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유치원 시절부터 초등학교 시절까지의 기억이 매우 희미하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저는 선생님들과 친하고 또래 아이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던거 같습니다. 중학교를 먼 곳으로 진학한 후에 다시 처음부터 인간관계를 쌓아야 한다는 사실이 매우 두려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에 그냥 받아드렸고, 결론적으로 나름 원만한 교우관계를 유지하며 졸업을 했습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도 나름 잘 지내다가 초등학교 때 잠깐하고 한번도 한 적 없었던 자해를 1학년 겨울방학 때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 우울한 빈도가 늘어나더니 우울의 정도와 자해의 강도도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안 좋은 기억들을 빨리 잊어버리려했던 습관(?), 바램(?) 때문인지 점점 크면서 짧게는 일주일, 한달 전의 일도 뿌연 막으로 가려진 것 처럼 기억이 안나곤 했었는데 이젠 그냥 아침에 있었던 일들까지 저녁에 기억하려고 하면 뭔가 내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닌 것처럼 낯설게 느껴지곤 합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안 좋은 기억들은 문득문득 떠올라 자해의 재료가 되곤 합니다. 또 어렸을적 우는 건 제 약점을 보여주고 제가 약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여 종종 울음이 나와도 참거나 혼자 있는 곳에서만 울곤 했었는데 이젠 울고싶어도 눈물이 나오질 않습니다. 대신에 한번 눈물이 터지면 기본 1시간은 엉엉 웁니다.마치 아이가 우는 것 처럼요.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제가 의문이 드는 건 제가 대체 왜 이런건지 감이 안잡힌다는 겁니다.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보아도 제가 이렇게 된 이유가 될 만한 사건이나 사고가 없었고, 가족관계도 괜찮고, 지금까지 교우관계도 원만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죽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지만 최근 한달 사이엔 죽는 방법과 날짜 ,시간,장소까지 깊게 찾아보고 생각하는 저를 보곤 조금 놀랐습니다. 제가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