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주문하지 못해 서러워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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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주문하지 못해 서러워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kitty00
·5년 전
사소한 제목으로 시작되는 작은 고민이지만 아침에 눈뜨기 싫을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저는 음식을 주문하지 못해서 서러운 상황이에요. 정확히는 엄마에게 미안함과 죄책감이 들어 먹질 못하겠어요. 저희 가족은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저희 3남매와 엄마, 이렇게 4명이 같이 살고 있어요. 당시 엄마가 많이 힘들하셔서 저희 남매는 교회같은 곳에서 받은 작은 초코파이 간식이라도 먹지않고 집으로 가져와 엄마에게 드리는 게 암묵적인 규칙이었어요.그렇지않고 먹어버리는 남매가 있으면 서로 눈치주면서 죄책감 주는 건 일상다반사였고요..., 저희 가족이 굶을 정도로 가난했던 건 아니지만... '집에 있는 우리 엄마도 이거 좋아하는데 나만 참으면 엄마에게 이걸 줄 수 있어.'하는 생각에 그랬던 것 같아요.엄마는 늘 괜찮다고 하셨지만 저희는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 그래왔어요. 문제는 지금의 제 나이는 24살이며, 지금까지도 여전히 집에서 음식을 먹을 때 엄마께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거에요. 저희 집이 가난한 것도 아닌데 집에서 참치캔 하나 따서 반절넣고 밥이랑 비빈 음식조차 미안함으로 먹어요. 엄마는 일터에서 잘 챙겨드실까, 하는 생각이 끊이질 않아요. 실제로 엄마께서는 일이 하도 바쁘셔서 점심을 오후 5시에 드시는 일이 잦으시거든요. 시간내서 챙겨드시래도 여전히 밥은 허겁지겁 물에 밥말아서 떠마시고 나간다며 저에게 이야기하시는데 솔직히...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록 제가 너무 양심없는 이기적인 사람이되는 것 같아요. 이젠 익숙해질 법한 이 음식에 대한 서러움이 왜 지금 갑자기 참을 수 없게 되었냐면 제가 3개월 전에 기숙사에서 살았거든요. 그때는 엄마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니까 먹고싶은 음식을 시켜서 혼자 먹었는데 너무 행복했어요. 눈치보면서 시켜먹지않아도 되고, 먹은 후에 숨기지않아도 되니까요. 그럼 가족과 함께 먹으면 되지않냐고 하실수 있겠지만... 오빠와 남동생은 현재 다른곳에서 자취하고 있고, 일단 저는 엄마와 같이 먹고 싶고싶지않아요.정확히는 엄마와 마주하기 싫어요. 저희 엄마는 어렸을 때 저희를 엄하게 가르치셨는데 지금은 좀 유해지셨다곤 하지만 가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세요. 최근에 많이 우울해하셔서 정신과도 다시 들르시고 약도 드시길래 제가 엄마께 뭔가 드시고 싶은 건 없는지 괜찮으신지 자주 여쭤봤거든요. 그때는 항상 무기력하게 별일없다고 하시고 먹고싶은 거 없다고 하시더니 며칠전에 밤 9시에 퇴근하셨을 때 설거지통에 그릇 3개가 놓여있는 걸 보시고 제게 버럭 소리를 지르시더군요. 자기가 퇴근하는 9시 전까지는 깨끗하게 해놔야할것 아니냐면서요. 저는 최근 졸업전시회 위원장을 맡게 되어서 일주일 내내 전시장으로 오전에 출근에서 오후 8시에 퇴근하는 꼴이었는데 자기가 먹은 그릇 포함 3개가 놓여있다고 아주 역정을 내시는거에요..., 저도 이제 막 왔다고 이야기했지만 눈 부릅뜨시면서 자기같으면 미안해서라도 말대꾸 안하겠다면서 소리치시더니 갑자기 눈물 뚝뚝 흘리시면서 "너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어? 내가 요즘 우울하다고 했을 때 자식놈의 새끼들 하나도 나한테 먹고싶은 음식있냐고 물어본 놈 하나 없었어! 너희들은 진짜 나한테 너무해. 너 뿐만 아니라 니네 오빠나 동생이나 똑같아. 다들 자기들만 챙길 줄 알지.난 말이야. 너무 섭섭해. 섭섭해 죽겠어!!"하면서 갑자기 펑펑 우시는 거에요. 이때 저는 가만히 들으면서 바닥을 보고 있었는데...내가 왜 이런말을 들어야 하는 걸까, 왜 내가 오빠나 동생의 몫까지 욕을 먹어야하며, 왜 이런 말을 오빠와 동생에게는 하지않는 걸까. 