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주저리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스트레스|결핍|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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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주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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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나는 왜 그 빛나고 순수하고 점점 배워나가는 시기에 남들처럼 웃고 평탄하게 보내지 못했을까. 오늘 또 과거의 내가 불쌍하다는 기분이 들면서 눈물이 고였다. 나는 내일 또다시 학교에 가고 내년이 오기 전까지 마지막까지 학교에 가면서 과거의 연장선 속에 있어야 하겠지. 우울이 동반되고 수치심과 두려움과 스트레스가 옅게 지속적으로 쌓이는. 속박된 것처럼 편하게 있지도 못한 채. 그리고는 대학교를 가겠지. 그리고 또 반복되겠지... 그런 삶을 살아온 내가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면 꼭 침대에 누우면 공허감 때문에 울게 되는데, 서러워서. 내일도 학교 가야하는데. 눈이 붓겠네. 붇겠네인가. 주위의 아무나 붙잡아도 나보다는 나은 안색이었어. 어쩌다가 이런 시체같은 어눌해보이는 인상을 갖게 됐을까, 어쩌다가 내 대부분의 과거의 기억이 괴로운 공간으로 남았을까. 나는 분명히 가만히 있었는데, 세상이 나를 가만히 안 뒀어. 시간은 날 방관했어. 내가 얼마나 바랐는데... 애들이 평범하게 웃는 게 부러워지고 몇 년이 지나서 체념하고 여전히 나는 과거랑 비슷해. 변한 건 최근에서야 시간으로 인해 나아진 게 있고. 왜 노력했을 때는 안 나아졌을까? 내가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알고보니 난 한 발자국도 나*** 않았고 똑같다는 걸 깨닫는 건 정말 비참해. 펑펑 울고 싶은 적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가만히 있으면 눈물이 내 볼 위로 흐르는 착각이 들었어. 침묵하면 대신 울어주는 것 같았어. 누군가가. 끔찍해. 끔찍해. 현실에서는 말할 일이 없으니까 여기서라도 말하자. 과거든 지금이든 미래든 끔찍해. 이게 우울인지 무기력인지 모르겠어. 그냥 우선 학교에서 벗어나고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고 나 혼자서 살고 싶어. 어차피 같이 있어도 내가 말할 수 있는 것들은 얼마 없는데. 숨기느라 더 지치고 가라앉기만 하고. 말해도 이해받지 못할 게 너무 선명하니까 그냥 입 다물고 있자. 가족마저도 나를 그런 시선으로 보면 난 정말 그 자리에서 까무러칠 것 같아. 과장이야. 어떤 소설에서 주의력 결핍...? 어떤 장애가 있는 주인공을 읽었는데, 그 주인공은 우울해하면서도 머릿속에서 어떤 친구를 불러낼 수 있었어. 상상같은 거. 근데 그게 뚜렷한 거야. 그걸 읽을 땐 잠시 그게 부럽다는 생각을 했어. 나도 전에 그랬으면 좀 나았을까? 이건 이상한 행동일까?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을까? 상담사의 그 가식이 싫어. 친절하려고 웃는 얼굴이 꾸며낸 건 맞잖아. 어쨌든 보기 힘들어. 왜 난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찾아야 할까. 왜 난 외로움을 느껴야 할까. 사람을 만든 게 신이면 전략적으로 잘 만들었네. 뭉쳐서 잘 이어가고 있으니까. 근데 우린 자연스럽게 생겼을 확률이 더 높고 난 이런 사람의 특성이 싫어. 정말로. 내 7년치의 삶만큼. 이제 성인이 되는데, 성인이라는 경계를 왜 과거의 것을 잇고 있는지 모르겠어. 삶에 대한 건 아무것도 안 가르쳐주면서. 뭘 배웠다고 멋대로 졸업시키는 거지. 내가 태어나고서부터 한 방황에는 더 안좋은 영향만 끼쳤어. 적어도 유럽에서 태어났었어야 했는데. 이제는 자야겠다. 눈물이 난 김에 막 적었어. 그러고보니까 일기도 말투가 왔다갔다 하네. 그건 별로 안 중요하지. 그러니까 괜찮아. 눈 뜨면 내일일 거란 사실이 끔찍하다. 허공에 부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내가. 내일은 학교에서 우울하지 않고 오로지 내가 할 일에만 집중할 수 있기를.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기를. 시간이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어지간해야 할 수 있는 거지. 나는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졌어. 뭘 해도 내가 지금보다 더 낫게 살 수 있을 거란 가망이 없어. 나로서. 내년에는 방학을 하고 나면 조금은 나아지겠지. 눈이 올 거고 그러면 조금은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을 거고. 그때만 기다리자. 사실 뭐든 다 잘하고 싶었는데 나는 항상 망쳐. 그래서 생긴 체념이 많이 안타깝고 힘들 뿐이야.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자고, 내일은... 아침이면 아무리 진심이던 의지가 사라져 있던 것처럼 내일 아침에 갑자기 의지가 생겨나서 지속됐으면 좋겠다. 그게 기적이겠네. 내가 마지막까지 망치진 않길 바랐는데.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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