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하지도 성실하지도 않은 나날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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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하지도 성실하지도 않은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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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방 한 켠에는 말라붙은 꽃잎들이 있다. 졸업식 때 받은 꽃다발들을 드라이플라워를 해보겠다고 설치다 실패한 결과물이다. 희미하게 바래버린 색에 살짝 누르면 파삭 부서지는 것들이 대부분. 그나마 제대로 형체와 빛깔을 갖추고 있는 건 억지로 색소를 넣은 안개꽃들뿐이다. 찬찬히 살펴보다보면 문득 짓이겨버리고 싶은 충동이 든다. 가볍게 힘주어 누르기만 해도 부서지겠지. 어차피 먼지와 뒤섞여 엉망인데다가 관상용이라는 말을 붙이기가 민망한 수준이다. 덕분에 내다 버리란 말을 수시로 들었으나 미련하게도 나는 버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사람을 버릴 순 있어도 그 사람과 엮인 물건들은 쉬이 버리지 못하는 중병이 있기 때문이다. 그깟 추억 따위가 뭐라고. 추억은 나를 살아가게 했지만 나를 삶에 옭아매는 족쇄이기도 했다. 날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것들에 대한 분노는 날로 쌓여가고 있었다. 이 메마른 꽃들은 졸업 후 나와 같이 방에 깊이 틀어박혔고, 나는 시간이 흐를수록 꽃을 뭉게버리고 싶은 욕구에 시달렸다. 나는 시들어버린 내 인생을 부수고 싶은 걸까. 도망갈 수 없게 나를 묶어두는 추억을 잊고 싶은 걸까. 아니면... 머저리같은 질문일뿐이지. 곧이어 내 머리가 펑! 터지는 상상을 하다가 뒷정리를 하는 사람들이 불쌍해 그만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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