명 내가 죽고싶은 이유는 가족 문제지만 그렇다고 유서에 가족을 탓하자니 너무나 죄스러운 마음 뿐이였다. 내가 죽으면 슬퍼할 가족들을 죽어서까지 힘들게 하고 싶진 않았다.
유서는 마치 미련을 남기는 것 같았다. 그 미련은 날 기억해달라는 애원이거나, 그동안 힘들었던 날 불쌍히 여겨달라는 저주이거나, 죽음이 무섭지 않았다는 안도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미련을 남겨 뭘 할 수 있을까? 죽으면 다 부질 없어지는 추억으로만 남을텐데. 결국 내 유서는 백지로 남겼다. 아무것도 없이 태어나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떠날려는 마음이 담긴 유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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