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돌아가신뒤로 점점 우울해지는 것 같아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우울증|중독|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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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돌아가신뒤로 점점 우울해지는 것 같아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ydh1
·4년 전
저는 올해 20살이에요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건 아니였어요 저희 부모님은 어린나이에 저를 낳으셨어요 아버지는 게임중독에 일도 하지않으셨고 그런 모습에 지친 어머니는 저를 두고 떠나셨어요 그래서 저를 맡아 키우신건 저희 친할머니셨어요 저에게 할머니란 부모님같은 분이고 부모님보다 더 친근한 분이셨어요 할머니는 당뇨와 간경화 이곳저곳 편찮으신 몸으로도 저를 애지중지하면서 키우셨고 항상 맛있는것 좋은 것이 있으면 저에게 먼저 주시던 분이셨어요 할머니와 저는 매일밤마다 수다를 떨고 넉넉하지않은 형편에서도 항상 서로를 먼저 생각하는 사이좋은 관계였어요 올해 2월쯤 할머니는 간경화가 악화되셔서 배에는 복수가 점점 차셨었고 대학병원 교수님에게는 아마 올해를 못 넘기실거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할머니와 저는 그래도 웃으면서 서로 농담도 주고받고 희망을 가지고 있었어요 가족들도 집에 자주 드나드시면서 할머니께 이것저것 과일이나 몸에 좋은 것들도 사다드리면서 좋은 얘기 많이 해주셨지만 저는 마냥 그 모습이 달갑지는 않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가족들 모습이 가끔은 가증스럽기도 해요 할머니의 병세가 갑자기 심해지신게 아니라 천천히 안 좋아지신거라서 제가 16~17살때쯤부터 병원 응급실에 예전보다 자주 왔다갔다 하셨어요 제가 할머니 상태가 안 좋으서서 가족에게 전화를 걸몬 119를 부르고 병원에 먼저 가 있어라 하시는 말씀을 항상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병원 응급실에 할머니와 둘이 있는 일이 많았어요 병원에서는 미성년자라서 보호자로 받아주지않으니 저는 가족들에게 다 전화를 돌리는데 아버지 새어머니 고모 2명 큰아버지 3명에게 다 돌려보아도 아무도 오시지 않는 날도 가끔은 있었어요 일이 바쁘다 피곤하다 등의 이유로요 가족들은 서로에게 미루고 탓하고 결국에는 저에게 다 미뤄지고 저는 그런 모습이 너무 보기싫었어요 물론 1~2명 왔다가시고 할머니의 입원수속을 밟아주시는 가족도 있었지만 사실 올해까지 다 따져보면 저 혼자서 할머니의 보호자 역할을 한게 더 많은 것 같아요 아무도 오지 않는 응급실에서 저는 홀로 두려움에 떨었어요 혹여라도 할머니가 잘못되실까봐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게 될까봐 응급실 할머니의 침대 옆이나 화장실에서 소리죽여 운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에요 아무리 긴 병에 효자없다지만 가족들의 무심함이 너무 차갑게 느껴지고 원망스러웠어요 4월달부터 할머니는 이제 부축없이는 못 걷는 상태가 되셨고 혼자서 대소변이나 식사와 약같은 것들을 해결하시지 못하게 되었어요 가족들은 할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시자고 했지만 저는 의식도 멀쩡하신 할머니를 그런 곳에 모시는게 싫었어요 제가 직접 챙겨드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대학교를 다니면서 그러기는 어려운 일이였고 저는 4월 후반쯤에 결국 휴학을 했어요 제가 병간호를 해드리면서 밥이나 약 간식도 챙겨드리고 화장실도 부축해서 모셔다드리고 이뇨제 부작용이 생기면 응급실로 같이 가기도하고 그러면서 지냈어요 제가 최선을 다했지만.. 제 노력이 부족해서였을까요? 할머니 상태는 점점 안 좋아지셨어요 병원에서는 해줄 수 있는게 없다하고 이제는 앉으실 힘도 없으셔서 누워계시기만하고 의식이 제대로 있으신 날도 점점 줄어갔어요 제가 잠들고 일어나면 돌아가셔있을까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불도 켜고 지냈어요 억지로 밥과 약을 챙겨드리는 것도 기저귀를 갈아드리는 일도 혼자서는 너무 버겁고 가끔은 숨어서 펑펑 울기도 했지만 그래도 의식을 제대로 차리시는 날에는 같이 웃고 얘기도하고 좋아하시는 음식도 먹여드리고 할머니 곁에 그냥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너무 행복했어요 그렇게 지내며 6월쯤 저는 처음 마음먹었던 것과는 다르게 점점 지쳐갔어요 학교는 휴학일이 제대로 처리되지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가족들도 