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사랑해온 사람과 영원을 약속했습니다.
이미 마음이 식었음을 발견한지 겨우 며칠이 지난 뒤였습니다.
연인 관계 이상의 복잡한 관계입니다.
경제적으로 이 사람에게 의존해있고
이 사람의 마음이 뒤틀리면 제 가정마저 파탄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미지근하게 사랑했고
이성애보다는 우정과 의무감이 컸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제가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 사람은 제게 모든 다정함과 배려를 쏟으며
함께 영원하자고
언약식을 하고 반지를 나눠끼자고
결혼까지 생각해보자고 했습니다.
그 사람이 제게 잘해주는 한 달 동안
저도 마음이 많이 자라 이성애가 전보다 훨씬 커지게 되었고
비록 결혼까지는 생각이 없었지만 그래도 이 사람과 함께할 앞으로의 시간이 기대되었기에
언약식에 응했습니다.
한동안은 저도 즐겁게 언약식을 준비하며 달콤한 시간을 보냈지만
언약식 전 며칠 어떤 일을 계기로 이 사람에 대한 이성애가 식어버렸습니다.
저도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이 저에게 잘못한 것은 없습니다. 정말로 없습니다.
그냥 전처럼 이 사람에게 이성으로서의 매력이 느껴지지를 않습니다.
스킨십을 할 때에도 지난 한 달 같은 설렘이나 흥분이 전혀 없고 오히려 섹스를 할 때에는 부담스럽고 피하고 싶습니다...
이 사람과 영원히 갈 자신이 없어서 몇 번 저의 망설임을 표현했지만
그 사람은 자기는 저를 위해 인생을 바꾸기로 했는데 이렇게 나오면 자기는 어떡하냐
이러면 떠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제 가정은 파탄나고 경제적 지원도 끊길 것이라고 말했고
결국 제 생활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언약식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완전히 자의에 의한 것은 아닌 언약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언약식 무렵에는 그래도 이성애가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단지 그 사람이 애틋하고 따뜻하고 고마울 뿐입니다.
이성으로 사랑하려고 노력하지만
쉽게 되지 않습니다
제 마음을 흔들어놓았던 남자에 대한 마음도 거의 완전히 잘라냈는데도 마찬가지입니다.
섹스를 할 때마다 거부감이 들고
그 사람이 결혼을 하고 영원을 바라보자는 둥의 부담스러운 말을 할 때마다 그 사람이 더 싫어지기만 합니다.
...그 사람이 가정과 경제적 지원을 볼모로 저를 잡아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어서 경제적 독립을 해 자유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록
타의로 붙잡혀 있다는 생각을 할 수록 마음이 멀어집니다.
분명 사랑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억지로 같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전혀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이 사람에 대한 마음을 키워나가는 게 현재 상황으로서는 답이겠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이 사람에게서 하루 빨리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헤어질지 말지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게 하루 아침에 될리 없지요.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을 더 사랑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