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태어난 것에 감사해야 하고, 왜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성실히 살아야 하는가. 가끔 드는 생각인 게, 내가 이렇게 보잘 것 없고, 세상에 아무 쓸모 없는 인간이라는 게 감히 실감이 날 때에면, 태어나지도 못 하고 죽어버린 동생에 대한 생각이 난다.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아마 나보다 훨씬 더 나은 삶을 살았을 그 아이, 나보다 더 많은 행복감을 가족들에게 주었을지도 모르는 그 아이. 부모님은 나를 택했고, 나의 동생은 택하지 않았고. 그렇게 선택 받았기에 나는 감사하며 살고, 마땅히 성공하여 행복해야 하고. 하지만 그렇다기엔 이렇다 할 능력도 없고, 노력도 하지 않는 나. 너의 생을 빼앗고, 너의 삶을 밟아 주어진 이 세상을 내가 감히 끔찍하다 여겨도 되는 걸까. 왜 나는 선택한 것이 아니고 선택 당한 것에 응당 감사해야 하지. 근데 이런 의문을 갖는 것도 네겐 죄겠지?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 이렇게밖에 못 살아 미안하고, 이런 의문을 가져 또 미안하고. 왜 나는 너를 앞선 걸까. 왜 나는 선택 당한 걸까. 너의 생을 받아 주어진 삶에 감사하기 힘들다. 너라면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