찾아오다가 점점 뜸해지니 원망스럽고 홀로 무서웠어요 네 그냥 쓰레기같은 변명이란거 알아요 저는 하루 도망쳤어요 할머니의 밥과 물 약을 챙겨드리고 아침 7시쯤에 나와서 오후 7시쯤에 들어가려했어요 마음한구석이 불안했지만 집에만 있다가 친구들을 보니 반가웠고 카페에서 하는 얘기가 재밌었어요 그 날 오후 2시쯤 아버지와 새어머니에게 전화가 왔고 할머니가 병원에 계시는데 언제 올 수 있냐는 내용이였어요 저는 미친듯이 병원으로 갔고 다행히 무사하신 할머니 모습을 보고 안심하면서도 자기혐오가 들었어요 부모님과 가족들은 결국 할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시기로했고 저에게도 조심스레 의견을 물었어요 저는 고민하면서도 결국 동의해버렸어요 그리고 그 날 응급실에서 집으로 돌아온뒤 이제 다음날쯤 할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신다는 생각이드니 제가 저지른 일이 너무 후회가되고 할머니께 죄송했어요 그리고 그 날 할머니 의식도 다행히 괜찮으셔서 같이 대화도하고 과일도 먹여드리고 그러다가 잠 잤어요 할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신 뒤로는 기분이 이상했어요 가족들과 집으로 오면서 혼자 울기도하고 텅 빈 집에서 묘한 해방감을 느끼기도 하고 혼자 잘 때는 할머니의 빈자리가 느껴져서 슬퍼졌어요 그래도 나름...잘 놀러다니고 잘 먹고 그랬던 것 같아요 가족들과 요양병원에 첫 면회를 간 날 아마 저는 평생 잊지못할 것 같아요 할머니가 온전치 못한 정신으로도 제 눈을 똑바로 보시고 나 안보고 싶었냐 이런 말씀을 하시면서 펑펑 우셨거든요 요양병원이라는 걸 눈치채셨었나봐요 저는 굳어져서 제대로 말도 못하고 이제서야 내가 무슨 짓을 했던 건가 머리가 하얘졌어요 면회와서 이거저거 가족들이랑 챙겨드리고 겨우겨우 머쳐서 집에 가려는데 아버지가 전화로 그냥 집간다고하면 너무 힘들어하실테니까 화장실간다하고 나와라 말씀하서서 그렇게 할머니께 말씀 드리고 나오려는데 화장실 간다고하고 집에 갈거냐고해서 찔리기도하고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집에 돌아오고 나서는 혼자 하루종일 멍했던거같아요 그 뒤로 몆 주 평범하게 보냈어요 면회도 가고 친구들과 놀기도하고 면회를 가서는 할머니의 나빠지시는 상태를 보며 마음이 너무 안 좋았지만 집에 오거나 친구들이랑 놀면 기분이 다시 나아지기도 했어요 7월 5일...몇시쯤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나네요 아버지께 전화가 왔어요 할머니께서 오늘을 못 넘기실 것 같다고 요양병원에서 연락이 왔으니 같이 가자고 그 전화를 받고 씻고 나갈 준비를 하면서 손이 덜덜 떨리더라구요 겨우 준비를 마치고 아버지와 새어머니와 이동하는데 조심스럽게 저한테 말씀 하시더라구요 이미 돌아가셨다고... 저는 그 얘기 듣고 잠깐 멍해져있다가 뒤늦게 울음이 터져서 이동하는 2시간 내내 울었어요 임종도 못보고 보내드렸어요 요양병원에 도착하고 할머니를 보는데 아직 따뜻하시더라구요..마지막으로 사랑한다고 감사했다고 잘 살겠다고 얘기를 드리다가 주저앉아서 펑펑 또 울었어요 근데 이상한 게 장례식을 하면서도 생각보다 슬프지않은 것 같았어요 입관을 하거나 화장터에서나 펑펑 운거같지 다른 날에는 잠도 잘자고 밥도 잘 먹고 하루는 친구들이 찾아와줘서 나쁘지않게 보내기도 했어요 그렇게 장례식을 마치고나서도 슬프긴 했지만 생각보다슬프지않았어요 가족들중 몇명이 남은 할머니 재산 가지고 다투는거보면 화가 나기도 했어요 물론 가끔은 라면을 먹다가 티비를 보다가 할머니 생각이나서 펑펑 울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잘 지냈어요 죽고싶은 날도 있고 하루종일 우는 날도 있지만 친구들이랑 놀기도 잘 놀고 밖에서는 잘 지냈어요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걱정할까봐 아예 티를 안 냈어요 근데 요새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이제서야 실감이 나는것 같기도 해요 근데 잘 지내긴하고 행복한 날도 있고 친구들이랑 사이도 좋고 요새는 남자친구가 생거서 좋기도해요 근데 집에 누워있거나 아니면 길거리에서나 어디서든 갑작스럽게 이유없이 우울해지는 일이 있어요 문득문득 할머니가 생각나고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신게 내 탓같고 내가 행복해질 자격이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가끔은 락스를 마시거나 술 한 병먹고 번개탄같은 걸 피워서 죽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밝은 척을 계속 했으면 했지 절대로 친구들이나 남자친구한테는 이런 얘기는 못 털어놓겠어요 아버지도 옛날모습에서는 벗어나서 이제 좋은 새어머니도 계시고 두 분에게 의지 할 수도 있겠지만 어려서부터 같이 보낸 시간이 많지 않아서일까요 기대기 쉽지않아요 그래서 친어머니에게 가끔 연락이 와도 받지않기도해요 점점 우울한게 심해지고 가만히 