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사는 집안에서 공부하기란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스트레스|자살|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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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사는 집안에서 공부하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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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우리집은 옛날부터 공부를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그래서 나도 하고싶은만큼만 하고, 스트레스없이 중상위권은 받았다. 가끔 엄마아빠가 공부 열심히해라, 이번엔 1등해봐라, 하는 소리가 듣기싫기도 했지만 진짜 말만 그럴 뿐 실제로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애였던 나앞에서는 안했던 집안사정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기 시작했고, 내가 듣든 말든 금전관련으로 다투거나 하소연하기도 했다. 공부하라는 말보다는 그런 현실적인 문제들이 더 듣기싫었고, 딴애들은 유복한 집에서 엄마아빠가 공부 잘하라고 학원보내주고, 과외하고, 책을 다 사주는데, 우리집은 공부 스트레스는 아니지만 별로 넉넉치 못한 집안이라 그쪽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훨씬 컸다. 아무도 나한테 직접 말하지는 않지만 그런 분위기가 있다. 내가 실패하면 괜찮다, 말은 하면서도 몰래 앓다가 결국 다 포기하고 자살이라도 할 것 같은, 그런 분위기가 있다. 금전문제로 싸우고 하소연할 때마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 차라리 공부만 하라고, 공부하다가 죽을정도로 공부만 하라고, 그런 말을 해도 금전적 배경이 되는 집안에 태어나고싶었다. 내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내가 실패해도 그게 가정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는, 오직 나만 실패할 뿐인 그런 인생을 살고싶었다. 부모님이 너무 학업스트레스를 준다며 투덜대는 아이들도 집에 갈 땐 벤츠를 타고 가고, 과목별로 문제집을 사서 쌓아놓고, 과외를 가고, 새 옷을 입는다. 그 애들과 나 사이에 생기는 건 금전적 배경의 차이가 아니라 기회의 차이였다. 그 아이들은 실패하더라도 다시 새로운 기회를 얻고, 대학생활을 즐기고, 원하는 곳에 취직할 수 있다. 난 이번이, 이 첫 수시와 정시가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 설령 인서울을 한다고 해도 학비를 감당할 수 없고, 지잡대에 간다고 해도 4년제 대학비를 내며 비전없는 하루를 보낼 뿐이다. 결국 내가 선택할 건 미친듯이 공부해서 장학금을 받는 길 뿐이고, 그것도 실패한다면, 내가 무너지는게 아니라 우리집이 몽땅 무너진다. 너무 억울하고, 비참하다. 누구는 실패해도 다시 기회를 얻을 길을 걷는데, 기회가 단 한번뿐인 사람도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야한다. 1년뒤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긍정적인 삶은 내가 선택한 길이 옳았을 때 뿐이고, 내가 선택한 길이 글렀을 때, 내가 장학금을 받지 못했을 때, 대학을 다닌데도 취직하지 못했을때, 난 어떤 최후를 맞이하게 될 지 모른다. 비전이없다. 아무런 희망을 가질 수 없다. 그런데도 살기위해 발버둥 쳐야한다. 미래가 칠흑같은데도 미친듯이 달려야한다. 뒤에서 날 향해 달려오는 굴착기를 피해 계속 달리면서도 사실은 앞이 낭떠러지인걸 알고있다. 기적이 일어날까. 내가 안은 이 책임을 모두 불태워 사라지게 해 줄 그런 기적이 일어날까. 난 행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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