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에 키우던 반려동물이 죽었어요. 정말 정말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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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meo923
·4년 전
저번주에 키우던 반려동물이 죽었어요. 정말 정말 예쁜 아이였어요. 특수동물이라 강아지나 고양이만큼 애교가 있진 않았지만, 그 동물군 치고는 저랑 상당히 교감이 잘 되던 아이였어요. 부르면 제게 달려올 수 있었고 간식을 자주 졸라서 문을 열고 손을 내밀면 제 팔을 타고 어깨까지 뛰어올라왔어요. 손 위에서 쓰다듬으면 눈을 감고 새근새근 잠들기도 했어요. 자기가 물면 제가 크게 다친다는걸 알아서 싫어도 입질 한번 제대로 못하던 아이였어요. 먹성도 되게 좋았고요. 아이가 자꾸만 털이 빠지고 말라가서 인근 병원에 다녀온 다음날이었고 토요일엔 전문 병원이 예약되어 있었어요. 그날따라 잠이 안 와서 새벽 4시까지 깨어있었고, 아이는 그때까지도 잘 먹고 잘 놀았어요. 다음날 아침에 들어가 자고있겠거니 했고 더울까봐 에어컨을 켜주고 집을 나섰어요. 그날따라 일이 많이 생겨서 야근을 했고... 집에 와서 약을 먹이려고 보니 아이가 안 보였어요. 자기가 가장 깊이 들어갈 수 있는 곳까지 들어가서 싸늘한 주검이 되어있었어요. 언제 떠난건지도 알 수가 없었어요. 전문 병원에 더 일찍 데려가야 했던걸까요. 아니면 인근 병원의 약이 독했던걸까요. 이유가 뭐든 돌이킬 수는 없는 걸 알아요. 안다고 생각했어요. 사흘을 울었고, 금방 추슬렀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괜찮다고. 일상생활도 잘 할 수 있었어요. 저 혼자인 집이 어색해서 좀 이르지만 토요일에 예약했던 병원을 취소하고 대신 떠난 아이와 같은 종 아이를 데려왔어요. 파양당해 재분양될 아이들이 모여있었는데, 제 마음이 이젠 꽤 괜찮다고 생각했거든요. 다른 아이들을 볼 때도 크게 슬프진 않았어요. 제가 키워봤다니까, 키우는 아이와 친하냐는 질문에 대답할 땐 조금 흔들렸지만.. 괜찮았는데.. 유독 한 아이 앞에서 눈물이 터졌어요. 결국 다른 애들은 보지도 못하고 그 애를 데려왔어요. 그런데 저는 그냥.. 추슬렀던 게 아니라 시신을 보고도 죽었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던 거 같아요.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믿겨지지도 않고 그렇게 예뻤던 애가 어떻게 이제 세상에 없다는 건지 인정이 잘 되지 않아요.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건지 정말로 궁금해요. 내가 키우고는 있지만 같은 종이 두 마리 이상 있으면 저는 절대로 구분 못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아니네요. 죽은 아이랑 새로 데려온 아이의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다 짚어낼 수 있어요. 같은 종이어도 이렇게 다르게 생길 수 있는 거네요. 겁도 많고 경계심도 높은 종이라 새 아이는 아직 절 겁내요. 그래도 키워봤다고 다른 초보 사육자 분들에 비해선 빨리 친해지고 있는 거 같아요. 집에온지 닷새째인데 벌써 두 번이나 제 손 위에 올라와서 간식을 먹었거든요. 그런데 오늘도 간식을 주는 와중에 갑자기 눈물이 터져서... 아이가 좀 놀랐어요. 요즘 계속 그래요. 괜찮다가도 갑자기 너무 슬퍼져요. 엄마는 새 가족이 생겼으니까 그만 울고 떠난 아이는 좋은 기억만 남기고 새 아이하고 잘 지내보쟤요. 그런데 아직은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아요. 얘도 저도 피차 새롭게 가족이 된 거잖아요. 얘가 절 낯설어하듯 저도 아직 얘가 낯서네요. 시간이 흐르면 정이 들겠죠. 울지 않고 떠난 아이 사진을 볼 수 있는 날도 오겠죠. 그래도 정말로 괜찮아지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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