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 선거를 했는데, 저보다 나은 애가 떨어지고 제가 붙었어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스트레스|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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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 선거를 했는데, 저보다 나은 애가 떨어지고 제가 붙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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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사연 길어요. 학교에서 어제 반장 선거를 했어요. 후보 5명 중에 표를 가장 많이 받은 한명이 반장, 그 다음으로 많이 받은 두명이 부반장이 되는 거에요. 후보로 A, B, C, D랑 제가 나왔어요. 저는 개학하고 3일동안 반에서 존재감이 없는 편에 속했어요. 낯도 많이 가렸고, 사람 대하는 걸 싫어했어요. 그런데, 작년에 부반장을 해봤는데 그 일이 너무 재밌어서 올해 한번 더 나가고 싶었어요. 작년에 부반장으로써 학습 분위기 조성시키는 일은 힘들었고 잘 못했지만, 학급 회의 진행이나 전학년 반장, 부반장, 회장단이 모여서 학교에 건의사항 말하는 건 재밌었고, 저희 학교를 위한 일을 하는 게 좋았거든요. A는 저랑 친한 친구에요. 3일 전에 처음 봤는데, 걔가 저한테 먼저 다가와줬고, 그래서 쉬는시간에 같이 있거나 다음 수업 같이 가는 정도에요. 근데 걔는 친화력이 좋고 아는 사람도 많아서 같이 복도를 지나가면 만나는 10명 중 9명이랑은 인사를 해요. 제가 반에서 속한 무리에 절 끼워준 것도 A고요. A가 같이 반장 부반장 하자고 떨어질까 겁나하는 저에게 그냥 해보자고 해줬어요. B는 저처럼 작년에도 부반장을 했었대요. 저랑은 조금 거리가 있는데, A랑은 친해요. 좀 노는 무리에, 주짓수 한다고 들었고 남자애들이랑도 친한데 작년에 소문이 좀 안 좋았어요. 복도에서 B랑 다른 여자애랑 머리채 잡고 크게 싸움이 난 적이 있었거든요. C는 저희 중 유일한 남자 후보에요. 반장, 부반장을 해본 경험이 없긴 하지만 온라인 학습 기간동안 보니 수업 참여도 잘 하고, 끝날때마다 선생님들께 "수고하셨습니다" 인사하고, 친구들이랑도 두루두루 잘 지내는 것 같더라고요. D는 별로 내키지 않는 후보에요. 3일에 후보 신청 마감이었는데 4일에 뜬금없이 반장 선거에 나오겠다고 나섰거든요. 피어싱도 하고 사복도 입고 교칙은 교칙대로 다 어기고, 수업시간에 잡담도 계속 해서 조금 짜증이 났어요. 근데 인기가 많아서 유력 후보였죠. 저는 반장이 되든 부반장이 되든 상관없다고 느꼈고, 나머지 후보들은 반장이 부담스럽다며 부반장이 되고 싶어했어요. 반장 선거 직전까지 걔네는 나 좀 뽑아달라며, 애들에게 부탁했어요. 그런데 저는 그럴 수 없었어요. 5일에 선거가 있었는데, 4일에 다른 반 친구 E가 저에게 "내가 다니는 학원에서 나랑 A랑 반장 선거 얘기를 하고 있었거든. 근데 다른 반 애들이 '걔는 작년에도 반장선거 나가고 부회장 선거 나가더니 왜 이렇게 나대냐', '어차피 작년 부회장 선거에도 떨어졌는데 또 나가는거 보면 실패를 즐기는 거 아니냐', '걔는 뭐, 혼자 다니던데 어쩌자고 반장선거 나오냐', '걔 그냥 글빨, 말빨 아냐? 연설문만 *** 잘써서는 애들 다 걔 뽑잖아 실천도 못 할거 같은데' 이런 식으로 까더라ㅜㅜ" 하고 얘기하는 거에요. 솔직히 엄청 신경쓰이죠. 저도 작년에 제가 부회장 선거 떨어진거 알아요. 그거때문에 제가 말만 번지르르하게 한다고 소문 잔뜩 퍼졌던 것도 알아요. 혼자 다니는건, 제가 낯 많이 가리고 친구들한테 거리를 두는 편이고 사람들이 무서워서 그래요. 