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삼수생인데 제 인생이 너무 쓰레기같아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우울증|스트레스]
알림
심리케어센터
마인드카페 EAP
회사소개
black-line
19살 삼수생인데 제 인생이 너무 쓰레기같아요
비공개_커피콩_아이콘비공개
·4년 전
중학교 3학년 2학기에 전학을 가게 됐는데 왕따를 심하게 당했어요. 어려서부터 몸이 많이 약했는데 스트레스 때문인지 설상가상으로 갑자기 상태가 나빠졌고요. 입원하고 치료받고 하다 보니 아예 학교를 제대로 못 다녔고 자연스럽게 고등학교는 안 가게 됐어요. 그래도 집에서 쉬면서 재활하다 보니 많이 나아졌어요. 근데 정신 차리자마자 막막해서 혼이 나갈 것 같았어요. 정규교육과정도 제대로 못 마쳤지, 수능이랑 대학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하나 없지. 부모님도 이런 거엔 관심이 없으셔서 가족 중에 정시랑 수시가 뭐가 다른지조차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어떻게 검정고시는 바로 붙었어요. 근데 그러니까 온가족이 당연히 그 해에 대학도 붙을 줄 아는 거예요. 너는 똑똑하니까 할 수 있겠지 하면서요. 그렇게 17살에 친 첫 수능울 완전히 망했어요. 무서워서 방에서 못 나오고 계속 울었어요. 나가면 가족들 얼굴 봐야 하니까. 아빠는 회사 사람들한테 너 어린 나이에 대학 갈 걸라고 다 말해놨는데 이게 뭐냐고 그랬고 엄마는 괜찮은 척하면서 근데 대체 왜 못 본 거냐고 계속 다그치듯 물어봤어요. 그렇게 재수 생활이 시작됐어요. 가족들 얼굴을 볼 때마다 가슴이 죄여들고 제가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도서관 독서실을 다녔어요. 가끔은 내가 너무 쓰레기 같아서 울고 또 가끔은 억울하고 원망스러워서 울었어요. 저 진짜 열심히 했거든요. 집 형편이 별로 안 좋아서 학원도 한과목도 안 다녔고 인강도 한번도 결재해본 적 없어요. 아는 언니오빠들이 문제집 안 풀었는데 가질 거냐고 주면 받아와서 너덜해지게 읽었어요. ebs강의도 듣고.. 정말 교육비라는 걸 나한테 투자해본 적도 없으면서 수능이 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당연히 인서울 하고 당연히 대학 붙길 바라는 게 양심없는 거 아니냐는 생각도 했어요. 내가 생각해놓고도 너무 폐륜같아서 금방 죄책감에 괴로워하긴 했지만요. 그렇게 공부하다 보니까 이번에는 잘 볼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어요. 사실 내 상황을 못 견디겠어서 힘들었던거지 공부는 재밌었거든요. 그렇게 18살에 본 두번째 수능날에 아팠어요. 열이 펄펄 끓어서 쉬는 시간마다 약 먹고 진통제 먹고 했는데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그래도 끝까지 버티고 나오긴 했는데 당연히 평소보다 심각하게 못봤죠. 시험지를 제대로 읽지도 못했는데. 이땐 현실감이 없어서 눈물도 안 나더라고요. 내가 방금 1년을 쓰레기통에 버렸다는게 실감이 안나서. 그렇게 지금이에요. 자퇴생인 것만으로도 어디 문제 있는 사람 같은데 3수생이기까지 해요. 제가 늦은 나이가 아니라는 걸 이성으로는 알겠어요. 근데 도저히 진짜 도저히 가슴으로는 안 받아들여져요. 밖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이 보이면 쟤네는 학교에서 추억도 쌓고 단순한 수능 공부가 아니라 다른 활동도 많이 하고 친구도 사귈 텐데 나는 그걸 못했으면 빠른 나이에 입학이라도 했어야지 이게 대체 뭐야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애들은 다들 치열하게 이것저것 배우고 관리한다던데 전 할 줄 아는 것도 없어요. 어디로 툭 밀려나서 정상적인 세계에 끼지도 못하고 쓸모도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공부 말곤 할 것도 없고 약속도 없고 대화하는 사람도 가족밖엔 없고. 근데 하도 지겹게 본 내용이라 뭘 더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시간을 버리고 나면 나중에 오는 자괴감은 훨씬 심하고.. 코로나로 집 주위 도서관은 다 문을 닫아서 공부할 공간도 없는데 집에 있으면 아빠가 이럴 거면 자퇴 왜 했냐고 그러고.... 같은 나이 또래의 애들을 만날 일이 생기면 걔네의 인생과 제 삶이 너무 비교되고 너무 비참하고 괜히 자격지심이 들고 부럽고 부럽고.. 누우면 잠도 안 오고 눈물만 나요. 우는 지도 모르고 귀가 축축해지게 울어요. 우울증인 거 같아서 조심스럽게 엄마 나 심리 상담 같은 거 받아보면 안 될까 했더니 벌컥 화내더라고요. 넌 정상이라고. 지금 네 정신에 문제라도 있다는 말이냐고. 그 뒤론 말도 못 꺼내봤어요. 이젠 3수까지 했으니 스카이 정도는 붙어야 된다고 다들 여기는데 가끔은 콱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설마 또 실패할까 봐 너무 무서워서. 그럼 내 인생은 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너무 무서워서요. 작년 11월에 쓴 일기에 지금 자살하면 수능 안 봐도 되는데라는 말이 써있더라고요. 3년이라는 기간 동안 이룬 게 없어요. 작년이랑 똑같아요..... 그래도 털어놓으니까 좀 낫네요.
외로워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
선물상자 이미지
댓글 1가 달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