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김유진, 견뎌. 지금 이 상황을 피하려고 하지 말고 견뎌 봐. 인정하기 힘들고, 견디기 힘들다는 거 알아. 넌 항상 강한 척을 했지. 너는 너까지 속였잖아. 그래서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어. 하지만, 이번 일 겪고 느꼈다. 생각보다 나는 약한 사람이라는 거. 생각보다 여리고 눈물이 많다는 거.
이번 일 아니었으면 몰랐을 거야. 좀 더 배운 걸 거야. 그래. 많이 힘들지.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게 미치도록 서러울 거고. 다 두렵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괜찮을 거야. 괜찮아.
이런 말 있잖아, 시간 지나면 아무 일도 아닐 거라고. 그래. 이 아픔도 그리 오래가진 않을 거야. 다 경험일 거고 나중엔 지금을 생각하며 웃을지도 모르지. 그냥 안주거리가 될지도 몰라. 하지만 그러면 뭐해. 지금 너가 힘든데. 견딜 수가 없는데.
너의 슬픔을 이해하고 인정해. 너는 강한 사람이 아니야. 멋있고,지적이고,논리적인 사람도 아니지. 그냥 넌 '김유진'이야. 영화 보는 걸 좋아하고, 책 읽는 것도 좋아하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지만 손이랑 발을 잘 못그려. 그래. 이렇게 인정해. 너를 부정하지 마.
너를 사랑해 봐. 너의 일기장엔 우울한 일들도 많았지만, 반대로 웃었던 일들도 있었잖아. 유진아 내가 살아보니까 다 그렇더라. 인생이 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 미친듯이 아프기도 하고 미친듯이 행복하기도 하지. 그게 인생이야.
지금 많이 힘들지. 견뎌봐. 사랑해. 힘 좀 내봐. 좀 울어봐. 미안해. 너를 아프게 해서. 너를 맨날 울게 해서 미안해... 나 힘내볼게.
여리지만, 넌 강해.
앞으로도 '김유진'으로 잘 살아줘.
힘들면 펑펑 울어. 사랑해 유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