그럼에도 반장 선거에 나가는건, 두려운 마음보다 저희 학교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매번 연설문도 고쳐쓰기를 거듭하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계속 평을 물어보며 열심히 썼는데, 글만 잘 쓴다부터 다른 어른이 대신 써줬다는 ***맞은 루머만 떠다녔어요. 그래도 E한테는 말했어요. "걔네보고 뒷담 깔거면 더 까라 그래! 나는 신경 안 써. 그냥 학교가 좋고, 학교가 더 잘됐으면 해서 나오는 거야. 자기들이 불만 있으면 반장 선거 직접 나오라 그래!" 그런데 당연히 속으로는 두려웠어요. 좀 더 열심히 준비했는데 어설프거나 어중간해서 뭣도 안되는게 나댄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하고요. 걱정하느라 하루종일 후보자로써 좋은 면모도 못 보였어요. 집에 와서, 연설문만 죽어라 썼어요. 그건 제가 가장 자신이 있는 거였으니까요. "안녕하세요, 2학년 6반 반장선거에 출마하게된 ○○○입니다. 저는 작년에 1년간 부반장을 해왔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반장 부반장이 해야할 일을 잘 알게 됐고 발전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저의 소견문을 보고 어떤 이들은 제게 "글빨, 말만 번지르르하다"라고 손가락질 하곤 합니다. 저는 부정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반장에겐 층분히 글재주와 말재주가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반장이 학급회의에서 학생의 의견을 경청하고 옳고 그른 의견을 가리지 않으면 좋은 의견은 저희 반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좋은 의견을 대의원회에서 건의하지 못하면 개선될수 없으니까요. 제 글과 말을 통해 한사람 한사람의 의견이 학교의 실천과 개선에 도달되기를 바래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작년의 저는 반 친구들의 말에 스트레스를 잔뜩 받았습니다. 쉬는시간만 되면 "야 부반장! 다음 교시 뭐야?", "○○아! 나 샤프 좀 빌려줘", "○○○! 형성평가 6번 답 뭐냐?"하는 친구들의 질문 공세에 시달렸거든요. 그 당시에는 마냥 힘들었는데, 지금 돌아보니 그걸 받아들이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반 여러분도 편하게 도움을 청하고 저도 부담없이 도움을 줄수있는 자리를 생각하게 됐고 그 자리가 바로 반장 부반장이었습니다. 반 여러분이 수행평가 범위, 오늘 날짜, 내일 준비물을 물으면 당연히 답해줄수 있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제가 부족한걸 누구보다 잘 알아요. 그래서 누구보다 노력하겠습니다. 부반장이 되면 반장만큼, 반장이 되면 선생님만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반에게 명령하는 보스보다 반을 이끄는 리더가 되겠습니다. 누구도 하지 않는 일을 하고, 누구나 필요한 건 준비하는 반장, 부반장이 되겠습니다." 제가 쓴 연설문이에요. 용기를 가지고 자신감을 가져라 해서 노력했지만, 아까 전해들은 뒷담이 계속 떠올랐어요. 작년에 부회장 선거에서 자그마치 130표 차이로 저를 이긴 상대 후보자가 떠올랐어요. 모두 제 약한 모습을 보며 비웃는 장면도 스쳐갔어요. 너무 두려웠어요. 떨어지면 "역시 뭣도 안되는 애는 실패해봐야 정신차리지", 붙으면 "쟤가 올해는 또 얼마나 나대려나" 라는 소리를 들을까봐요. 그래서 제가 반장이 되고, A는 부반장이 돼서 보란듯이 즐겁게, 당당하게 반장일을 하는 저를 그렸어요. 다음 날, 그러니까 금요일 1교시에 반장 선거가 시작됐어요. 저는 목요일에 열심히 쓰고 금요일 아침 열심히 발표 연습한 연설문을 꼭 쥐었어요. 랜덤 순서여서 후보자 B, C, D가 먼저 연설을 했어요. 그런데 다들 준비를 하지 않고 왔더라고요. 