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말 못 듣고 자란 사람의 대인관계
저는 어릴 때부터 상처가 많아요. 아빠는 없고, 엄마랑도 떨어져 살고, 할머니랑만 살았어요. 할머니는 엄한 분이셔서 저한테 다정한 말 예쁜 말 해주지 않았어요. 때리고 욕하고...그렇게 학교에 가면 담임선생님을 비롯한 다른 선생님들도 욕하고...
그러다 10대 중반에 다시 엄마를 만나 아예 말도 모르는 외국에 나와 살게 되었어요. 주변 사람들의 차별과 비웃음을 매일 받으며 학교도 거의 출석일만 채우고 졸업했어요.
겨우겨우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인 준비할때 즈음,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교회에서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게 되었죠. 진지하게 결혼하려고 했어요. 매일 꾸준히 그를 위해 기도하고, 정말 사랑했어요. 그런데 중간에 어떤 다른 여자가 끼어들어 필사적으로 방해를 하더군요. 그 남자를 좋아한다고. 저를 괴롭히고 교회속에서 제가 있을 자리를 뺏더라고요. 게다가 결혼을 생각했던 그 남자는, 평생 잊혀지지도 않을 심한 말로 저를 버렸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를 방해하던 그 여자와 결혼했어요.
정말 죽고싶었어요. 매일 출근마다 다리를 건너는데, 매일 그 다리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욕구를 간신히 억누르며 겨우 3년 넘게 지내왔어요.
마음의 상처 때문인지 일도 오래 지속하지 못하고 몇번 이직하다가 지금 정착하고 있는데, 제가 다른 동료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고 어제 이야기를 들었어요. 말을 예쁘게 포장할 줄 몰라, 악의 없이 했던 말들이 딱딱한 제 말투때문에 조롱하고 비웃는 것 같대요. 일을 빨리 하려고 집중하고 있으면 표정이나 말투가 날카로워 동료들이 다 싫어서 제 뒷담 하고 있었대요. 원래 표정도 말투도 살갑지 않은데 그것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상처받으니 개선하래요.
그 말을 듣고 제 자신이 한심하고 한심해서, 존재가치가 없는 것 같이 느껴져 몇시간동안 쉴새없이 오열했어요. 예쁜 말, 살가운 표정 하나 제대로 짓지 못하는 제가 너무 한심했어요. 정말 죽고싶은데 죽지도 못할 답답한 심정이라 울고 울고 눈이 팅팅 붓도록 울었네요.
여태껏 나에게 갑자기 짜증내고 갑자기 연락 끊고 사라진 사람들, 다 나 때문이었구나 싶어 절망스러웠어요.
저는 여태껏 평범하게 대하려고 노력한 것들이, 다른 사람들 눈과 귀에는 지나치게 딱딱하고 직설적이고 비웃는 것처럼 느껴진대요.
어떻게, 마음에 없는 미소를 매일 입에 걸고 가식적으로 내는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단어들로 말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전 그 연기가 너무 힘들어요. 앞에서 생글생글 웃고 뒤에서 남 뒷담화하는 이중성도 너무 피곤한데...다들 그렇게 살아가니까 나도 그렇게 살래요.
꿈에는 매일같이 교회에서 만난, 사랑했던 남자가 나와 저를 괴롭게 만듭니다. 이젠 교회와 교회 사람들 자체에 트라우마가 너무 커 다시는 교회와 엮이고 싶지 않아요.
예쁜 말 다정한 말 예쁜 표정 지을 줄 모르고 자란 저에게는, 나이 30이 다 되도록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너무나도 힘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