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문득.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우울증|스트레스|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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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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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얼마 안 있으면, 이제 곧 20살이 된다. 대학 입시 또한 내 성적에 맞는 학교 안정 예비를 받은 상황이고, 상향으로 쓴 학교 면접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대학에 가면, 그 힘들었던 나날들을 모두 보상받을 수 있을까?" 힘들었다. 정말 힘들었다. 그 누구도 이제와 알아주지 않지만, 나 혼자 힘들어하며 견뎌냈을 뿐이지만, 가족들은 수시라고 쉽게 대학가는 건 줄 알지만, 정말 힘들었다. 진심을 다해 지금까지의 나를 드러내고, 진심으로 수고했다고, 고생했다고 말해주길 바랐지만, 바람으로 끝났다. 고등학교 1학년, 그 체력 좋고 건강하던 아이가 위염을 얻었다. 잦은 밤샘을 박카스와 커피로 버텨냈다. 항상 속쓰림과 두통에 시달렸다. 꽤 심했다. 며칠씩 뭘 먹는 게 힘들 때도 있었다. 한번 아프고 말면 좋았겠지만, 있으면 불편하지만 없으면 허전할 정도로, 그 정도로 자주 아팠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아픈 게 새삼스럽지도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그 밝고 긍정적이던 아이가 우울증과 자해를 얻었다. 1학년을 다니는 동안은 우울하지는 않았다. 아니면 그게 우울인지 몰랐던 건지도. 어쨌든 그랬다. 2학년 올라오고 큰 사건이 있었다. 친구를 잃었다. 이유는 성향이 안 맞아서. 자세하게 쓰기는 그렇지만 일단은 성향이 안 맞다는 이유였다. 우울증이 왔다. 그 사건을 포함해서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쌓여버리니 버틸 수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만 있었다. 그 기간이 지나고 조금 괜찮아질 무렵, 그게 우울이란 걸 알았다. 도와달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말할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버텼다. 병원이라도 찾을까 했지만 미성년자라 받아주지 않는다고 했다. 혼자 버텼다. 그 정신적인 고통이 싫어서 육체적인 고통으로 바꿔가며 버텨냈다. 고등학교 3학년, 다시 우울 삽화가 찾아왔다. 여름방학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정시로 수시보다 좋은 대학 갈 거라고, 12월, 1월, 2월, 그렇게 5, 6월까지 새벽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하며 해 온 것들을 모두 놓쳐버렸다. 그렇게 공부를 더 할 수 없었다. 정시로 더 이상 밀 수가 없었다. 수시로 모두 지원을 했다. 모두가 말리는 6학종 지원을 했다. 안정이라고 생각되는 대학도 넣지 않았다. 적정, 혹은 그 위로 모두 넣었다. 그렇게 1차 결과 발표가 날 때까지 마음 졸이며 지냈다. 그 선명한 붉은 글자가 아직도 기억나는 첫 발표, 불합격. 어떻게 붙은 대학, 어떻게 준비했는데 떨어뜨려도 할 말 없는 면접. 졸이고 또 졸였다. 그래도 결과는 안정 예비. 다행이었다. 그리고 현재. 말로 다 표현은 안 되지만, 그래도 힘들었다. 나 좀 열심히 살아왔다는 걸 인정받고 싶다. 굳이 그런 게 쓸데없다는 건 알지만 누가 내 노력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나도 많은 날들을 견뎌왔다는 걸, 버텨왔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냥 마음 다해 수고했단 한 마디만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아무리 나 자신이 내 편이라고 해도, 나 혼자만 내 편인 건, 나 혼자만 내 마음 알아주는 건 너무 가혹하다. 대학에 가면 정말 그 날들을 보상받을 수 있을까. 전혀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고등학교 생활, 악착같이 버텨낸 그 고등학교 생활로 얻은 가장 큰 것은 '우울증'인 것 같다. 치료도 받지 못하고 악화만 시켜온 그 우울증. 지금이 우울하지는 않지만 언제 우울해질지 모르는 그 두려움. 이젠 나의 일부라고 받아들일 때도 되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두려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기에 그 끔찍했던 기간을 또 혼자 버텨내야 한다는 두려움. 이게 대학에 간다고 치유가 될까, 행복한 날들만 있어서 마이너스였던 행복의 총량을 플러스로 바꿔줄까. 한때 자살까지도 생각했었다. 내가 살면서 느낄 행복이 불행보다 크지 않을 것 같아서. 굳이 사는 의미가 있나 싶었다. 사실 요즘은 그래도 해보고 싶은 게 많고, 대입이라는 산을 하나 넘었으니 조금은 편해진 마음에 기대를 갖고 살아보려 하고 있지만, 다시 힘들어지면 또 저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 같다. 그냥 그렇다고.. 자기 전에 생각이 많아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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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가 달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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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ugol0
· 4년 전
언젠가,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꼭 안아주고 싶어요. 저도 면접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었고... 글을 읽으면서 당신이 정말 많이 울었다는 걸, 마음속으로 수천번 넘어졌다는 걸 알았어요.. 고생 많았겠어요..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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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전
@oreugol0 지금까지 이런 얘기를 누구에게도 한 적이 없었고 할 수도 없었어요. 왠지 답답하기도 해서 마카에라도 글을 올려봤는데 따뜻한 댓글을 받았네요. 정말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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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m486
· 4년 전
많이 힘들었던게 느껴져요.. 그누구도 잘 몰라요.. 자신을 꼭 안아주시고 힘든거 알아주세요 정말 잘 버텨줘서 나에게 고맙다고 꼭 말해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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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sj1010
· 4년 전
대학와도 수많은 수능과 같은 관문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과제 시험은 끝없이 밀려 들어오고... 산다는건 이런 모든 걸 견디는 과정인거 같아요 힘든걸 알아주는건 자기 자신 뿐이에요 너무 현실적인 말이라 기운 빠지게 할지도 모르지만 대학 오셨을 때 조금 덜 놀라셨으면 해요... 고등학교 생활 잘해왔다고 스스로에게 상을 주세요 맛있는 것도 드시고 여행도 해보시고 못했던거 하나씩 만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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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전
@charm486 스스로 많이 다독이려고 하는데 때로는 그러기도 힘들 정도로 지쳐버리네요..ㅜㅜ 좋은 댓글 고마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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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글쓴이)
· 4년 전
@sjsj1010 댓글 고마워요. 대학에 입학해도 나중엔 또 취업이라는 큰 산이 기다리고 있겠죠? 그 산을 넘기 위한 과제와 시험이 있을거고.. 즐기는 삶을 살고 싶은데 또 견디는 삶을 살아야 할까봐 두려워요. 그래도 지금 잠깐은 마음 내려놓고 싶은데 그마저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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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o3
· 4년 전
어떻게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지만 너무 먼 미래를위해 지금을 지나치게 희생시키는 패턴이 습관화되지 않으셨으면해요. 지금은 정말 안타깝게도 사회의 첫발걸음을 잘 딛으려면 학창시절을 갈아넣어야하는 시스템이지만.. 이제야말로 자기 길을 만들어가는 시작점이니까요.. 성인에게 보상과 결실은 상황이아니라 선택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