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피로감이 극심해집니다.
잘못은 항상 제가 하지요.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놓은 채로 친구와 점심을 먹고 있을 때
애인이 제게 전화를 했다는 걸 알면서도 친구와 점심을 먹고 있다고만 해놓고 다시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신경쓰지 않은 것.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공원의 언덕을 오르면서
몸이 좋지 못한 당신을 충분히 배려하지 못하고 일출을 놓칠까봐 이대로 가다가는 놓칠 수도 있겠다고 재촉한 것.
당신이 오후에 나와 같이 병원을 가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교양 수업의 시험이 오후에 있는데 잘 하면 합격할 수도 있겠다고 말한 것.
그래요 잘못이에요.
...
미안해요
미안하면서도
애인의 반응에 이토록 지치는 건 왜일지 모르겠습니다.
전화를 무시한 게 속상해서
안 하면 몸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병원 치료를 안 하겠다고 하고
자기는 평생 위해주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라고 한탄하고
위해주고 배려해주려고 노력하지만 아직 부족한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해도
행동으로 보이라고, 기말 과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전공 필수 수업에서 나와 자기한테 오라고 하고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인데
대체 뭘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일출을 보러 간 날에는
제 행동이 서운했으면 서운하다고만 하면 되고 힘들면 힘들다고만 하면 되지
왜 이리 사람을 약하게 느껴지게 만드냐고 건강해져야겠다고 철두철미한 다짐을 하게 만든다고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30분을 넘게 연설을 하고
시험이 있던 날에는
제가 고민을 좀 하다가 그래도 어차피 합격 못할 시험이니 같이 병원에 가주겠다고 했는데도
변덕이 죽을 끓었는지 아니면 자격지심인지
시험에 가라고 하고
대신 시험에 가면 자기는 몸이 잘못된다는 것만 알아두라고 하고
사람 협박합니까?
협박해?
너무 피곤합니다
너무 피곤해요...
그 사람이 저를 많이 사랑한다는 건 알지만
마음의 온도 차이가 너무 독이 되는 것 같습니다
피곤합니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