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원하지 않는 공부, 외로움..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우울증|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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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원하지 않는 공부, 외로움..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gnscat33
·5년 전
지방 국립대에서 4학년 2학기 재학중인 대학생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 눈치에 떠밀려 원하지 않는 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전혀 관심이 없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관련 학과입니다. 워낙 소심한 성격이라 싫은데도 좋은 쪽으로 억지로 합리화 하면서 4학년 1학기까지 버텼습니다. 그러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휴학을 하고 부모님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했습니다. 총 3년간 휴학 생활을 했고 2년 동안 제가 원했던 영상 분야에서 일을 했습니다. 처음 1년은 새벽 1시에 잠들었다가 새벽 6시에 일어나고, 영어학원에 들렀다가 일하러 가는 생활을 했습니다. 제가 꿈에 그리던 일을 한다는 기대감 때문에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유가 생겨서 제 돈으로 치아교정을 했고 생에 처음으로 혼자 해외여행도 다녀왔습니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는 술, 담배로 해소하기 싫어서 저녁마다 드럼을 배웠습니다. 독립 생활을 했을 땐 제 자신이 매일 발전한다는 생각으로 버텼습니다. 하지만 정말 한계가 오고 모든걸 내려놓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타지에서 혼자 자취를 했기 때문에 힘든 일을 혼자 삭혀야했습니다. 우울증 테스트를 했을 때 위험 단계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때 영향인지 말을 더듬거리는 버릇이 생겼더라구요. 'A와 B를 말해야지' 생각하고 이야기를 하는 도중 머릿속에서 '이렇게 얘기하는게 나을까? 아니면 이게 나을까?' 이런식으로 잡생각이 들면서 결국 말을 더듬게 됩니다. 남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눈치를 보느라 잡생각이 많아져서 그런걸까요? 게다가 건망증이 심해져서 무언가를 하려고 생각하는 순간 잊어버리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현재는 휴학이 끝나고 학교 생활을 마무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향에 내려와 가족들과 생활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영상과 영어공부를 주로 하며 여유롭게 다니길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졸업을 위해서는 스마트폰 앱으로 작품을 만들어야 하더군요. 휴학 기간이 3년이나 되고 재학중에는 F만 피하자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지금은 유튜브를 보면서 어찌어찌 조금씩 만들고 있습니다. 항상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쪽으로 진로를 선택할 것도 아닌데 지금 이렇게 프로그래밍 배워봤자 무슨 소용이지? 게다가 이따위 수준으로 취업은 꿈도 못꿀 것 같은데. 지금 이런데에 투자할 시간에 영상 공부를 더 하고 싶다. 그래도 더 좋은 기업에 취업하려면 졸업장은 있어야 지원이라도 가능하니까 좀 더 참아보자. 그런데 지거국 졸업장으로 뭘 하지? 그리고 더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걸로 힘들다고 할 자격이 있을까?' 영상 공부를 해보자고 마음을 먹어도 당장 눈 앞에 떨어져 있는 졸업작품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죄책감이라도 덜어보려는 심리인지 괜히 프로그래밍 강의를 켜놓고 쓸데없는 일을 합니다. 학교는 다른 지역이 있기 때문에 일주일에 4일 동안 거의 왕복 6시간을 기차와 버스 안에서 보냅니다. 물론 기차 안에서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기 위해 영어단어를 외우고 과제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생활이 과연 효율적인가 의문이 듭니다. 보통 친구들에게 고민거리를 얘기하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는데 오히려 혼자 있는게 편할 때가 많습니다. 제 주위 친구들은 대부분 고등학교 동창생들입니다. 보통 여럿이 모이면 술자리에서 서로 고민 상담을 하거나 자기 관심사를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레퍼토리 패턴이 똑같더라구요. 1단계 - 고등학교 추억팔이, 축구 같은 스포츠 얘기 2단계 - 신세한탄, 징징거림 3단계 - 정치, 여자 얘기 보통 3단계 쯤 갈 것 같으면 먼저 일어나거나 술 좀 깨고 온다는 핑계를 대고 놀다옵니다. 예전에는 자주 어울렸는데 요즘은 술자리 제안이 나올 때마다 거절하고, 집에서 혼자 마시거나 괜찮은 친구 한두 명만 모아서 간단하게 마십니다. 