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이었대도 서운해도 괜찮을까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연인|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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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이었대도 서운해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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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친한 친구를 꽤 오래 짝사랑했어요. 정말 가깝게 지내는 사이였고, 남들이 사귀는게 아니냐 할 정도로 자주 붙어다녔는데 그 친구는 저를 이성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나봐요. 지금은 연애할 생각이 없다고, 우리는 편한 친구 사이라고 은연중에 선을 긋더라구요. 마음은 아팠지만 그래도 가까운 친구로나마 계속 지내려고 했습니다. 돌이켜보니 제가 정말 친구였는지는 모르겠어요. 저를 자주 부르곤 했지만 주로 자기 얘기만 쏟아내는 경우가 많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제게 하소연하곤 했어요. 밤 10시가 넘어서 기분 안좋은 일이 있었다며 술을 먹자 불러낸 적도 몇번 있구요. 하지만 정작 저에 대해 먼저 관심을 갖거나 제 일상에 대해 묻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네요. 좀더 구체적인 예를 들면, 저는 그 친구에게 자주 선물을 사줬지만 그 친구에게 뭔가를 받은 기억은 없네요. 한번은 그 친구의 생일을 기억해 뒀다가 예쁜 유리잔을 선물한 적이 있어요. 언젠가 그 친구의 집에 놀러갔다가 아끼던 유리잔을 깨뜨리고 속상해하는 걸 본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 선물을 받고서 좋아했었는데, 얼마 지나지않아 그 유리잔도 깨져버린 채 재떨이로 쓰이고 있는 사진을 SNS에서 봤어요. 나중에 슬쩍 물어보니 실수로 깼는데 버리기 아까워서 재활용하는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더라구요. 제 손을 떠난 물건이라지만 무엇보다 그 사진을 볼 제 기분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태도라서 많이 속상했어요. 그리고 그 친구는 제 생일은 기억하지 못했어요. 본인 생일은 챙겨달라는 것처럼 자주 얘기해놓고서, 제 생일 날짜는 몇 번을 듣고도 끝내 기억을 못했어요. 당일에 돼서야 선물 받고 싶은게 있으면 미리 얘기를 하지 그랬냐고 했던게 전부였습니다. 지금은 그 친구와 연락하지 않아요. 그 친구와 지내면서, 좋아하는 마음은 너무 컸지만 앞으로도 제게 마음을 주지 않을 거라는걸 알기에, 그냥 솔직하게 털어놨어요. 그동안 많이 좋아했는데 이젠 정리하고 싶다구요. 혼자 정리하기 힘든 맘이라 털어놓는 거라고, 불편하지 않다면 앞으로도 계속 친구로 지내고 싶다고 했어요. 생각할 시간을 달라며, 친구로 남을수 있을지 대답해주겠다고 약속을 했던 그 친구는 아직 아무런 연락도 없습니다. 그게 벌써 작년의 일이네요. 짝사랑이 깨진 것만큼 친구를 잃었다는 슬픔도 컸어요. 하지만 이제와서 돌아보니, 제가 정말 친구이긴 했을까요? 그 친구의 마음에는 한번도 제가 중요한 사람이었던 적이 없었고, 제 기분을 신경쓴 적도 없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져요. 저는 그냥 편한 사람, 언제든 부르면 달려가는 사람, 무슨 얘기든 전부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었을까요. 시시한 선물이나 생일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그냥 그게 그 친구의 방식인가보다, 그래도 내가 제일 친한 친구라고 했으니까, 앞으로도 오래 친구로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해줬으니까, 저는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를 정말 친구로 생각했다면,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버릴 수 있었을까요. 제가 불편해진 건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대답해주기로 했던 건 저와 약속한 일이잖아요. 저와의 관계는 결국 아무런 마무리나 인사도 없이 그렇게 쉽게 털어낼 수 있는 인연이었나봐요. 이젠 친구도 아니고 지나간 인연이죠. 시간이 지났어도, 제가 진심을 다했던 일에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하고 존중받지도 못했다는 생각에 아직도 힘들 때가 있네요. 그러다가 한편으로는, 제가 화내고 섭섭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거예요. 사실 섣불리 관계를 망친 건 저였고, 연인인 적도 없었으면서 혼자 실연당한 척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벌써 1년이 지나가는데, 저는 계속 제자리 걸음이네요. 누구를 원망할수도 없는 일인데 서운함만 점점 커지고, 이 상태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모르겠어요. 뭐든, 작은 조언이라도 듣고 싶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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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soham
· 4년 전
짝사랑이 그렇죠. 좋다가 밉다가 미안하다 그리웠다 계속 왔다갔다 하게 되죠. 그러다가 보통 고백 한 번 못해보고 마음이 자연스럽게 식는데 사연자분은 정말 용기를 내서 고백을 하셨네요. 결과야 어쨌든 자기 마음을 상대에게 전달했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상처로 남은 건 그 이쁜 마음이 거절 당했기 때문이에요. 상대가 내 마음과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상처인데 상대방이 너무 무례한 거절을 했네요. 얼굴보고 그동안 고마웠다, 마음 못 받아줘서 미안하다라는 말이라도 해주면 좋았을텐데 그분이 그 정도로 성숙한 사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연자분이 실연당한 기분 느끼는 것 당연합니다. 또 원망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좋아했던 만큼 싫어할 수 있어요. 싫어하는 것도 그 사람에대한 감정이니까요. 그 사람이 이제 더 이상 싫지도 않고 생각나도 별 느낌 없을 때야말로 진짜 그 사람을 잊은 겁니다. 사람은 고통만큼 성숙해진다고 합니다. 사연자분은 이 고통이 지난 후에 더 성숙해질것이고 더 훌륭한 사람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지금 이 사연만 봐도 본인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알고 자기 마음을 고백할 용기도 있는 사람입니다. 한 번 거절 당했다고 자신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지 마세요. 자기를 알아볼 사람 반드시 나타날겁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