나는 엄마에게 섭섭한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이렇게 참는데. 나도 엄마가 미웠어도 말 안하고 속에 꾹 담아놓고 스스로를 도닥이는데. 엄마는 왜 50살의 짐을 24살인 내가 받쳐줘야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하는 생각이 치밀었어요. 안그래도 하나뿐인 제 졸업전시의 유일한 저희 초대손님이 엄마밖에 없었는데 겨우 15분, 제가 화장실 잠깐 갔다온 사이에 혼자서 빙 돌고서 손님이 기다린다며 빨리 집에 가자고 부추겼던 엄마가 떠오르더라고요. 운전하며 돌아오는 동안 제가 6개월동안 리더로 있던 그 졸업전시의 어느 작품도 기억하지 못하는 엄마가 떠올랐어요.엄마를 일터에 내려다드리고 집 주차장에 주차를 했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져서 스스로 "이게 내 처음이자 마지막 졸업전시인데...엄마가 내 유일한 초대손님인데..."하고 중얼거렸던 제가 보이는 거에요.그래도 말 하지말자. 엄마는 일을 해야했고 기억은 못해도 보러와주셨으니까 괜찮아.하고 생각한 제가 왜 엄마의 섭섭함을 다 받아내야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이쯤 되면 엄마에게 화가나야하는데 그냥...그냥 제가 쓰레기가 된 느낌밖에 느끼지 못했어요. 우리 엄마에게 나는 아무것도 신경안썼던 못된 딸이었구나. 이 사람은 이렇게 약하구나. 나도 약한데... 나도 서러운 거 있는데... 그래도 나는 엄마의 서러움도 받아내야하는 사람이야. 나는 참 못됐다. 못되먹은 딸이야.....하고 저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밖에 느껴지지않았어요. 엄마가 그저 애처럼 보여서요. 그때 저는 설거지통 모서리 부분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반질반질하고 매끈한데 거기에 딱 제 머리를 마구 박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평소 '자해'에 대해 이해를 못했는데 정말 그 모서리에 머리를 미친듯이 박아서 머리가 어떻게 된다해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그러다 엄마가 들어가라는 말에 뒤돌아서 들어왔는데 그런 느낌은 처음이라 의자에 앉아서 곰곰히 생각하다 이번엔 책상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혹여 소리가 클까봐 책상은 무리니까....책꽂이의 모서리는 어떨까 싶어서 한번 쿵 박았는데 뭔가 약감 시원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네번 정도 크게 박고 나니 그제서야 눈물이 좀 그치는 거에요. 아무생각도 안나고.... 주먹으로 머리를 마구 쥐어박고 난 후에야 머리가 띵한 상태에서 '내가 지금 뭘 한거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해에 대해 검색해보니 대부분 자신에게 죄악감이 강하게 들어서 하게 되는 행동이라고 되어서 그제서야 이해가 됐죠. 제가 엄마가 아니라 저 스스로에게 화풀이를 했다는 걸요..., 이 일이 있은 후, 저와 엄마는 퇴근시간 9시에만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어요. 엄마가 퇴근하면 방에서 나와 "어서오세요."하고 얼른 들어가버리는 게 전부였죠. 9시 이후에는 지옥의 침묵이 시작되지만 저는 이 생활이 좋아요. 엄마와 화해하면 언젠가 또 엄마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이상한 행동을 보게될테니까 차라리 이게 편한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제가 엄마와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없는 거에요. 저는 어색한 공기 속에서 먹고싶지도 않고 엄마와 마주앉아 먹기 싫어요. 차라리 먹더라도 반반 나눠서 서로 얼굴 안보고 먹었음 좋겠는데 엄마는 이전부터 얼굴보고 같이 먹지않으면 차라리 안먹겠다면서 삐지시는 분이고 심지어는 저한테 '너가 먹고싶지않아도 나는 먹고싶으니까 너는 그냥 내 앞에 앉아서 내가 먹을 동안에 말동무만 해줘.'라고 말한 분이에요....저도 저 말을 듣고 기함하기는 했는데.... 