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부터 엄마 아빠 사이가 안 좋았습니다. 아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스트레스|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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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어렸을때부터 엄마 아빠 사이가 안 좋았습니다. 아빠는 좋게 말하면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자유로운 분이셨지만 나쁘게 말하면 책임감이 부족하고, 고집이 센 분이셨어요. 사람을 너무 쉽게 믿기도 했고요. 그래서 제가 어렸을때 아빠가 다른 사람에게 속아서 빚을 엄청나게 가져온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어려서 잘 몰랐지만, 저보다 2살 많았던 오빠는 그때 집에 왠 낯선 남자들이 들이***서 빨간색 딱지를 붙이는 걸 그대로 보고 충격을 많이 받았었데요.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야 저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변 친척들은 모두 저를 막내라고 살뜰히 챙겨줘서, 저는 집안 사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빠를 싫어하지 않았고 엄마 아빠의 사이가 좋아질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었습니다. 실제로 아빠는 빚을 지게 된 이후로 저희에게 너무 미안해서, 멀리 나가서까지 일을 하는 등 나름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세상 일이 열심히 한다고 돈이 무조건 따라오는 것은 아니었는지, 그렇게 저희 집은 점점 가난해졌어요. 엄마와 아빠의 사이도 점점 나빠져 갔습니다. 저는 아빠를 닮아서 공부보다는 밖에서 놀거나, 다른 활동을 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엄마께서 제게 힘든 와중에도 비싼 돈을 들여 학원을 보내주곤 했던 것이 저는 늘 부담이었고, 귀찮아 하곤 했습니다. 철이 너무 늦게 들어서, 그때의 자신이 너무 후회되곤 합니다. 고3의 마지막을 보내던 오빠는, 집안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1등급의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장학금을 타기 위해 집에서 가까운 대학에 들어 갔습니다. 뒤늦게 알아챈 바로는, 오빠는 저만은 더 좋은 대학에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할 수있도록 하고 싶어서 자신은 등록금이 싼 대학에 간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고3이 되던 해에, 부모님께서 큰 말싸움을 하셨고 결국 이혼 얘기가 거론되면서 아빠는 집을 나가셨습니다. 달마다 생활비를 보내 주시던 것도, 번듯한 직장이 없어서 힘드신지 요즘은 그것마저 줄어들거나 오지 않는 날도 많습니다. 덕분에 엄마는 다니던 직장을 내려놓고, 월급이 더 많은 직장을 찾았습니다. 대신 일을 힘들었고, 쌓인 피곤과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제게 돌아왔습니다. 제 성적이 조금만 낮아져도, 늘 크게 화를 내고 꾸짖으셨습니다. 오빠는 이맘때쯤 군대를 가서, 제가 의지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엄마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늘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저역시 덕분에 짜증은 날로 쌓여 갔습니다. 결국 고등학교 제 성적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애매한 성적이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학과로 대학을 진학할 수는 있었지만, 좋다고는 할 수없는 학교였습니다. 엄마는 더이상 아빠에게 생활비가 많이 들어오지 않자,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공부를 병행하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교에 들어가고, 돈은 더 많이 필요해졌고 그때마다 저는 엄마를 볼 면목이 없었습니다. 늘 죄송했고, 그만큼 마음도 위축되고 긴장됬고, 공부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아 더욱 더 심란했습니다. 그런 제 상태를 보고, 엄마는 실망하셨습니다. 제가 공부도 하지 않고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하신 엄마는, 제게 아빠처럼 인생을 살거냐, 그렇게 거지처럼 대책없이 살거냐, 내 등골 빼먹으면서 살지 말고 그럴거면 학교 때려치고 알바하면서 돈이나 벌어라 등등의 말을 하며 화를 내셨습니다. 마음속으로 엄마에게 미안하던 감정들이, 그 말을 듣는 순간 욱하던 감정으로 바뀌어서 저는 오히려 엄마에게 화를 냈습니다. 내가 그러고 싶어서 놀고 있는게 아닌데, 엄마한테 늘 미안하고 내가 죄짓고 사는 마음으로 그렇게 살았는데, 제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고 계속 화를 내는 엄마가 야속했었는지 저도 결국 화를 냈습니다. 이제는 그저 엄마도, 아빠도 원망스럽고, 세상이 뭐길래 돈이 뭐길래 인생이 허무하기만 합니다. 친구들이 모두 예쁜 옷 입고, 옷 사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때 그러지 못하는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였습니다. 20년을 혼자 고생한 엄마에게 미안하지만, 동시에 이제는 원망하는 마음이 너무 커져서 집으로 내려가는 것이 두렵고 싫어집니다. (지금은 대학교 기숙사에서 생활 중입니다.) 요즘은 진로에 대한 것도, 미래도 뭐든지 다 의미가 없다고 느껴지고, 이러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늘 울컥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곤 합니다. 주변에 말하기 어려워, 늘 마음도 답답하고 매일 아침에 눈 뜨고 감을때까지 왜 살고 있는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는 어찌 해야할지도 모르고, 그저 자포자기하는 심경으로 털어놓고 싶어서 여기 글을 올려 봅니다. 분명 저보다 힘든 상황인 분도 많겠지만, 적어도 제 얘기를 듣고 고작 이런 일로 고민이냐는 생각은 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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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0000
· 6년 전
마카님이 얼마나 심란하실지 느껴지는 글이에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아직 철이 덜 드셧구나, 나도 저 나이때엔 저랬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글을 보니 금전적으로 부족한 와중에도 마카님은 가족의 지원을 꽤 받으신거같아요. 마카님을 위한 어머니와 오빠의 희생. 마카님은 어머니께서 마카님이 얼마나 미안해하는지 모르고 화를 내심이 속상해서 되리여 화를 냇다고 하셧는데, 어머니의 입장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마카님은 마카님 자신만 챙기면 되지만, 어머니께선 단지 부모란 이유만으로 자식을 위해 희생하시고, 힘들게 돈을 벌어도 자꾸만 줄어드는 잔고, 언제까지나 마카님을 써포트 해줄수 없기에 불안한 마음. 그런데 마카님을 보니 자신의 마음도 몰라주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것처럼 보이니까 불안하고 속상하고 화나고 그러실꺼같은데.. 아닐까요? 이제 스무살이신거같고 대학교도 그저 가야할꺼같아서. 라면 잠시 휴학을 하고 일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사회경험을 해보는것도 마카님에겐 나쁘지안을꺼같아요. 어차피 대충 대학생활을 한다면 분명 그 미래는 불투명하겠죠. 그러느니 차라리 사회경험을 조금 이라도 하시면서 돈도 벌고, 미래도 생각해보고, 원하는것도 찾아보면 좋을듯 싶어요. 20대엔 이것저것 다 해보라고 하잔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