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부모님은 제작년 쯤 이혼을 하셨습니다
평소에 아빠가 엄마를 많이 구박하고 일방적으로 화내고 자존심을 깎아먹는 모습을 많이 보았기에 저는 엄마가 행복해지길 원해서 이혼에 찬성했구요
아빠는 내심 자식들이 이혼을 반대해주길 바라셨지만 저는 더 이상 두 분이 싸우는 걸 보고 불안해하기 싫었습니다. 서로 갈 길 가면서 행복해지시길 원했죠
오빠는 아빠,저는 엄마 쪽으로 각각 나눠서 살게 됐고 저는 엄마랑 원래 사이가 좋았기에 소박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둘이 사는 집으로 이사를 가고 한 두달 지난 후 엄마가
사실 남자친구가 있고,이 집에 데려오고 싶다고 말을 꺼냈습니다.
저는 엄마가 행복해졌으면 하고,한평생 아빠 한 분과만 연애를 해 왔기 때문에 다른 남자를 만나고 더 많은 경험을 해보셨으면 해서 (애초에 말릴 생각도 없었지만)관계를 허락하고 집에 데려오는 것도 괜찮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첫만남부터 저에게 외모품평을 하고,엄마를 가정부 부리듯이 부려먹는 모습을 보면서 도저히 철이 든 인간이라고 느끼진 못했어요
그걸 엄마한테 얘기했지만 저 사람도 엄마없이 자란 불쌍한 사람이니까 괜히 짠해서 챙겨주게 된다.엄마도 예의없는 사람인 건 안다 너한테는 안 그러게 말해두겠다.. 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제가 사랑하는 엄마한테 알지도 못하는 남자가 막 대하는 것도 싫고(아빠가 그러는 것도 싫었는데 이 남자는 덜하겠나요) 무슨 이유가 있더라도 예의없는 사람과는 상종하기 싫어요 심지어 학교나 회사처럼 어쩔 수 없이 생활해야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게다가 몇 주,몇 달에 한번씩 집에 찾아오는 게 아닌 일주일에 몇 번씩 온다고 하더라구요
처음엔 가볍게 설득하려고 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으로요.(이것도 정말 싫지만요..)
그런데 ㅋㅋ한 번은 너무 적다. 데이트할 때 호텔비가 많이 드는데 그럴만한 돈이 없다 돈 안내고 쉴 수 있는 우리 집에 오면 안되냐.....는 엄마의 말에 정말 기함했습니다
분명히 딸이 버젓이 생활하고 있는 공간인데. 엄마는 몇달간 파악하고 친해졌을진 몰라도 저에겐 생판 모르는 남인데?
정말 너무 싫어서 그 때 가출을 하면서 거부도 했습니다..
그 때는 제 말을 들어서 일주일에 한 번으로 타협을 했는데..
그것도 오래 못 가고 점점 두 세번씩 빈도를 늘리더니
지금와선 일주일에 5일,많으면 7일동안 오는 주도 있습니다.
이사온 지 얼마 안돼서 제가 쓸 침대가 없을 때는 거실에서 엄마랑 같은 침대에서 자야 했는데
그 아저씨가 오는 날에는 저는 바닥에서 이불 깔고 자야했구요.. 지금은 제 침대를 샀으니 망정이죠
또 그 아저씨가 오면 거실에서 TV,게임,간식,침대 등등 다 차지하고 있어서 도저히 밖에 나갈수가 없어요 제 방에 갇혀사는 것 같습니다 ㅋㅋㅋ물론 나가고 싶으면 나가도 되죠 그치만 제 집인데 어색한 사람 눈치보면서 화장실 갈 때도 조심조심하게 된다는 게 말이 되나요? 씻을 때,옷 갈아입을 때도 무섭습니다..
가끔 엄마가 없을 때 찾아올 때도 있는데 정말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결혼할 사이도 아니고,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 아저씨가 빈손으로 오는 건 아닙니다.
과일이나 음식이라든지,가끔 50만원 정도의 생활비를 주기도 해요. 하지만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사양도 하는데 줘놓고 생색내는 건 부담스러울 뿐입니다.. 그 아저씨가 저희 집보다 형편이 안 좋거든요.
엄마는 아저씨랑 보험회사에서 일하면서 만나게 됐고
둘은 사귀고 난 후 같이 자영업을 시작했지만 최근 일이 잘 안 풀려서 생계도 빠듯합니다.
엄마는 자영업을 그만둬도 다른 회사에 취직하면 되지만 아저씨를 내버릴 수가 없어서 같이 있어주는 거구요.....
적고 보면 엄마가 바보같고 남자한테 뭐든 다 주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엄마는 똑똑하고,뭐가 잘못된 건지 확실히 인지하고 계신 분입니다.. 다만 정이 많고 싫은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사람과의 관계를 끊는 것 어려워하구요)헤어지자는 결심을 해도 결국 말하지 못합니다
저도 엄마의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아서 이해는 합니다..엄마를 이해해드리지 않은 적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정도란 게 있는 것 같아요..
아무튼,그런 상태로 작년 이사 온 1월부터 지금까지 쭉 지내왔네요
그리고 오늘 제가 자는 줄 알고 제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대충.. 그 아저씨가 저를 욕한 것 같았고,엄마는 '내가 만약 네 자식을 욕하면 기분 좋겠냐'고 울면서 화내시는 걸 들었습니다
나한테 불만이 있으면 나한테 화를 내고 풀지 굳이 엄마한테 저러는 걸 알게 되니 화가 나서 미치겠더라구요
엄마가 아저씨랑 헤어졌으면 하지만 저는 엄마의 선택을 존중해주고 싶습니다
그래도 계속 이런 생활을 살다간 더 우울해질 것 같고 가출이나 자살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아주 가끔,가볍게지만요
적어도 제가 우울해지는 원인 중 이 아저씨 탓이 없다고 할 수 없네요
엄마가 아저씨를 끊어낼 때까지 해결책은 없지만 그냥 속마음을 털어놓고 정리해보고 싶어서 적어봤습니다
저는 이제 고2 올라가는 여학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