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용서해야할까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이혼|새엄마|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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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용서해야할까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wlsn0077
·4년 전
엄마가 19살일때, 저희 오빠가 생겼습니다. 엄마는 대학을 포기하고 시댁에 들어와 오빠를 낳아 키웠고, 저는 2년후 두분이서 신혼여행을 갔을 때 생겼다고 해요. 분명 좋았던 시간도 있었겠지만, 제게는 그런 시간에 대한 기억은 남아있지 않고, 제가 8살 때, 아빤 바람이 나서 집에 잘 들어오지 않았으며 엄마랑 자주 싸웠습니다. 나중에 듣기론 생활비도 주지 않아 엄마가 비디오가게, 백화점 판매원 등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고 합니다. 결국 두 분은 이혼을 하셨고, 저는 9살때부터 아빠와 새엄마와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고향인 광주를 떠나서 인천에 가 살게 됬어요. 새엄마가 좋은 분이라면 참 좋았겠지만, 글쎄, 불륜도 하는 사람한테 너무 큰 기대겠죠? 새엄마는 아빠가 있을 때만 인사를 받아주고, 없을 땐 그조차 받아주지 않았어요. 한번은 뭐 때문에 맞았는지 기억 안나지만, 새엄마가 회초리로 제 온몸을( 말그대로 온몸입니다) 때리다가 현관에서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리자 회초리 집어던지고 웅크린채 울던 저를 끌어안고 미안하다, 미안하다, 하며 사과했던 적도 있습니다. 안방에 가서 아빠한테 뭐라 변명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거실에서 TV를 잠깐이라도 보면 불호령이 떨어졌기 때문에, 전 집에 있는 동안 항상 제 방에 틀어박혀있어야만 했고, 밥을 먹을 때도 눈치가 보이더라구요. 한마디로 천덕꾸러기가 된거죠. 어릴 때 전 공주님을 좋아하는 그냥 일반적인 여자애였어서, 머리를 길러서 예쁘게 묶는 걸 좋아했었어요. 아침마다 엄마가 머리 빗어주는 시간이 제일 좋았죠.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바뀌니, 새엄마는 니 머리 관리해줄 시간 없다고 짧은 단발로 자르게 했고, 그것도 어린 저한텐 답답 그 자체였습니다. 한번은 앞머리 자르기 싫다고 고집을 부려봤는데, 새엄마가 머리를 잡고 화장실로 끌고가서 부엌가위로 확 잘라버렸어요. 뿌리에 가깝게 잘라버렸기 때문에 어떻게 커버가 안됬고, 그 상태로 학교에 가니 애들이 다 쳐다보고, 선생님은 따로 절 불러서 혹시 부모님이랑 대화가 잘 안되냐고, 물어봤죠. 뭘 하든 새엄마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학교에서 준비물 챙겨오라고 했을 때도 말을 못해서 못챙겨갈때도 많았어요. 왜, 초등학교 때 알림장 써주잖아요? 그걸 새엄마한테 보여줘야할 때가 하루 중 제일 공포스러운 순간이었어요. 아, 아빠는 이혼 전에도 별로 가정적인 분이 아니시라 제가 이미 무서워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빠한테도 말하기 꺼림칙한건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아빤 너무도 쉽게 저에 대한 일을 전부 새엄마한테 맡겼어요. 애를 돌보는 건 아내의 몫이라 믿는 아주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아빠입니다. 아무튼.. 20살이 되서 서울로 대학 오기 전까지 10년은 그 지옥같은 답답한 집에서 생활했어요. 그동안 전 기가 다 죽고, 자존감은 바닥을 친 상태여서, 심지어 엄마아빠한테 미안함을 느끼고 있는 상태였죠. 내가 있어서 괜히 엄마아빠 일만 늘어났다고. 미안하다고 생각했었어요. 내가 미안할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것도 22살때였어요.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저는 그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었어요. 저를 그런 환경에 던져넣은 아빠가 너무 밉고, 용서하기 쉽지 않은데, 또 한편으론 이제 지나간 일이고, 아빠는 날 사랑하지 않았던게 아니라 그냥 잘 몰라서 그랬던 거라고, 그렇게 생각되기도 해요. 그래도 그렇게나 힘들었는데, 그냥 용서하고 넘어가자니 내 지난 상처들이 너무 억울하고, 또 용서하면 새엄마랑도 잘 지내는 척이라도 해야하니까, 끝까지 무거운 짐은 나만 지는구나 싶은데요, 그렇다고 아빠한테 그 때의 상처를 얘기하면서 가슴에 대못박고 싶진않아요. 앞으로 아빠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 걸까요? 잘 살다가도 문득문득 부모님이 떠오를 때마다 마음이 화나 미움 등등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차서 갑자기 눈물이 나기도해요. 그런날은 잠도 늦게까지 못자구요. 그냥 아예 연락을 끊어버리는게 나은걸까요?(지금은 떨어져사는데 전화 한 통 한적없고, 명절에나 겨우 얼굴봅니다. 근데 딱히 대화를 나누진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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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sister