선생님은 1~2분의 연설을 준비하라 하셨는데 B, C는 20초 가량 즉흥적으로 말했는데다가 아무말 대잔치였어요. D는 무언가를 준비해왔데서 들어보니까 "제 공약은 없습니다! 제가 지키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 걸지 않고 반장이 된다면 여러분과 천천히 같이 만들어 가겠습니다!" 라고 했어요. 다음 제 차례가 왔어요. 그런데 앞에 애들은 20초 했는데 제가 2분을 하면 애들이 지루해하지 않을까 엄청 걱정했어요. 26명이 다 저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너무 두려웠어요. 작년 부회장 선거 연설때는 전교생 450명에 선생님들까지 500명이 바라보는게 너무 두려웠지만, 연습을 많이 했으니까 연설은 잘 했거든요. 이번에도 제발 긴장이 풀리기를 바라며, 제 초조한 표정은 마스크에 가려져 아무도 볼 수 없기를 바라며 연설문 말고 반 친구들 한명한명과 눈을 맞추며 연설을 했어요. 좋았어요. 갑분싸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박수도 받았어요. 저는, 아무래도 반장선거는 인기 투표니까 D가 반장이 되고 저랑 A가 부반장이 되는 엔딩을 상상했어요. 그런데 다음이 A 차례였는데, 걔가 연설 준비를 못 했더라고요! 제가 사람들이 무서워 쉬는 시간을 화장실에 틀어박혀 보낼동안 걔는 반 친구들 한명한명에게 인사를 하며 반장 선거에서 뽑히려고 노력했는데! A가 자기는 준비를 못해서 미안하다고, 반장과 선생님을 돕겠다고만 말하고 연설이 끝났어요. A의 연설 후엔 아무도 박수치지 않았고 '잉?'하는 표정이 대부분이었어요.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저는 저 자신을 뽑았어요. 작년에, 반장이 될 수 있었는데 제가 다른 후보를 뽑는 바람에 한표차이로 부반장이 됐던게 아쉬워서요. 그리고 개표가 시작됐어요. B가 1표, C가 4표, 제가 9표, D가 11표, 무효표가 1표였어요. A는, 0표였어요. 제가 부반장이 되긴 했지만, 저와 같이 또 다른 부반장과 반장이 된 C랑 D는 이미 친하고 또 외향적인데 걔네 사이에서 저만 소외돼서 부반장 일할 생각에 불안했어요. 무엇보다, A가 걱정됐어요. 제가 A였으면, 그 날 하루종일 속으로 '내가 반장 선거에서 떨어지다니! 준비 좀 잘 해서 갈걸! 왜 그랬니 내 자신! 나는 멍청이야! 내 가산점! 다른 애들이 모두 날 무시할거야! 너무 끔찍해! 죽어버릴래!' 라며 난리쳤을거에요. A한테 미안했어요. 내가 반장 연설문 써야한다고 말 해줬으면 이런 일 없는건데 하고요. 근데 A는 진짜 성격이 좋았어요. "뭐 떨어질 수도 있지!"라며 부반장이 문단속이랑 환기 다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제 일을 도와주겠다고 까지 했어요. 너무 고마운 반면 제가 한심하게 느껴졌어요. 나 말고 저런 애가 부반장이 됐어야 하는 건데! 그래서 어제 밤부터 부반장이 됐는데도 찜찜한 기분이 멈추지 않아요. 다른 반 애들이 저와 A의 성격을 비교하며 어쩌다 저런 애가 부반장이 됐냐고 뒷담깔 거 같아요. 너무 두려워요. 이제와서 부반장 안 하겠다고 하는건 너무 못난 짓이잖아요. 근데 계속 A가 떠오르고, 뒷담하는 애들이 떠올라서 미칠지도 몰라요. 괴로워요. 어떡하면 좋아요. 제가 이런 상태로 남은 학년간 A랑 잘 지내며 부반장도 잘 할수 있을지 고민돼요. 긴 사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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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Q
· 4년 전
선거에 나갈 용기를 내는 것도 충분히 대단한 일이에요. 사실 대다수는 누가 부반장, 반장이 되는지 그다지 신경도 안 써요. A라는 친구는 성격이 상당히 털털한 친구인 듯한데, 혼자 고민하지 말고 솔직한 불안을 터놓는 것은 어떨까요? 그래야 우정도 더 깊어질 수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