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지금 상태가 이상해요
비공개·4년 전
안녕하세요. 전 이제 막 14살이 되지만 요즘 점점 무기력해지고 무언가에 집중하기가 힘들어요.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거의 의식의 흐름대로 쓰고 있고요.
예전에는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면서 이것저것에 깊게 빠져들 수 있었는데 지금은 겨우 얕은 물에 발만 담굴 수 있는 어린애가 된 기분이예요. 그리고 그 곳에서 나오는 방법을 몰라서 더 깊은 곳으로도, 땅을 향해서도 갈 수 없어요. 찝찝하고, 머리는 움직이라고 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처럼 딱 제가 그래요.
하루하루가 의미없이 지나가고 그날 한 일은 기억도 잘 안 나고 별로 보람도 없고요. 막 내가 뭘 했다! 이런 생각이 안 들어요. 그래서 밤이나 아침에 다음엔 뭘 해서 하루를 좀 채워야겠다, 하고 계획을 세워도 자다 일어나거나 시간이 좀 지나면 의욕이 사라지고 그냥 폰만 만지작거리고 책을 뒤적거리기만 해요.
꼭 하루에서 대단히 의미있는 일을 찾거나 보람을 느껴야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보단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를 생각하다보면 내 일상이 시간에 따라가지 못하고 계속 제자리걸음만 뛰고 있는 것 같아요. 그냥 대책없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방학 전에 계획했던 공부계획은 먼지 속에 숨겨놨네요.
멍하고, 오늘 했던 일을 기억하려하면 아주 오래된 일처럼 흐릿하게 보이고, 마음이 시간은 앞으로 달려가고 있다고 말해주어도 저는 시곗바늘에 앉아있어요. 똑같은 곳만 주구장창 돌고있는거죠.
처음엔 슬럼프인가 했지만 거의 모든 일에 흥미가 안 느껴지고 내 친구는 책 한 권 내도 될 정도로 글도 잘 쓰고 점점 성장해가는데 한달 넘게 이 상태에다가 점점 심해지는 저를 보면 좀 한심해보여요. 정신이 몽롱하다는 것도, 내 힘으로 일어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도 변명인 것 같아요. 다 귀찮음을 포장하는 거죠.
감정도 또렷하게 느끼진 못하겠고 가끔 말하면서 혀도 꼬이는 것 같아서 한편으론 목소리도 작고 소심한데 학교 갈 무렵까지 이러면 어떡하나 걱정되네요. 집에 너무 오래있어서 그런거면 다행일 거 같아요.
그래도 지금 당장 이상태로는 안 될 것 같아 아무에게나 도움받고 싶어요. 제가 왜 이러는지, 괜찮아지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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