· 4년 전
너무나 힘들다,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느겨지면 (혹시 동생분 있으신가요?) 할 수 있는 대로 전 어머니를 찾아 가세요. 그게 한 방법이라든가, 아니면 커서 자유가 생기면 그때부터 새로운 삶을 시작하세요. 그게 그 힘든 시간의 최선의 보상일겁니다. 더 이상은 잘...(남자친구 있으신가요?)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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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lsn0077 (글쓴이)
· 4년 전
@sadsister 응원감사해요!! 제가 글에 현재 상태를 거의 안적어뒀는데 지금은 25살이고, 혼자 산지 오래된만큼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어요. 좋은 남자친구 만났어서(지금은 헤어졌지만 ㅠ) 자존감도 꽤 회복된 상태구요. 친엄마랑은 연락 많이 하고 한달에 한번은 얼굴을 보러 갑니다. 다만 엉켜버린 아빠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더라구요.. 가족이니까 완전히 저버릴수도 없고, 그렇다고 살갑게 대하자니 어릴 때 날 상처준 사람이라 아빠가 그렇게 쉽게 편해지면 안되지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댓글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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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sister
· 4년 전
제 댓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니 기쁘네요...! 보통 친엄마랑은 얼굴 보러 가면 어떻게 지내나요? 그리고 궁금한게 있는데 왜 두 분이 이혼하실때 마카님은 아버지한테 갔나요? 글에서 볼 때는 아버지보다 어머니를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요.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주변에 믿고 의지할 만한 친구분이 있다면 털어놓는 것도 좋을거 같아요 그리고 중요한 건, 아버지께서 새어머니가 마카님께 하는 일이나, 새엄마를 좋아하시나요? (이건 진짜 기분 나쁘실 수도 있어요 미리 죄송합니다.) 제 생각엔, 아버지께선, 그냥 마카님을 챙겨야 되는것이 귀찮아 새엄마랑 결혼 했던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나 물어볼게 있는데요. 재혼을 하셨으니, 새엄마는 아기를 낳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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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lsn0077 (글쓴이)
· 4년 전
@sadsister 친엄마는 이제 재혼도 하셨고, 남편분이랑 식당을 차려서 일하고 계시는데 제가 거기 놀러가요! 남편분의 자식으로 언니, 오빠 한명씩 있는데 한달에 한번씩 다 모여서 저녁을 먹습니다. 두분이 이혼하실때 제가 아빠한테 간건 아니구, 당시 경제적 여건이 아빠가 훨씬 좋았어서 아빠가 맡게 된거에요. 아빤 번듯한 직장인이셨고 엄마는 글에 적었듯이 대학도 못나온채로 시댁에서 아이만 키워서 아이 둘을 혼자 키울 여건이 안되셨습니다. 절 챙기는 것이 귀찮아 새엄마랑 결혼을 한건 아니고, 예전에 새엄마랑 바람이 났던거에요. 아빠랑 새엄마 입장에선 새출발하고싶은데 걸림돌이 된게 원래 가정, 그러니까 친엄마,오빠, 저 인거죠. 당시에 싫다는 새엄마를 억지로 설득시켜서 저랑 오빠를 데려왔다고 해요. 음 아빠랑 새엄마는 사이가 좋고, 새엄마가 절 안좋게 대하는 것에 직접적으로 관여한적은 없어보여요. 적어도 제가 볼때는 그렇습니다. 뭔가 새엄마를 완전히 지지하거나 같이 저랑 오빠를 구박하진않지만 어느정도 묵인해주는 느낌? 그리고 아빠랑 새엄마 사이에 아기는 제가 10살때 이미 생겼어요! 제가 애기를 좋아해서 그 답답했던 시간중에 조금이나마유일하게 힐링될 수 있었던 계기이기도 해요. 아이러니하게도 아빠랑 새엄마가 차별을 많이 해서 동생만 예뻐했기 때문에, 비참해질때도 있었지만요, 동생 자체는 예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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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sister
· 4년 전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아버지랑 틀어진 관계를 다시 붙이고 싶다 하셨는데 지금 평소에 아버지랑 어떻게 지내시나여? 저라면 아버지랑 같이 날을 잡아서 얘기를 좀 해보시면 좋을것 같아서요. 저 어렸을때, 아버지랑 크게 싸운적있는데 둘이서 같이 저녁도 먹고 얘기도 좀 해보니까 내가 어떤 식으로 아빠에게 잘못했는지, 그런 것들을 알게 되드라고요^^ 그래서 추천합니다. 그나저나 오해해서 죄송하고요 . 앞으로 더 화이팅!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