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용기를 낸다면 전할 편지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우울증|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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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용기를 낸다면 전할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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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 남겨질 분들께. ​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사실 나는 항상 내심 죽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약간… 사람들이 로또에 당첨되길 바라는 것처럼요. 그러니까 이제 제가 없는 건, 제가 로또에 당첨돼서 어딘가로 잠적한 것처럼 생각해 주세요. 어디 몰디브나 하와이나 보라카이같은 아름가운 해변가에 리조트를 빌려서 하루종일 놀고 먹고 살고 있는 거예요. ​ 나는 힘들 일을 많이 겪지 않았지만, 많이 힘들었어요. 내가 항상 나를 괴롭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모든 게 힘이 들었습니다. 주기적으로 다시 찾아오는 우울증 때문만이 아니라, 내가 사는 동안 쭉. 숨을 쉬고, 밥을 먹고, 밖에 나가고, 타인의 감정에 동조하고, 말을 하는. 그런 모든 당연한 게 너무 힘든 일로 느껴졌어요. 왜 그런 말 있잖아요. 삶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나는 정말로 삶이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즐거웠던 일도 일부 있었습니다. 한 때는 어떤 게임이 재미있기도 했고, 노래 듣는 걸 좋아했던 적도 있고, 커피를 마시는 게 좋았어요. 하지만 나는 좋아하는 만큼 너무 빨리 질려버리는 성격이었나 봅니다. 게임과 노래는 질렸고, 커피는 맛이 없어졌어요. 그랬더니 좋아했던 만큼 남겨진 게 허무하더라고요. 그래서 뭔가를 좋아하는 일을 좀 꺼리게 된 것 같습니다. 당신이랑 얘기하는 거나 고양이를 보는 일은 마지막까지 꽤 좋아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치만 엔진이 찌그러진 차의 에어컨이 아직 잘 된다고 타고 다니지 않는 것처럼, 나는 그걸로는 굴러갈 수 없었습니다. 미안해요. 안 굴러가는 차는 폐차해야죠. ​ 언제쯤 모든 게 평안해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는 게 딱히 편해지지는 않더라구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았구요. 모든 책이나 사람들이 말하더라구요. 인생은 고난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고난 끝에 과실이 달콤하고, 곁에 있는 사람이 소중하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고난을 겪고 싶지 않아요. 소위 말하는 날로 먹는 인생이 좋습니다. 아뇨, 사실 좋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버티고 살만한 인생이 '아무것도 안 하는 인생'일 것 같아서, 돈 많은 백수가 꿈이라고 농담을 하고는 했던 거예요. 사실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무것도 겪고 싶지 않았어요. 잠에 들어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아주 아주 자주 했어요. 그래서 영원히 잠들게 된 지금, 나는 아주 평온하고 드디어 좀 행복할 것 같습니다. ​ 알아차리지 못했다거나, 알아차리고도 막지 못했다고 자책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슬퍼하지 않기를 바래서 내가 숨겼을 거예요. 그것도 꽤 필사적으로. 아프지 마세요. 그게 내 마지막 바람입니다. 당신이 아프지 않고, 슬픔을 극복하고, 내가 없는 세상을 여전히 충만하게 살아갈 거라는 보장만 있었더라면 나는 좀 더 빨리 마음 편하게 죽었을 겁니다. (사실 당신들만 없었으면 지금 당장 잠들 수 있었을 텐데, 라고 약간 원망한 적도 있어요. 미안해요.) 그래서, 아무튼, 무리인 걸 알면서도 부탁합니다. 심리상담과 약물 치료, 자조 모임 같은 걸 통해서 나를 극복해 주세요. 나의 죽음은 필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계속 바래왔던 일이었고, 어쩔 수 없었던 겁니다. 당신은 내 죽음을 막을 방법이 없었어요. ​ 그냥, 미련하고 게으른 내 삶에 당신이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아프지 마세요. - 편히 잠든 ㅇㅇ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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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가 달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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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bvcg