저 혼자 너무 다른 취미를 가지고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친구들은 축구, 야구, 게임, 애니 같은 이야기를 주로 하는데 저는 독서, 요리, 음악을 좋아하거든요. 술자리에 가면 딴 생각을 하거나 영혼 없는 공감과 리액션을 할 때가 많아서 제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교정치료 때문에 매달 한 번씩 서울에 올라가는데, 해외나 직장에서 사귄 사람들을 만날 때가 많습니다. 주로 '나는 지금 ~한 상황인데 앞으로 ~할 계획이야, 서로 자기 계획 말하고 누가 달성하는지 보자' 이런식의 대화가 오고갑니다. 비록 자랑이나 과장이라 할지라도 도전의식이 생기고 신선한 자극을 많이 받습니다. 제 취미나 계획을 얘기하면 대단하다고 칭찬해주거나 다른 방법을 제안하기도 하구요. 동창생 술자리에서 이런 주제를 꺼내면 저 혼자 떠들다 끝나기 때문에 더더욱 만나기가 싫어집니다. 그래서 고향에 와서도 누군가에게 속 시원하게 이야기 할 곳이 없습니다. 이렇게 장문으로 고민거리를 써보는 것도 처음인 것 같아요.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 톡방을 보면 누구는 유튜버 해서 TV 출현했고, 누구는 방송사 기자가 됐고, 누구는 촬영팀을 구성했습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라' 항상 다짐하는 말이지만, 머리로 생각해도 마음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벌써 27살이 되었고 어서 영상 쪽으로 일을 하고 싶은데, 도저히 할 가치를 못 느끼는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으니 과연 이게 맞는건가? 지금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까?' 현대사회에서 안 그런 사람 찾기가 힘들겠지만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매일 새벽 1시 넘어서야 잠이 들기 때문에 피곤한 하루를 맞이하는 악순환이 습관처럼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대한 일찍자자 마음먹고 잠자리에 누우면 맑은 정신으로 근심 걱정을 하다가 지쳐 새벽에 잠들 뿐입니다. 요즘은 스트레스를 풀려고 드럼을 쳐봐도 '배***가 얼마나 됐는데 왜 이게 안되는거지?'라는 생각에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자존감은 추락하고 잠을 자기 위해 쉬는 날이면 술을 마시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매일 영어단어 암기, 졸업작품 준비, 드럼 연습 등등 일정 계획이 있는데 쉬는날만 되면 늦잠을 자게되고 계획이 완전히 틀어져버립니다. 그때마다 스스로 쓰레기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제대로 쉬지도 못합니다. 평일에 바쁘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실제로 시간이 주어지면 늘어져버립니다. 현재 상황은 무책임했던 과거의 제가 만들어낸 결과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나은 상황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졸업작품은 도저히 해야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습니다. 그렇다고 놓아버리자니 4년간 대학생활이 부정당하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지금 어떻게,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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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eyoung
· 5년 전
저는 고등학교를 1학년때 우울증으로 자퇴를해서 2년을 꿇고 4년제 국제 고등학교를 용기내가지고 다시가서 졸업을했어요..또래 친구들보다 많이 느려졌고 저보다 어린 동생들보다도 영어를 못해서 노력을 몇배를 해야했었어요. 21살 여름까지 저는 고등학교 과정을 배우고있었어요. 자존감도 없었고 자신감도.. 그때저도 님처럼 허송세월을 보내는거같고 내가 원한 공부도 아니며 재미도 없고 외로운 날들이 지겹기만 했어요. 제가 뭐가 되려나 싶기도하고... 그래도 지나고 보니깐 그때 경험했던것들 배웠던것들 하나하나 쓸모가 있었어요. 님이 지금 보내고 있는시간들이 정말 쓸모도없고 아무런 도움이 안될거 같다고 보이지만 나중에 언젠가 그 시간들이 도움이 되는 날도 있을거에요. 자존감 회복하는거 정말 어렵고 힘들지만 가끔 하는 과제라든지 일정들이 틀어지거나 잘 안돼도 그럴수도 있지 하면서 넘겨주세요. 님이 너무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서 더 힘든거 일꺼에요. 저는 님이 얼마나 착하고 성실한지 알거같아요. 뭐든 배워놓으면 나중에 쓸모는 있을거라고.. 저희어머니가.. 아무튼 말이 길어졌는데 남은 대학생활 무사히 끝내시길 바랍니다! 저는 졸업할라면 2년이나 남아브렀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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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scat33 (글쓴이)
· 5년 전
@dieyoung 답변 정말 고맙습니다. 잠도 못 자고 고민하면서 글을 올렸는데 좀처럼 답이 없어서 앱을 지워버릴까 하던 참이었습니다. 앞으로는 그럴수도 있지.. 하며 쉽게 생각해봐야겠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