다른 친구들은 곧잘 집에서 혼자 햄버거도 시켜먹고 치킨도 시켜먹고 그러던데..., 엄마가 오기전에 몰래 먹으면서 느낄 죄악감에 음식을 주문시킬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밤에 주문해서 같이 먹고싶지도 않고..., 겨우 음식 하나, 뿌링클 하나 제 돈 주고 시키고 싶은 건데 죄책감이 들고, 시키지않으면 제 정신이 피폐해지는 것 같아요. 왜 내가 음식 하나도 내 돈주고 못시키지.......하는 생각에요...... 너무 서럽고....아침에 눈 뜰때마다 우유부단한 제가 너무 싫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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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00 (글쓴이)
· 5년 전
@!8535a6b718572b9b7f2 그게....그 배달앱에서 주문을 넣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어요. 주문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안되지만, 주문한 후에 제가 결국 혼자 먹고싶어 주문하는 구나..하는 못된 딸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요...,같이 먹으면서 이야기하고싶지도 않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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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k
· 5년 전
엄마는 결국 맘놓고 내게 화풀이를 하는구나. 나는 그것을 받아주고 싶지도 죄악감을 갖고 싶지도 않다. 엄마와 어느정도 단절 분리되는게 나의 행복을 찾는 길이겠구나. 이런 생각으로 잘 독립해서 그때부터는 먹고싶은거 먹고 잘 살면 좋겠는데... 집에서 살때는 쉽지 않겠죠. 그냥 나가서 먹는게 마음이 편할것같아요. 마음에 여유있는만큼만 신경쓰고 걱정되지않을만큼 단절되어 잘 사는것. ㅠㅠ 어렵긴 해도 잘 찾으셔야될것같아요. 자해는 한계치에 몰려있어 힘들다는 님 안의 발악이니까요. 님 스스로를 좀 살펴주세요ㅠㅠ 엄마문제는 그 다음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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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00 (글쓴이)
· 4년 전
@enak 고맙습니다... 이 글을 읽다가 마지막에 제가 한계치에 몰려있다는 말에 퍼득 '내가 지금 한계에 도달한건가...?'하고 생각하게되었어요. 생각해보니 겨우 음식에 대한 죄악감으로 10년도 넘게 지내고 있었네요..., 밖의 일로도 힘든데 안에서까지 이러니까 결국 선택한 행동이었었나봐요. 꿈에서도 무서운게 쫓아오면 도망가다가 그 자리에 서서 그대로 주저앉아 웅크려버렸거든요.... 그래서 어제 이 글을 읽고 계속 먹고싶던 뿌링클을 시켰어요. 엄마몫을 미리 남겨놓고 제 몫을 조금 덜어먹었지만 너무 행복하더라구요. 그리고 맞은 오늘 아침이 너무 편안했어요. 고맙습니다. 독립하고 나가는 시기가 저에게도 찾아온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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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e22
· 4년 전
읽는 내내 맘 한켠이 아릿하네요.. 제가 이런 상처를 잘 다독일수 있는 전문적인 힘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어요.. 너무 자신을 내몰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의도적으로 남에게 해를 끼친게 아닌데 자책하며 자신을 학대하지 마세요. 한발 떨어져 보면 보호받아야할 어린아이가 어른을 걱정하며 행동할만큼 당신은 얼마나 따뜻하고 착한 사람인가요. 자신을 사랑하라는말 .. 꼭 해주고 싶어요.. 자신을 가엾게 여기고 도닥이고 어루만지고...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셨으면 좋겠네요... 제 딸아이 같아서 너무 안타깝고 눈물이 쏟아지네요.. 꼭 자신을 진심을 다해 사랑해주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