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하다. 가능하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자괴감|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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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하다. 가능하다.
커피콩_레벨_아이콘Windy2
·5년 전
5년 전, 중국의 한 교수님이 Science에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40%의 수율로 메탄가스를 탄화수소로 전환하였다. 일말의 여지없이 연구 결과만 놓고 본다면 석유화학 산업의 근본부터 바꿀 수 있는 혁신이었다. 학계에서는 노벨상은 확정이라는 반응이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기존 석유로 생산되던 기름의 절반의 비용으로 기름을 생산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뒤에는 후속연구들이 발표되기 마련이다. “개선된 실험 조건을 찾았습니다.” 또는 “이런 반응기를 사용하면 수율이 증가해요”와 같은 후속 연구들 말이다. 하지만 이 교수님은 무슨 배짱인지…일체의 후속 연구발표 그리고 특허조차도 등록하지 않았다. 만약 다른 연구자가 먼저 특허등록 또는 논문 게재를 한다면 이 교수님은 어떠한 권리도 찾을 수 없다. 아마 이 교수님은 어느 누구도 재현하지 못할 거라는 “믿음” “배짱”이 있었던 거 같다.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이 교수님도 우연하게 발견한 결과라 본인 조차도 이전 결과를 재현 못했던거 같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이 맞았는지…5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계의 유수 연구진들이 이 논문을 재현하려 했지만 어느 누구도 중국의 이 교수님이 발표한 논문을 재현하지 못하였으며, 유사한 결과 조차도 따라 하지 못했다. 학계에서는 “역시 중국이야…”라며 거짓 논문이었다는 반응이 정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일반적이라면 학계에서 이 교수님은 추방되어야 한다. 하지만 5년간 이 교수님에게 그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중국의 배짱 있는 교수님은 세계 최고의 석유화학 회사, SABIC과 손을 잡고 공장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회사가 미치지 않고서야 거짓 논문을 근거로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되는 석유화학 공장을 올릴 리는 없다. 분명 검증을 했기 때문에 공장을 올리는 거다. 이러한 이유로 학계에서는 5년간 거짓 논문인 거 같은데 거짓이라고 확실하게 말을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이어져 왔다. 그리고 난 이 Science 논문을 재현하고자 2년 전부터 팀원들과 함께 연구를 시작했다. 2년 전 처음으로 이 연구주제를 시작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모두 같았다. “불가능한 반응 아니야?” 연구를 수행하는 우리조차 회의를 할 때마다 서로에게 질문했다. “불가능한 반응 아니야?” 연구라는 건 타당한 가설을 바탕으로 의도된 변수 조작을 하고, 이에 대한 예상된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서 증명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연구를 처음 시작한 첫해에 우리는 “무작정” 변수를 바꿔가면 실험을 진행했다. 변수를 왜 바꾸는지 이유도 없이 “무작정” 바꾸었다. 왜냐하면 진행한 약 200번의 실험결과가 모두 동일하여 결과를 해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떠한 변수를 바꾸어도 결과는 동일했다.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불가능한 반응 아니야?” 그러다 연구를 시작한 지 1년째 되는 달에 처음으로 그리고 우연히 결과에 변화가 나타났다. 원인은 정말 간단했다. 지금 생각해도 웃길 정도로 매우 사소한 변수였다. 중국 교수님 대비 약 15% 정도의 결과였다. 턱없이도 부족한 결과이다. 하지만 이것도 세계 두 번째다. 그리고 중국 교수님을 제외하고서는 세계 최고이다. 이 결과만으로도 국내 학계에서 어느 정도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다들 와 대단한데? 그래서? 라는 반응이었다. 왜냐하면 15%의 수치는 상업적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인가. 연구에 자신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론, 결과만 놓고 본다면 처참했다. 200번의 실험결과가 동일 했지만 마지막 한번, 그래도 변화가 나타났다. 이제는 해석만 하면 된다. 공교롭게도 극악의 결과 해석이 필요했다. 하나의 변수는 여섯 개의 또 다른 변수들과 맞물려있다. 즉, 하나의 변수를 바꾸면 6개의 변수가 동시에 바뀌게 되어 7개의 변수 조작이 일어나는 거와 동일하다. 이런 경우 결과에 대한 해석을 하기 위해서는 6개의 변수에 대한 영향을 정확하게 알아야 하며, 단 하나라도 알지 못하면 해석은 불가능하다. 즉, 우리는 결과해석을 전혀 할 수 없었다. 다음 해에도 무작정 변수 조작을 했다. 이 당시에는 가끔은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나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옆 사람들은 쉬운 연구주제를 받아서 쉽게 논문을 써내고 있는데…난 어려운 연구주제를 받아 논문도 못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난 매일같이 생산되는 석탄 덩어리를 뒤집어쓰며 “뻰치”만 돌리고 있었다. 어떤 달에는 이틀에 하루 정도는 하루 8시간 일 과중 12시간? ㅋㅋ을 앉지도 못하고 서서 일한 거 같다. 집에 갈 때쯤이 되니 다리가 덜덜 떨려 운전을 못 하고 잠시 앉아 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런 고된 시간을 겪고, 해석도 못 하는 결과 400개 정도 축적하니, 드디어 변수들의 우열을 나눌 수 있었다. 물론 하나의 변수를 바꾸었다고 이 변수만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과론적인 변수들에 대한 영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연구를 시작한지 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수율 24%를 달성했다. 최근 소식들에 따르면 중국의 교수님도 Science 논문을 완벽하게 재현을 못 하고 수율 30%까지 밖에 달성하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인정받아 최근에는 KBS, MBC, SBS, YTN에서 취재를 했으며 여러 신문기사에 우리의 연구들이 소개되었다. 석유화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를 모티브로 시작한 이 연구는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에서 가능하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5년 안에 원천 특허 확보 및 기술이전이 가능할 거라 생각이 든다. 아울러, 10년 안에 데모 파일럿 까지 완성하지 않을까 싶다. 연구자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내 목표는 살아생전 내가 만든 기술이 현실화되는걸 직접 보는 거였다. 할 수 있을 거 같다. 할 수 있다. -19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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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na00
· 5년 전
와 세상에 끈기와 노력, 인내가 대단하시네요! 저는 잘 모르지만 마카님께 보람찬 일이라면 꼭 현실화되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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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back
· 5년 전
세상에는 이렇게 엄청난 분도 계시군요! 열정을 다해 실험에 임하시는 자세가 참 멋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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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IllIllIllIIll
· 5년 전
와..본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