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우연히 스치는 친구가 있어요. 고등학교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연인|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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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10년을 우연히 스치는 친구가 있어요. 고등학교 입학 때처음 알게된 그 친구는 자기가 여자친구가 있건 없건, 제가 남자친구가 있건 없건 그냥 친구들과 같이 운동도 취미도 밥도 같이 먹었고, 가끔은 둘이서 쇼핑가거나 카페가는 정도로 지내왔었습니다. 취향은 잘 맞는데 서로 직설적이라 자주 티격태격 하면서요. 그리고 수능 전날, 남자친구에게 차여서 우는 저를 달래주다가 사실 3년간 자기도 모르게 저를 좋아했던것 같다며 고백했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저는 아무런 대답도 주지 못했습니다. 그 후 그 친구는 재수학원에, 저는 대학에 가며 자연스레 연락이 끊어졌었어요. 그런데 2년뒤에 우연히 대학 축제에서 그 친구랑 마주쳤습니다. 작은 무대였는데 둘 다 서로 좋아하던 노래라서 정말 어이없이 같은 줄에 서서 보고있었더라구요. 벌써 2년이 지나기도 했고 그친구도 새로운 여자친구와 있었기에 이제 다시 친구로 돌아갈 수 있겠거니 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저 자신도 이 친구에 대한 감정은 약간의 어색함과 그래도 잘 통했던 친구에 대한 그리움 정도였습니다. 그 후 저와 그 친구는 각자 잦은 연애를 반복하며 사적린 연락 없이 가끔 명절에 동창모임 할때 두어번 보면서 어색함을 차츰 풀어나갔습니다. 그렇게 터놓고 얘기할 시간을 내 볼 새도 없이 얼마안가 친구가 군대를 가버려서 저는 다시 그 친구를 까맣게 잊은채 새로운 남자친구를 사귀면서 2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2년을 사귄 남자친구와 대판 싸우고 헤어진날 혼자 동네 카페 창가에서 울고 있는데 밖에서 누가 유리 창을 톡톡 쳤습니다. 그친구가 제대하고 나왔더라구요. 사복차림으로 서있었습니다. 자기도 첨엔 긴가민가했는데 너무 저같아서 신기해서 아는척 했다고 자기도 많이 당황한 눈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어이없긴 하네요. 근데 제가 또 막 반길 기분도 상황도 아니었고, 그 상황에서 애살도 없어서 그렇게 밖에서 입모양으로 대충 얘기하며 전화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그 친구에게 들어와서 얘기 하자고 말도 못꺼낸게 미안하면서도 그날은 진짜 얘가 나랑 인연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후로 또 연락은 없었고, 제가 폰이 물에 빠져 바꾸면서 연락처를 다 날려버렸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후 쯤 모르는 번*** 문자가 왔습니다. 그 친구 부모님께서 운전사고로 한 분이 상을 당해 장례식에 와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오랜 지병이 있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친구의 제대 후 갑자기 나빠지시면서 1년간 병원비 버는데 시간을 다 썼다고 전해들었습니다. 장례식도 병원 이송중에 갑자기 난 교통사고라 급히 그 친구의 친구들이 대학교, 고등학교 동창들에게 문자를 다 돌리면서 저도 소식을 접하게 된거였죠. 그렇게 이번에는 이친구가 힘들 때 제가 가게 되었습니다. 장례식장에서는 그 친구의 여자친구가 열심히 일을 도와주고 있었고, 와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얼굴을 보며 저는 이 친구에게 느끼는 감정이 연민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우정보다는 조금 더 깊은 이 감정이 안쓰러움이었다고 생각했어요. 제 감정이 더 이상해지지 않게 적당히 위로해주고 마무리했습니다. 그 후로 약 2년간 이 친구는 잠적했습니다. 폰도 정지되었고 sns는 아예 하지 않는 사람이라 뭘 하는지 찾을 수 없었지만 멘탈이 튼튼한 친구라고 믿었기 때문에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친구의 괜찮은척 하려는 노력에 제가 자존심에 상처를 낼까봐 그냥 피해버린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위로같은것도 참 못하고 이친구와는 늘 티격태격이었어서 잘 위로해줄 자신도 없었어요. 먼저 연락할 용기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그 2년동안 저는 또 새로운 연애를 했고, 그냥 제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연애도 너무 아팠어서 지금 헤어진지 세 달 정도 되었는데 얼마전까지 완전히 폐인처럼 살았습니다. 다들 괜찮냐고만 물어보고 눈치만 보고.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해주지 않았습니다. 결혼준비를 하다가 남자가 바람난걸 알아서 파혼했거든요. 