있는데 눈물이 혼자 나올때가 있어요 예전엔 잠도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났었는데 요새는 3~4시간 자거나 아니면 13시간 이상자거나 들쭉날쭉해요 식욕도 아예 없다가 폭식했다가 그래요 죽을때의 고통과 죽음뒤가 두려워서 정말 시도는 못하겠지만 죽고싶다는 생각이 예전보다 자주 드는거같아요 할머니없이 혼자 남은 집에서 더 자주 할머니 생각이 나는 것 같아요 부모님과 같이 살까하기도 했지만 새어머니와 성격도 안 맞고 불편해서 그러고 싶진 않아요 아무때나 펑펑 울기도하고 사진보면서 울기도해요 우울증인것 같기도 한데 기분이 좋을때도 있어서 잘 모르겠어요 친구들과 놀거나 데이트하면서 사랑받는 기분을 느낄때 가족들과 전화하면서 걱정받는다는 느낌이 들 때는 행복하기도해요 항상 우울하진 않아요 내일모레는 헬스장에 등록하려고해요 남자친구가 내년에 복학하기전 체력 키워보는게 어떻겠냐는 조언을 해줬거든요 다른 사람이 보면 절대로 우울한 사람이라고는 생각 못 하겠조? 저도 사실 잘 모르겠어요 예전보다 점점 더 힘들때가 많긴한데 우울해진건 확실한데 정말로 우울증에 걸린건지...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모르겠어요 억지로라도 밖에 나가서 활동적인 거하고 그러면 나아질까요? 내년에 학교 복학하면 나아질까요? 아니면 정말 병원에라도 가봐야할까요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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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j3358
· 4년 전
힘을 내세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
wwwy
· 4년 전
사랑하는 사람이 더 이상 곁에 없다는 슬픔만으로도 사람은 무너져내리기 쉬운데 어린 나이에 그 슬픔을 혼자 견디느라 많이 힘드셨겠어요. 제가 그 마음을 온전히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저도 같은 경험을 겪은 적이 있기에 그 뒤에 오는 고통이 얼마나 큰 지는 알 수 있어요. 아마 그 슬픔을 완전히 이겨내기는 어려울 거에요. 몇 년이 흘러도 그 당시처럼 슬프지는 않아도 가끔씩 생각하면 울컥할 때도 있을 거에요. 저는 그 마음을 완전히 버리고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우울감은 조금 다를 게에요. 돌아가신지 얼마 안된데다가 글쓴이께서 할머님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 하고 계시니 그대로 방치하면 상황이 더 안좋아질 수도 있어요. 외상후 애도증후군이라는 게 있는데 소중했던 사람을 멀리 떠나보내고 괴로워 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보이는 증세라고 해요. 보통은 이런 슬픔과 우울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흐릿해져 가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마음 깊은 곳에 상처로 남아 병이 되기도 해요. 슬픔이 병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저는 상담을 받아보는 것을 추천해요. 가격 때문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면 부모님께 요청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정신적으로 기대기 힘들다면 물질적으로 기대도 돼요. 누가 뭐래도 쓰니님의 부모님이니까요. 심리상담은 본인이 괴롭다면 언제든지 받을 수 있어요. 마음의 병은 방치하는 것보다 차라리 아예 모르는 타인에게 털어놓고 상담받으며 극복해 내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거든요. 한 번으로는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지속적으로 받아보는 것을 추천해요. 물론 쓰니님이 원하지 않으시면 받지 않아도 괜찮아요. 많이 힘들 시기인데 좋은 친구분들과 남자친구 분이 있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할머님께서 돌아가신게 고작 4개월 정도니 힘드신게 당연해요. 무책임하게 들릴 지도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슬픔은 나아질 거에요. 완전히 벗어나진 못해도 스스로를 다스릴 만큼은 괜찮아질 거에요. 글을 읽는 내내 쓰니님의 마음이 너무 공감이 가서 울컥했네요.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없지만,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울을 건강하게 이겨낼 수 있을 그날까지 멀리서나마 응원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