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슬렉스가 잘 어울렸다. '끝나고 커피 한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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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alfodk
·4년 전
구찌 슬렉스가 잘 어울렸다. '끝나고 커피 한 잔 해요.' 란 기습적인 요청에 나는 '응 그래요.' 라고 얼떨결에 대답했다. 자신이 연락한다는 말을 속삭이듯 남기고 그는 하던 일을 마저했다. '커피 한 잔 할 시간있으세요?' '~ 할래요?' 도 아닌 '해요.' 라니.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나 당찬 요청이라 우습다. 그는 처음 봤을때 부터 몇번 본 사람처럼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 사람 뭐지? 하는 내 경계심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처럼 그는 자신의 이야기와 고민을 얘기했다. 현재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까지 말이다. 어떤 때는 나와 대화하려고 휴게실에서 기다린 적도 종종 있었다. 그가 다른 사람들이랑 있는걸 몇 번 봤는데 수다스러운 사람은 절대 아니었다. 왠지는 모르지만 나랑 대화하는게 썩 맘에 들었던 모양이다. 내가 그 보다 7살 많아서 조언을 구하는 대상자로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그는 주위에 별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시기 질투를 받은 적은 있는 것 같아도 다들 그를 좋아했다. 흡사 승무원 같은 외모에 힘있고 예의바른 말투와 둥근 성격이 사람들의 호감을 산 것 같다. 처음엔 이 녀석이 나한테 왜 이러지? 하는 의구심이 생겼지만 곧 사라졌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이 사람은 원래 이런 사람인가 보다 생각지었다. 퇴근 후 금요일 저녁의 거리는 인파로 북적였다. 우리는 통화하며 서로를 찾았다. 그는 자신이 내쪽으로 온다고 얘기한 후 통화를 이어갔다. 저만치서 흰셔츠에 검은 슬렉스를 입은 그가 걸어왔다. 그러고보니 유니폼이 아닌 사복차림으로는 우리가 처음 만난 것이다. 그의 나이가 26살인 만큼 캐쥬얼한 차림을 예상한 나는 속으로 조금 놀랐다. 명품 옷에 명품가방에 구두, 시계와 반지 팔찌까지 착장한 그는 내 기준으로 화려한 차림이었다. 표현하자면 내가 아는 아이돌 중 방탄소년단의 뷔 같은 느낌이었다. 우린 나란히 북적거리는 인파속을 걸으며 몇번의 실패끝에 자리가 남아있는 카페를 찾았다. 커피를 마시면서 많은 얘기를 나누고 서로 몇 개비의 담배를 태웠다. 물론 그가 내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난 주로 듣고있는 대화 형태였지만 시간은 빠르게 흘러서 두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사는 곳도 비슷해서 집에 돌아가는 길도 함께였다. 가는 내내 키가 나보다 한 뼘 이상 큰 그와 마주보면서 진중하게 얘길 듣고 대답하느라 목이 조금 뻐근했다. 그는 내게 하고싶은 얘기가 끊이지 않는 듯 했다. 그래도 귀찮거나 지루하진 않았다. 대부분이 유익한 얘기였고 내가 느끼는 바로 그는 투명하고 직관적인 청년이었으니까. 곧 있으면 그는 이직한다. 그와 내가 이후로도 연락을 주고 받을진 모르겠다. 또한 내가 먼저 할 일도 없을 것이다. 지나고나서 그런 사람이 있었지 하며 어느 초여름에 만난 그가 떠오를지도 모른다. 지중해의 해변을 거닐다 파도에 하얗게 부숴진 물알갱이들이 반짝이며 튄 것 같은, 그런 사람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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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gum
· 4년 전
다음편 빨리 주세요....현기증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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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fodk (글쓴이)
· 4년 전
@mintgum 하하;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재밌으셨다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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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friend
· 4년 전
오랜만이네요^^ 잘 지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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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fodk (글쓴이)
· 4년 전
@soulfriend 네 나쁘지 않았어요* 잘 지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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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friend
· 4년 전
저는 좀 잘 못 지낸 듯 해요... 아니면 아직 나아질 것이 많다고 봐야할까요? 이사도 하고 이직도 하고... 상담 일 구해서 좋긴 한데 원하는 분야는 아니고, 저녁에는 마트에서도 일하고 주말엔 교회 일하고... 대학원은 마지막 학기라서 자격증 공부도 하고, 너무 바빠서 딸이랑 못 놀아서 슬프고... 그렇게 지냈어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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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fodk (글쓴이)
· 4년 전
@soulfriend ㅎ 언뜻보면 평범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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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friend
· 4년 전
앗 뭔가 마음이 가벼워지네요. 난 내가 잘못 사는거 아닌가 싶었는데... 언제부턴가 평범한 삶이 부럽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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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fodk (글쓴이)
· 4년 전
@soulfriend 많이 달라지신것 같아요 ㅇㅇ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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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friend
· 4년 전
ㅋㅋ 전에는 동네 바보 오빠 같은 느낌이었을텐데... 요즘은 의젓한 척 하느라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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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fodk (글쓴이)
· 4년 전
@soulfriend 글쎄요* 저는 웬지 지금이 동네오빠같고 전에는 철학하는 아저씨 같았는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