· 4년 전
많이 힘드신거 알아요 저도 그런걸요 자살도 수없이 생각해봤지만 아직미련이남은건지 겁쟁이어서인지 무섭고 괜히 억울해서 못죽겠더라고요 아직 젊으니까 언젠가는 행복해지겠지하는 핑계를대면서 아직도 못죽었네요 정말 아직도 살아야되는 이유를 모르겠고 하루하루가 힘들지만 정말시간흘러가는대로 살고있어요 만약 정말 마음먹은거라면 말리지않을거에요 얼마나 힘들면 자살을 생각했겠어요 오히려 붙잡고 이 지옥같은 삶을 계속살라고하면 그게 더 않좋은거잖아요 무슨결정을하시든 당신에 결정을 존중할거에요 다시살겠다고하면 응원할거고 정말힘들어서 결단적인선택을하면 슬퍼하고 슬퍼하고 또 슬퍼할거에요 그래도 후회할수있으니 다시한번 생각해보세요 저는 힘내라는 말보다는 수고했다는 말이좋아서..ㅎ 정말 수고하셨고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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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글쓴이)
· 4년 전
@mnbvcg 아직은 죽지 않을 것 같아요. 언젠가는 갈 것 같지만요. 고마워요. 고생했어요 수고했어요 오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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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k
· 4년 전
글이 참 아늑하네요. 공감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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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오르카l
· 4년 전
그렇죠 언젠가 용기를 낸다면 아마도 그렇겠지만 글재주와 여러 다양한 표현들에서 많은 경험과 노력들을 해온 모습이 보여요 생각해보고 도전해보지 않았다면 알지 못할 것들이지요 아마 마카님은 용기와 재능이 있으면서도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을 꽤나 들어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흥미가 생기지 않으면 시도하지 않지만 생기면 즉흥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또 잘 해내지만 금새 질려서 회의감을 느끼고 새로운 뭔가가 필요하다고 느껴졌겠지요 단지 노력이 아니라 단순한 삶과는 거리가 멀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어요 쭉 읽으면서 참 공감을 많이 했네요 저도 어쩌면 같은 경로를 따라갈지도 모르겠어요:) 한번씩 떠올려봤던 일들이고 한번쯤 경험해봤던 일들이라 정말 스스로가 그렇게 느낄때면 주변에서 누가 무슨말을 해도 내가 가고싶은 길을 추구할거란 것도 잘 알지요 후회는 분명 있겠지만 다른 선택에 비한다면 합리적인 선택일테니까요 그렇다면 저는 그 선택을 존중할게요 그래도 제가 뭔가 아쉬울것 같아요 누군지도 모르면서도 슬플테고 비슷한 느낌을 준 사람이 떠나갔다는 데서 더 그렇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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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lIillI
· 4년 전
잘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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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bble88
· 4년 전
님 글이 너무 담담해서... 그 속에 님이 얼마나 힘들었을지가... 이렇게 담담하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이 있었을지...생각이 드네요... 사실 님글을 읽으면서 제 마음과 너무 같아서...조금 울었어요...저도 늘 죽음을 생각하는 자로서 님이 죽고싶어하는 마음... 모르지 않아서 너무 가슴이 아파요....그래도 님이 죽으면 전 많이 슬플거같아요... 님과 저는 모르는 사이지만... 이미 님이 존재한다는 걸 안 순간 님은 제 기억의 일부분이 된거에요.... 제 기억 속에 슬픔으로 남아주지 마세요...슬픔은 저 자신만으로도 충분히 차고 넘쳐요....제가 너무 이기적인가요? 그래도 저는 님이 안죽었으면 좋겠어요... 죽지 말라는 말보다... 그냥 이자리에서 가만히 있어만 달라고 말할래요.... 그냥 이자리에 계속 있어줘요... 글 참 잘쓰시는데... 여기 마카에 가끔 글 올려주시고.... 나중에 글용sns 만드시면 올려주세요...꼭 매일 보러갈게요... 책이라도 쓰시면 첫번째로 살게요...이렇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니... 기억해주세요...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그래도 늘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