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사람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등학교|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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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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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나는 공부를 진짜 못한다. 외우는것도 힘들고 계산도 느리고 힘들어 문과든 이과든 둘 다 안 맞다. 그래서 내 스스로도 위축 되어서 항상 모든 일에 자신감 없었다. 그런 와중에 유일하게 내가 남들에게 고개를 들 수 있었던건 미술이었다. 미술을 할땐 중학교때도, 고등학교때도 항상 칭찬을 들었다. 미술 시간엔 잘 된 그림 예시는 항상 내 그림이 들어가 있었다. 그걸 보며 속으로 뿌듯해 했었다. 나도 잘하는게 있구나. 공부 못해도 나 쓸모 있었구나 싶어서. 인정 받는 기분이라는게 얼마나 벅차오르는 기분인지 그때 알았다. 그리고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락할대로 추락해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내 마지막 자존심을 위해. 미술에 대해 더 알기 위해 디자인 입시를 공부했다. 하지만 수시 기간까지 1년도 안 남았을때 들어간건 너무 늦은 것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런지 아니면 내가 실력이 없었던걸수도 있다. 모든 대학교에서 예비 번호만 받고 다 떨어져버렸다. 대학교는 가야한다는 부모님과 담임선생님의 등살에 밀려 전문대 사회복지과로 들어왔다. 괜찮을까 걱정했는데 역시 별로다. 특히 현장과 관련된 일은 나하고 전혀 안 맞다는걸 알았다. 대학교는 졸업해야 한다고 하니 거의 억지로 다니고 있다. 과목 중에 미술치료 과목이 있다. 미술에 대한 욕심은 버렸다고 생각했다. 사실 애초에 그리는것 자체가 치료하는 목적이니 잘 그릴 필요가 없는데 나는 자꾸 잘 그리려고 노력하게 된다. 칭찬 듣고 싶다. 인정 받고 싶다. 계속 이런 생각이 들어서.. 나처럼 미술 입시를 공부하다 온 친구가 있다. 공부한 분야는 다르지만 같이 미술 입시를 했다는것 만으로도 얘기가 통하는 느낌이다. 나는 허접한 실력이지만 친구는 정말 잘 그린다. 그래서 매번 교수님에게 칭찬도 듣고 잘 된 예시에 늘 뽑혀간다. 난 한번도 뽑힌적이 없으니 허접한 실력이 맞고 친구가 정말 잘 그리는게 맞다. 근데 왜 자꾸 마음이 아프지... 실력도 없으면서 자꾸 내 그림도 잘 된 예시에 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지...? 잘하는게 있다고 느낀건 미술을 배우지 않은 사람들이 주변에 더 많았으니까 그런거였다. 사실 미술을 배운 사람들 축에선 잘하긴 커녕 쓰레기 같은 실력인데. 애초에 대학교에 떨어진것부터 알았어야 했는데... 뒤돌아보니 나도 모르게 미술에 관해선 우쭐하고 있었다. 사실 배운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허접한 실력이었던건데... 창피하다. 내 주제도 몰랐던게. 늘 좋기만 했던 미술이 갑자기 눈물나고 우울해지는 느낌을 받은건 오늘이 처음이다. 과목들 중에서 그나마 재미있었던 미술치료마저도 싫어졌다. 그나마 잘한다고 생각했던게 잘한게 아니었다고 생각이 되니 마음이 공허하다. 다시 예전처럼 공부도 뭐하나 잘하는것도 없는 쓸모없는 사람인가 싶어졌다. 아니야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들었던 내 착각이었던거지 예전부터 계속 쓸모없는 사람이었던거야. 종강하면 그림 가져와서 찢어야겠다.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되지도 않는 실력 가지고 잘 그려보겠다고 노력한 흔적이 너무 보여서 한심하고 창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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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OJ
· 4년 전
맞아요.저도 잘하는줄알았던게 그저 우물안 개구리였죠...잘하고 싶어서 노력했던것이 사실 남들에게 인정받기위함뿐이라는것을 알지만 속으로 모른척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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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글쓴이)
· 4년 전
@HsOJ 마음이 공허하고 아파요. 제가 아무것도 아닌게 다시 된것 같아서요. 하늘 참 너무하네요. 이렇게 아무 능력도 안 주실거라면 차라리 인정 받으려는 욕심도 없게 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