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게 부끄럽고 수치스러워요
비공개·4년 전
안녕하세요
저는 어릴 때부터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했고 그런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중학생쯤까지는 그냥 당당하게 좋아하고 그림도 그렸고 주변에서도 그림 칭찬을 듣기도 하고 주변 친구들과도 그럭저럭 잘 지냈습니다.
하지만 슬슬 관심사가 달라지던 주변 아이들틈에서 저는 계속 어릴 때 좋아하던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며 주변과 좀 괴리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 tv에 나오던 희화화된 오타쿠 모습들에 그런 걸 좋아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는 인식이 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문제였던 건 저를 싫어하고 괴롭히던 몇몇 반 아이들이 예능을 따라하며 저를 놀리는 상황에서 저는 그전까지 보던 예능에 거부감이 느껴져 더 이상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을 아예 끊어버리니 주변 다른 아이들이 하는 대화에 참여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주로 대화에 나오던 연예인도 모르고 티비 프로그램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제가 점점 더 이방인 같이 느껴졌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저는 만화를 계속 좋아했지만 주변에 그걸 숨기기 시작했습니다. 다행인지 저는 학교에서 공부를 꽤 잘하는 편이었고 주변 사람들은 저를 특별하게 대우해주며 좋아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저는 내 실제 모습을 주변에서 알면 나를 싫어하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불안했고 내가 주변사람들을 속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 친구들과는 계속 벽과 거리감이 느껴졌는데 만화를 좋아하는 커뮤니티 같은 것들을 보면 동질감과 소속감이 느껴졌고 그래서 더더욱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그런 모습이 싫었기 때문에 만화에 대해서 양가감정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웹툰도 많고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고 머리로는 그런 걸 좋아하는 게 나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내가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걸 주변에서 알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사람과 친해져야 하는 자리에서는 얼어붙습니다. 심장도 계속 빨리 뛰고요.
내가 오타쿠라서 사람들이 나를 싫어할 것 같다는 생각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싫어해보려 하고, 대중문화도 좋아하려고 시도해보았지만 좋아지지가 않고 오히려 보고 있는 게 괴롭습니다.
한번씩 자기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에 대해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말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놀라기도 하고 부럽고 그렇게 당당할 수 있는 것에 질투도 납니다.
저는 만화도 좋아하고 만화캐릭터를 그리는 것도 좋아하지만 주변에는 그 사실을 계속 숨깁니다.
저도 저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체성 중의 하나를 계속 주변에 숨겨야 한다는 것이 항상 불안하고 제 모습을 그냥 있는대로 인정 받고 싶고, 들키면 어쩌지 하는 긴장감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그리고 스스로가 그런 걸 좋아하는 것에 대해 가지는 부끄러움과 수치심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 수 있을지 조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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