제 어머니께서 항암중인 사실이 맘에 안들었고, 제가 하는 일이 안정적이지 않다며 변명을 해대고는 헤어지자 통보를 했습니다. 어쨌든 가족의 암투병에, 파혼소식까지 모두 아는 친구들과 동료들은 그냥 다들 제가 알아서 괜찮아지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선이 길어지니 너무 답답하고 싫었습니다. 왜 그친구가 잠적했는지 알 것도 같았습니다. 자존심도 상하고 자존감은 바닥을쳤습니다. 그러다 한 달전, 일을 끝내고 기분전환도 할겸 대학로 근처에서 대학동기들과 맥주를 마시러 갔는데 또 우연히, 그 친구가 거기서 알바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우연이 또 생길지 몰랐기때문에 그냥 얼굴을 보는 것 만으로도 저는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모르겠어서 저는 마냥 멀뚱대는데 그친구는 또 '전화할게'제스처를 하고는 태연히 일을 했습니다. 미안한 감정은 저만 갖고 있었던것 같았습니다. 이 친구는 다 잊고 새로 시작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후로 정말 10년만에 처음으로 제대로 전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주 주말에 함께 식사하기로 약속을 잡고 둘이서 밥을 먹었어요. 여전히 짧은 연애를 반복해왔던 것 같았습니다. 이제 휴학도 끝내고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충당하고 있었구요. 나름 사업도 준비하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전 그냥 무엇보다 남자친구, 결혼, 일 모든것에 얽매이지 않고 나를 알지만 내 상황은 모르는 이 친구와 얘기하는 것이 너무 홀가분하고 좋았어요. 특히 제 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주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얘기할 수 있어서 그후 거의 매일 톡을 주고받고 전화했던 것 같아요. 마음의 위안을 얻으니 문득 스킨십이 하고싶을때도 있었습니다. 사실 이때부터는 저도 얘를 남자로 보는걸까 내가그냥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그냥 기대고싶은걸까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가 이 감정이 뭔지 생각하기도 전에, 바로 일주일 전 그친구가 고백을 했습니다. 이제는 진짜 연인으로 만나보면 어떻겠냐고. 10년만에 저는 대답도 하지못한 고백을 또 받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제 감정도 아직 잘 모르겠고.0 내가 파혼까지 갔는데 얘마저 그렇게 잃으면 어떡하나. 사실 10년을 알았다고 해도 얘랑 성향이 잘 맞는지는 사실 모르는데. 그런 계산적인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헤어진지 얼마되지 않아서 자존감도 떨어져있었고, 저는 자기방어를 한답시고 강력하게 감정을 부정했습니다. 그냥 솔찍히 마음에 준비가 안됐다고만 해도 될것을.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한 그 친구에게 '너는 남자로 전혀 느껴지지 않아. 남자친구와 헤어진지 얼마되지 않아서 자존감이 이렇게 바닥인데 날 뭘보고 좋아하는거야. 날 좋아하지마.' 라고 말해버렸어요. 만나보면서 차차 괜찮아질지도 모르지 않냐며 설득하는 말에도 그냥 제대로 거절하지 않으면 더 헷갈릴지 모르니까 이렇게 말하는거라고. 날 좋아하지말아달라고. 그렇게 말하니 한숨을 쉬면서 자신은 차였는데 찌질하게 매달리는 사람은 아니라며 그래도 어떻게 좋아하지말라는 말을 할 수 있냐고..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알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바보같이. 너무 당황해서 저는 그냥 사람 하나를 잃었어요. 저는 이친구에게 느끼는 감정이 그 친구가 저에게 느끼는 감정만큼 깊진 않아요. 하지만 제게 너무 영감을 주는 사람이고, 제 가장 내면의 소리를 들어주던 사람이라 다시 우연히 만날때까지 기다리는 바***을 더이상 하고싶지도 않아요. 왜 저렇게까지 말했을까 참 후회가되요. 그런데 제가먼저 다시 연락을 하자니 갑자기 더 좋아하는 감정이 생긴것도 아닌데 뭐라고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기다려달라고 해야하나? 그것도 이상한거 같고. 만약 얘기가 잘 된다해도 친구로 지내는게 맞는건지도... 그친구와의 관계를 더 발전시킬 생각이 없으면 제가 이 사람이 욕심난다고 제 맘대로 다시 연락하고 그러는게 더 역효과가 날 것 같기도 하구요. 그냥 기다리는게 답일까요? 이친구는 이제 저를 잊으려고 할까요? 이 사람을 잃지 않으려면 뭘 해야할까요.. 아님 그냥 제 이기심으로 붙잡아두려는 거니까 저 혼자 감내해야 하는 부분일까요.. 사람으로서의 그 친구가 좀 더 알고싶은데 한없이 조심스럽고 예민해진 제 상황이 너무 밉게 느껴지네요..
공허해혼란스러워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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