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일이 없는 데 우울증.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우울증|고민|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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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일이 없는 데 우울증.
커피콩_레벨_아이콘ideabomb
·4년 전
스물넷. 4년제대학을 졸업하고 취업난속에서 운좋게 6개월짜리 계약직에 합격해서 배우는 마음으로 여유를 가지자, 정규직 취업 아직 늦지않았다 되새기며 상반기를 보냈습니다. 대기업에 서류를 내고 면접도 갔지만 번번히 떨어졌습니다. 대학생티를 못벗어서 그랬을까요. 아직 나이도 어리고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될것이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낭 노는 사람들도 많다는걸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친구들의 취업소식에 마음엔 불안감이 쌓였나봅니다. 체험형 인턴이 끝나갈 무렵 생계를 책임지시던 아버지께서 암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말기암도 아니었고 다니시던 회사에서 푹쉬다오라고, 월급도 챙겨주겠다고 해주셨습니다. 돈없어서 치료를 못받는것도 아니고 까다로운 암이었지만 치료가능하다고 하니 다행이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은 불안했나봅니다. 전업주부 어머니, 학교를 다니는 동생.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없었습니다. 할 줄 아는 능력을 총 동원해서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프리랜서라는 좋은 말이 있더군요. 없는돈에 치여사는기분 들고싶지 않아 짜내서 놀러도 다니고 맛있는것도 사먹으면서 남들이 보기에는 어쩌면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 처럼 보일 정도로 웃으며, 긍정적으로 지냈습니다. 몇 달이 지나 돌아본 제 돈 벌이는 제 용돈 수준에 그쳤고, 더 많은 일을 잡아와야한다는 압박감에 속으로 불만이 쌓였나봅니다. 작은 불안감이 쌓이고, 이끌어줄 사람 없는 상태로 잘하고 있는건지, 어디선가 날 뒷담화하고 있지는 않을지, 어느날 일이 뚝 끊겨버리는건 아닌지, 지금 하는 일에 몰두하기도 바쁜데 이정도 벌이로 끝나버린다면... 큰 회사로 들어가기위해 공부도 같이 병행해야하는건 아닌지. 아버지의 항암 치료 횟수가 늘어날수록, 회복되고나서 다시 그 지옥같은 일하는곳으로 보내고싶지 않은데 제가 할 수 있는게 너무 미약해서 뭘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있는건지 점점 깜깜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뭘 어쩌지 않아도 사실 큰 문제는 없습니다. 어쨌든 우리 가족은 나름대로 잘 견디며 살아가고 있고 저도 마냥 백수로 놀고있지도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열정적으로 일을 하고 집에돌아오면 눈물이 납니다. 머리가 핑글핑글 돌고 숨도 잘 안 쉬어지고 손도 떨리고. 일을 별탈없이 잘 마무리했고, 밤새서 준비하느라 피곤해서 사람들 만나는 일은 잘 못했지만 모임에 아파서 못나간다고 해서 누구도 뭐라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자꾸 더 완벽한 삶으로 보이려고, 잘하고 있다고, 잘 버티고 있다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여유있어보이려고 애씁니다. 내가 징징거리면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은 어떡하지, 이정도로 힘들어하면 날 나약한 사람 취급하는게 아닐까 점점 불안해집니다. 어지럽기 시작하면 그냥 무서워서 혼자 울어버립니다. 그래도 저는 또 웃으면서 일하러가고 가족들과 힘내자고 안아주고 제 꿈을 향해 밤새 고민해야겠죠. 젊은사람이 그정도 시련은 견뎌내야겠죠? 제가 겪고있는건 시련 축에도 못끼는 작은 것이고 제가 예민해서 하나하나 다 신경쓰고 있는 거겠죠? 남들 다 겪는 고민거리에 왜 저는 우울해질까요. 속병을 앓고 소화도 못시키고 나약한걸까요. 하고싶은 일들은 너무너무 많은데. 현실에 부딪치면 당연히 타협하고 할수 있는것과 없는것을 구별해서 하는게 맞는데. 잘 알면서 왜 답답해지고 감정 컨트롤이 안되는 걸까요. 이만하면 다행인 제 삶이 저는 왜 이렇게 우울한건지. 이글을 보고도 징징거린다. 힘들일도 아닌데 재수없다 이런생각 하는 분들이 계시겠죠. 늘 저는 제 능력보다 운좋게 바쁘게 사는 사람이라 부러워하고 시기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아파서 약을 먹어도 남들 다 똑같이 일하고 힘든데 혼자 다해서 아픈거처럼 약먹으며 티낸다는 소리, 나는 백수로 사는데 너는 일도 알아서 잘 하면서 한턱좀 쏘라는 소리, 돈걱정 없이 그래도 치료받을 수 있는게 얼마나 다행이냐는 소리... 웃으며 그렇다고 대답한 제 잘못일까요. 이 우울증은 또 어떻게 극복해야할까요. 이제는 혼자 말고 누군가 정답을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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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bomb (글쓴이)
· 4년 전
@mmtscherish 한 두번 들었던 상처되는 말이 나중에는 직접 듣지 않아도 머릿속에서 계속 다른 상처되는 말로 생각나서 힘들었던것 같아요. 다시 긍정적인 마음으로 부담감을 떨치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그래도 잘 살 수 있도록 버텨보겠습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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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hlove
· 4년 전
작은 구멍이 뚫리면 그 구멍은 점점 더 커집니다 몸 과 마음을 철벽 수비 해야 합니다 제가 보기엔 구멍이 점점 커지는걸로 보이네요 자신의 한계를 알고 인정하고 내가 두걸음 왔을땐 어땠었는지 힘들었었는지 세걸음 갈수있을지 알아야 합니다 잠시 쉬어가야 갈듯해요 휴대폰도 충전해서 쓰잖아요 막연히 힘내자 이런거 안됩니다 구멍을 메꿔야하고 구멍을 메꾸는 방법은 본인이 찾아야 해요 본인의 몸과 마음을 충전 할수 있는 방법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찾게된다면 한걸음씩 나아갈수있는계기가 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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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bomb (글쓴이)
· 4년 전
@jmhlove 충전이 필요하다는말 정말 공감해요. 계속해서 해야할일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뭔가 채워넣을 시간을 생각하니 조금 나아졌어요 따뜻한말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