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오늘 날씨가 좋다며 내 방 창문 블라인드를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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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엄마가 오늘 날씨가 좋다며 내 방 창문 블라인드를 올리고 창문을 활짝 여셨다. 기겁했다. 나는 지난 2년간 창문 블라인드를 올린 적이 없었다. 낮에도 늘 그림자 속에 있기를 즐겼다. 세상이 추한 날 볼까 두려웠다. 세상과 단절되기를 바랬다. 블라인드를 내리고 방문을 닫아서 작은 나만의 세계를 만들었다. 그 안에만 있으면 내가 너무 싫어하는 책임과 의무들로부터 자유로워진 듯한 착각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작은 내 방이 좋았다. 작고 어둡지만 고요한 내 세계였다. 그런데 갑자기 블라인드가 올라갔다. 갑자기 창문이 열렸다. 나만의 세계였던 내 방은 갑자기 내가 그토록 도망치고 싶었던 진짜 세상과 연결되어 버렸다. 그런데 싫지 않았다. 세상이 너무나도 선명한데도. 하늘은 푸르고 구름은 희어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것이 예뻤다.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선선해서 기분 좋았다. 밖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목소리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기분 좋았다. 내 방 한쪽 벽을 통채로 차지하는 커다란 창문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은 너무 밝았다. 그런데 그마저도 기분이 좋았다. 하늘의 높이를, 세상의 크기를 실감할수 있게 된 것이 좋았다. 너무도 사소한 것들이었지만 이상하게 가슴이 벅찼다. 몇 평 안되는 자그만 세상에서 스스로 이것이 행복이라고 설득했지만 진실과 조우하게 된 기분이었다. 내 세상은 새장이었다. 나는 포식자가 두려워 스스로를 새장에 가둔 것이었다. 세상을 두려워하기 이전에 나는 아름다운 세상을 좋아했다. 사소한 것에 상처받기 이전에 나는 사소한 것에 감탄했다. 나는 여태 잊고 있었다. 나는 넓은 하늘, 넓은 초원, 넓은 바다, 커다란 도시 등, 크고 넓은 세상에 빠져 있기를 즐기고, 모르는 일, 모르는 것과 조우했을 때 경이로움을 느꼈었는데. 어떻게 잊고 있었을까. 어떻게 이 작은 방의 고독과 지루함을 고요와 평화라고 스스로 설득시킨 걸까. 다시 세상에 나가고 싶다. 다시 세상을 활보하며 세상을 느껴보고 싶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과연 세상으로 나갈 자격이 있을까. 나는 밖으로 나가 사람들 사이에 섞여도 당당할수 있을까. 나는 세상에 어울리는 사람일까. 나는 새장 밖으로 나간다 한들 다시 날 수 있는 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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